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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평점 :
#2025년3월14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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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
#소설
★ 20년 만에 재출간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 54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BBC 선정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소설 100
★ 소설가 구자명의 섬세한 번역
《조개 줍는 아이들 1》의 표지를 보는 순간,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바닷가에서 조개와 돌멩이를 줍던 기억, 그때의 따스한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조개를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그 형태와 무늬를 들여다보던 어린 날처럼, 삶도 그렇게 다양한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어떤 기억은 매끈하고 반짝이지만, 어떤 순간은 거친 파도에 깎여 모가 나 있다. 그러나 모든 조개에는 바다를 지나온 시간이 깃들어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삶도 지나온 시간과 기억이 켜켜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은 한 여인의 인생을 따라가며, 기억과 시간들이 어떻게 삶이 되어 가는지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64세 페넬로프 키링이 있고 가족, 친구, 연인이 등장하며 풍성한 스토리를 만든다. 어린 시절을 영국 콘월의 바닷가에서 보낸 그녀에게 그 시절은 삶의 중요한 일부다. 하지만 전쟁, 결혼,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이들에 대한 기억과 선택해야만 했던 순간들이 머물러 있다. 젊은 날의 설렘과 아픔이 교차하는 그녀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녀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오르게 된다.
페넬로프는 사랑했던 소피(어머니)를 떠나 보내야 했고, 자신보다는 어머니라는 삶을 살아야 했다. 평온해 보이는 그녀의 일상 안에도 깊은 감정의 물결이 존재한다. 특히, 그녀의 아버지가 남긴 그림 『조개 줍는 아이들』은 예술 작품을 넘어, 가족과 사랑, 추억, 그리움, 위안을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다.
이 작품은 ‘기억의 힘’을 이야기한다. 과거를 떠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억 속에서 그 순간을 살아간다. 페넬로프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은 그녀가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잃어버린 것들을 가슴에 품으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다.
『조개 줍는 아이들 1』은 서두르지 않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과 아픔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듯, 반짝이는 기억과 부서진 기억을 모으며 살아가는 존재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전해준다. 페넬로프가 이야기가 이어질 2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난 봄을 불 수 있어,해마다 벌어지는 기적도 지켜보고 날이 지날수록 따스해지는 햇살도 느낄 거야, 살아 있으니까. 나도 기적의 한 부분이 될 거야.(14쪽)
● "가까운 누군가를 잃는 첫 경험은 늘 가슴을 짓어놓기 마련이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것과도 타협하게 돼."(306쪽)
● "좋은 시절을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나쁜 시절을 기억하는 것도 괜찮아.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거니까."(4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