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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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4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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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토너》를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인생소설'로 꼽힌다는 사실이 솔직히 선뜻 와닿지 않았다. 한 평범한 대학 교수의 조용하고 단단한 일생을 다룬 이 소설은, 특별한 사건도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때로는 지나치게 침묵하고 물러서는 그의 태도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삶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묵묵히 감내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의 시선이 천천히 바뀌었다. 스토너는 그저 참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믿는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직장에서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며, 끝내 함께하지 못한 사랑을 조용히 마음에 묻는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그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를 이루는 것은, 그 모든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태도’다. 자신의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을 놓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의지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지도 못했고, 자신을 크게 바꾸지도 않았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와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 그렇기에 화려한 전개 하나 없이도 이 소설은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이제는 안다. 왜 이 책이 ‘인생소설’로 불리는지. 왜 스토너라는 인물이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지를.






그의 삶은 크지 않았지만, 진실했고 충실했으며,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조용히 찾아온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너의 자리에서, 어떤 가치와 의지로 살아내고 있느냐'고. 이제 더 이상 스토너로 인해 답답하거나 슬프지 않다. 그저 한 사람의 독자인 내가, 한 사람의 소설 속 인물 스토너를 조금 더 따뜻하게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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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4 - 5호16국과 남북조시대 미술 중원과 변방의 충돌, 새로운 중국이 태동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4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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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4월18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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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미술 #중국미술 #미술로읽는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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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문답 형식의 친근한 문체, 풍부한 시각 자료, 인명·지명 찾아보기를 통해 주요 인물과 용어를 정리해 주고, 다양한 예시로 역사와 함께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권을 소장하고 싶을 만큼 유익하고 흡입력 있는 시리즈라 늘 다음 권이 기다려진다.






이번에 만나게 된 『난처한 동양 미술 이야기 4』는 중국 대륙이 분열과 재통합을 반복하던 5호 16국과 남북조 시기의 미술을 다룬다. 정치적으로는 격동의 시기였지만, 문화적으로는 다양한 민족이 충돌하고 교류하며 전례 없는 예술적 융합이 일어난 시기다. 특히 이민족과 한족이 각자의 문화를 품고 만나면서, 독특하고 역동적인 미술 세계가 펼쳐진다.






이 시기의 미술은 양식 변화뿐만 아니라, 권력의 흐름, 이념의 전환, 세계 인식의 변화가 이미지에 고스란히 담긴다. 불교 미술은 본격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산수화는 자연에 대한 인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융합의 미학’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누에묘 벽화’에 대한 설명이다. 북방 유목 문화와 한족 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벽화는, 사후 세계에 대한 인식과 권력의 이상이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단지 장례 미술이 아닌 정치적·문화적 상징의 집합이었다.






역사와 예술, 동양미술의 교차점에서 시대를 다시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혼란의 시기 속에서도 피어난 예술은 지금 우리의 시선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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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혁명 - 인류라고 정의하는 거의 모든 것의 시작
성춘택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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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4월12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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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사회 #우리는어디에서왔을까 #협력과공유의시대




💡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 이야기하는 동물, 사피엔스
💡 협력과 공유의 역사
💡 예술은 생존 그 너머의 이야기
💡 인간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인류 진화의 사유서





《사피엔스 혁명》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혁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함에 끌렸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책일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인류의 발전 과정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흥미로웠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 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인류의 기원과 확산 과정을 다룬다. 후기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집민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지, 그리고 그들이 남긴 예술과 상징이 현대 인류의 토대가 되었음을 설명한다. 2부에서는 빙하시대의 사냥꾼으로서 인류의 생존 전략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농업 혁명 이전의 수렵채집 사회가 현대 사회의 평등과 협력의 기초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조명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후기 구석기 시대의 예술과 상징에 대한 설명이었다. 특히,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영적 세계와 교감을 위한 소통의 도구로 해석한 관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당시의 예술품은 인류의 추상적 사고와 상징적 사고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존재한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였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예술과 문화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다루며,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특히, 경쟁과 불평등이 막연한 현대 사회에서 협력과 공유, 평등을 중시했던 수렵채집 사회의 가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깊은 울림을 준다. 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다각도로 풀어낸 《사피엔스 혁명》은 지식 전달을 넘어,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인류를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이 책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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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의 꽃 - 내 마음을 환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
앵거스 하일랜드.켄드라 윌슨 지음, 안진이 옮김 / 푸른숲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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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4월9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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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그린사람들 #예술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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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삶을 어루만져주는 108가지의 꽃 그림
💐 화가들의 다양한 화풍과 감성
💐 꽃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과 짧은 글
💐 도록급 고화질 도판, 넘길 때마다 감탄
💐 아껴보고 싶은, 소장 가치 있는 책
💐 마음에 시들지 않는 꽃을 심다
💐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고 싶을 때, 추천





꽃은 언제나 나를 멈춰 세운다. 어쩌면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존재라서 그럴까. 꽃은 우리에게 순간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런 꽃을 화가들이 그렸다고 한다면, 나는 더 이상 스쳐 지나갈 수 없다. 꽃을 그린 화가들의 시선 속엔 어떤 감정이 깃들었을까. 그래서 《화가들의 꽃》이 더욱 궁금해졌다. 꽃을 매개로 한 회화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건, 결국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니까.





이 책에는 시대도 화풍도 다른 화가들이 남긴 108가지의 꽃 그림이 실려 있다. 화가들의 다양한 시선으로 포착한 꽃들은 모두 다른 숨결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고화질 도판이 마치 도록 같다. 넘길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책 자체로도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다. 책 곳곳에는 저자들이 작품을 바라보며 남긴 인상적인 문장이 실려 있어, 그들이 꽃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표현하고자 했는지 엿볼 수 있다.





앙리 마티스의 '창가의 사프라노 장미', 후지타 쓰구하루의 '노란 물병에 담긴 양귀비', 에두아르 마네의 '크리스털 꽃병에 담긴 꽃' 등 각 작품은 화가들의 독특한 시선과 감성을 담고 있다. 특히,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장미의 영혼'과 같은 작품은 꽃이 단순한 정물이 아닌,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은 꽃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책 속 꽃들을 보다보면 단지 예쁘다거나 계절의 일부라는 감상에서 벗어나,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화가들의 시선을 통해 만나게 되는 다양한 꽃은 화가만의 감정과 철학이 녹아져 있다. 이 책은 꽃을 통해 감정을 읽는 일이 얼마나 섬세하고 풍요로운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꽃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미술을 좋아하지만 꽃이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마음에 시들지 않는 꽃을 심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새 당신은 다시 첫 장을 펼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꽃을, 그리고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져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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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 - 고흐의 별밤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천문학자가 포착한 그림 속 빛의 순간들
김정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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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4월8일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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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와 관련된 책을 읽고, 전시를 보고, 영화와 다큐멘터리까지 찾아봤지만—천문학자가 쓴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별자리, 달의 모양, 빛의 방향을 따라 고흐의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 책은, 천문학의 시선으로 추적한다.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하늘 위로 천문학이라는 망원경이 살며시 겹쳐질 때—그곳엔 감동과 지식이 함께 빛난다. 예술과 천문학이 만날 때, 이토록 낯설고 아름다운 감동의 궤도에 자연스레 빠지게 된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천문학이 예술을 이해하려는 그 태도 자체에 있다. 저자는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새롭게 읽는다. 특히,『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밤』의 작품 속 밤하늘을 실제 천문 데이터와 대조하며, 그림 속 별과 달, 별자리가 어떤 시공간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작품에 담긴 지리적 위치와 풍경의 시점, 별자리의 위치 등을 교차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가들이 추정한 제작 시점과 해석에 새로운 시선을 비춘다.







작품 속 별자리나 날짜, 계절이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추정 자체가 그림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머리로는 사실을 탐구하고, 마음으로는 감정에 기대어 그림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천문학과 예술이 만남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한 이 책은 천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별자리와 밤하늘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덕분에 우리는 고흐가 바라본 하늘을 더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으며, 그의 그림에 담긴 감정과 메시지에 한층 더 깊이 다가서게 된다.






《천문학이 발견한 반 고흐의 시간》은 예술과 천문학의 만남이 어떻게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별을 사랑한 사람이, 별을 그린 화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이렇게 풍요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다. 이제 고흐의 그림 앞에 설 때마다, 그 안에서 실제 밤하늘을 읽고, 그 밤에 깃든 감정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다.
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 부디, 아름답게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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