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별 헤는 밤이 좋습니다
나쫌 지음 / CRETA(크레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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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별헤는밤이좋습니다
#나쫌
#CRETA #크레타


대학교 때 친구들과 주왕산을 갔다가 하산하는 길에 다리를 삐었다. 낯선 곳에 어둠이 내리니 너무 무서웠다. 겁 많은 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나를 달래려고 친구가 하늘을 보라고 했다. 기대 없이 올려다 본 하늘에는 반짝이며 빛나는 별들이 가득이었다. 그때 본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별을 더 사랑하게 된 날이었다.

과학은 어렵고 싫어도 우주와 별에 관한 이야기는 언제나 궁금한 장르다. '별'이라는 단어가 예쁘고 한 글자라 소중하고 먼 곳에 떠 있어서 더 애틋한 느낌이 좋다. 우주는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한다. 우주의 다양한 이야기를 해 줄 '21만 천체 관측 크리에이터 나쫌'님의 책이 기대되는 이유다.

<당신과 별 헤는 밤이 좋습니다.> 제목에서 낭만이 뚝뚝 떨어진다. 창밖의 밤하늘 표지가 예쁘다. 목차까지도 감성을 담았다. 보라 색지에 왼쪽이는 소제목을, 오른쪽에는 우주 사진을 담았다. 예뻐서 몇 번을 다시 봤다. 오려서 책갈피로 만들까?

저자는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아름다운 우주와 지구의 모습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채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약 2년 동안 천체 관측 채널을 운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와 저자의 생각을 담아 에세이로 풀어 놓았다.

채널 개설의 시작으로 초망원경 카메라로 달의 첫 촬영, 토성의 설렘, 천체 망원경으로 촬영한 멋진 안드로메다, SD 카드를 잘 못 포맷해서 심우주를 촬영하지 못했지만 멋진 은하수를 남길 수 있었던 일화, 챙겨 오지 못한 장비로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레너드 혜성'을 발견 한 일, 운 좋게 초승달 앞으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찍은 순간, 기업의 러브콜, 굿즈 제작까지 우주 사진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그야말로 밤하늘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한 남자의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을 전공자도 천문학자도 아닌 별을 좋아하고 우주에 관심이 많은 문과생 출신이라고 했다. 오히려 그 점이 딱딱한 과학 이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감성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우주 에세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우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 마음에 우주 하나쯤은 품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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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지도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강재영 외 지음 / 샘터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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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지도
#강재영
#샘터 #샘터사


평소에 공예 하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추상적인 작품으로 낯설고 먼 느낌의 예술품으로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공예의 뜻을 찾아봤다.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직물, 염직, 칠기, 도자기 따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 결국 공예는 사람을 향한 것으로 이해를 하니 편안하게 다가왔다.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가 2023년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다. <사물의 지도>는 전시회에 참여 한 작가들의 작품과 특징, 주제와 구상, 작업 방법, 해석 등을 담았다. 직접 전시를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작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작품들을 보면서 놀랐다. 사실 공예가 이렇게까지 거대한 망을 형성하고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고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공예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물의 지도>를 통해서 공예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 세대와 시대를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배웠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적 시각을 키워보면 좋겠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눈으로 즐거움을 쫓는 아름다운 예술품으로만 가두지 말고 우리의 일상에 활용하고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작품으로 계속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 공예의 온도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자연의 숨결을 잇다.(6쪽)


● 그 역사적 기록문화를 이루는 바탕에 공예가 있다. "책은 사람
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라는 말은 "공예는 문명을 만들고, 문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과도 같다.(216쪽)


● "우리가 간직한 기억의 조각에 항상 흥미를 가져왔습니다. 우
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많은 의미를 지니는 순간, 물건 또는 장소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면서 매일매일 그 기억을 조금씩 변형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새로운 작품들은 원래 순간의 남은 조각들로 보입니다."(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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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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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만나는7일의미술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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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걸린 그림을 창으로 내다본 세상으로 상상해보라.(6쪽)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을까? 그림이랑 안 맞는 거 같아, 저기 저 소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빨강을 많이 쓴 이유가 뭘까? 등등 그림 앞에서 너무 사소하고 엉뚱한 나의 질문이 합당한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저자가 말해주는 것 같아서 프롤로그의 첫문장이 좋았다. 저자와 함께 미술수업을 즐겁게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 '예술의 중심, 이탈리아'를 담은 이 책은, 7일 동안(바티칸 1일, 로마 2일, 피렌체 2일, 밀라노 1일, 베네치아 1일)의 미술관과 성당 등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 작품(그림, 벽화, 조각 등)을 소개해 준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 명화 130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 작품을 통해서 세계사, 철학, 종교, 신화, 경제, 문화까지, 폭넓은 배경지식을 만날 수 있는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그림이 있는 장소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 준다. 본문에서는 그림을 의뢰한 사람과 이유, 화가가 어떻게 작품을 계획하고 그렸는지, 그림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놓아서 술술 읽힌다. 어려운 미술사가 아니라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풍부한 사진 덕분에 보는 즐거움도 선사해 준다. '더 깊은 교양'에서는 본문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집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탈리아 미술 작품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미술사를 책 한 권으로 끝낼 수는 않겠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와 작품으로 이탈리아 미술을 정리해 줘서 좋았다. 또 고전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까지 두루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점수를 주고 싶다. 현대 미술에 문외한인 나에게 새로운 미술 공부가 되었다.

저자를 따라 이탈리아의 미술 작품을 여행하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 다란 나라의 화가와 미술작품도 나라별로 만나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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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만세 - 100%의 세계를 만드는 일
리베카 리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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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문학동네 출판사 초대로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상지사(인쇄소)에 견학을 갔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책으로만 읽었지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자연스럽게 편집자에게 관심이 생겼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편집자의 이야기에 목말랐고 또 이렇게 한 사람의 편집자를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펭귄 출판사에서 20년 동안 편집자로 일하며 어떤 마인드와 철학으로, 어떻게 책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출판 과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준다.

● 글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가장 흥미로운 주제였다. 특히, 보니것의 '이야기들의 형태'에서 글을 짓고 만들어질 때 글의 구조에 대해 그래프와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준 부분은 책을 읽을 때 이야기의 패턴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앞으로 소설을 읽을 때, 이야기 형태를 그래프로 만들어 봐야겠다. 꼭!

● 글은 어떻게 더 좋아지는가.
교열 작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쓴 글에 흐름을 파악하고 틀어진 배열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저자는 '정확하고 명확하게, 응집성 있게, 일관성 있게' 만드는 교열하는 과정이 좋은 글을 더 좋게 만드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짚어 준다. 교열이 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작가와 교열자를 잘 연결해 주는 것도 편집자의 일이었다. 그 외에도 문법과 문장부호, 철자, 각주, 색인 등 책을 만드는 다양한 편집의 세계로 재미있게 안내한다.

● 글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번역으로 글은 자유로워진다는 저자의 열린 생각이 좋았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한 일이다. 번역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줘서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좋은 글이 될 수도 있다.(16쪽)
작가가 쓴 글이지만 어떤 편집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더 좋은 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표지의 제목, 지은이, 출판사만 볼 것이 아니라 책의 뒤편에 편집자도 확인해야겠다. 앞으로는 표지에 편집자 이름도 표시해 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이렇게까지 진심인데 넣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책을 읽기 전에 편집자는 작가의 글을 교정, 교열 과정을 거치며 편집하여 책의 형태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편집 만세>를 읽고 난 후, 편집자의 시선이 달라졌다. 좋은 글이 빛을 뿜으며 독자에게 오기까지 제작하는 그 과정 하나하나에 많은 노력과 정성과 열정을 담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그들의 시간과 삶을 녹여가며 고군분투하는 모든 편집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덕분에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졌다.



● 명확성은 좋은 글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조지 오웰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산문은 창유리와 같다." 좋은 글은 명확한 글이다. 자기가 생각해낸 어떤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이다.(114쪽)


● 독자에게 좋은 글을 선사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거쳐야만 한다. 그래야 의미가 통하는 최상의 글로 만들 수 있다.(130쪽)


● "다양한 번역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건 인간의 정신이 무한히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것보다 더 흥미로운 주제는 없을 것 같다."(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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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 위대한 화가들의 은밀한 숨바꼭질
파스칼 보나푸 지음, 이세진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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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으로들어간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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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들어간 화가들> 제목을 보면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그림이 떠올랐다. 내가 본 그림 중에 가장 이상한 그림이었다. 예쁜 드레스를 입은 어린 소녀와 시녀들, 거울에 비친 두 남녀, 그리고 화가 자신을 그린 그림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화가는 왜 자신의 그림에 들어갔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저자는 화가가 그림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로 서명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재미있는 추측을 한다. 이니셜보다는 더 확실하게 자신의 작품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미켈란젤로의 '성 베드로의 순교'에서는 베드로가 못 박힌 십자가를 세우는 광경을 지켜보는 군중 속에 화가 자신을 그려 넣음으로써 마사초에게 경의를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역사와 우화에서 화가가 역사를 그린다는 것은 인정받는 예술가 반열에 오른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럼 화가 자신을 그림에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여러 다양한 예를 들어서 화가가 그림 속에 스스로 들어간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후원자를 찾기 위해서, 계약자에게 자신이 성실히 계약을 이행했다고 알리고 싶어서, 역사 속에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에, 공모와 연대의식을 나타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시대 화가들은 누군가의 후원을 받아서 그림을 그렸다는 사회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화가가 그림 속에 자신을 등장 시킴으로서 존재를 드러내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라 타당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된다.

이 책은 '신화와 현존, 죄와 기도, 역사와 우화, 만남과 환시' 4개의 테마로 구성하고 있다. 각 테마마다 다양한 그림(105점)에 제목, 그린 연도, 그림 종류, 그림이 있는 곳의 기본 정보를 알려준다. 동그라미 점선으로 숨은 화가를 친절하게 찾아준다. 선명한 사진 첨부에 그림에 얽힌 역사와 스토리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 화가도 있지만 생소하고 낯선 화가도 많아서 몰랐던 미술사를 알아가는 재미와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도 쌓을 수 있다.

그림을 보면서 궁금했던 주제였는데 이 책을 통해서 궁금증도 풀고 미술사에 대한 여러 견문도 넓히며 재미있게 읽었다. 화가가 그림에 자신을 넣어서 그린 미술사가 궁금하다면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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