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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막에 가 보고 싶다. 드넓은 사막에 홀로 있어보고 싶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까봐 두려운 마음 때문일까.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누적된 피로감 때문일까.
치솟는 집값과 그로 인해 좌절하는 서민들과, 반면에 여유있는 가진 자들의 대비되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서일까.
연일 반복되는 정치권의 대립과, 연일 이어 나오는 엽기적인 뉴스들, 정작 두려운 건 그토록 자극적이던 뉴스들이 이제는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사막 한 가운데 있으면 지금 내가 대한민국에서 겪는 번뇌는 사막의 모래처럼 사라질 것만 같다.
사람과 사람, 사건들, 돈, 집... 마치 세상의 전부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막에서는 한 알의 모래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쉬이 부스러지고 사그러지고 형태가 사라지는 모래사막같은 모습을 기대한다.
사막에 홀로 있으면 온전히 사막의 주변에 온 몸의 감각을 집중 할 수 있을 것 같다.
건조한 바람, 뜨거운 햇볕과 아지랑이, 밤의 어두움은 우주같이 차가울 것이다.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를 쓴 나태주 시인은 사막에 가보고 싶어했다. 사막은 시인이 어릴적 외할머니와 지내던 시절에 그리던 '먼 곳'이었다. 그래서 시인은 사막에 갔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체험했다. 사람을 만나고, 낙타와 가까워지고, 여행 중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며 마치 눈물처럼 시를 썼다.
시를 읽으며 사막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사막이더라도 시인의 감상과 나의 감상은 다르다. 하지만 시를 끝까지 주욱 읽고 다시 시집의 첫 장을 폈을 때는 나도 사막에 한 번 다녀온 듯한 깨달음 비슷한 것이 들었다.
이 시집의 제목인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는 시의 제목도 아니고 시의 어느 문구도 아니다. 이것은 이 시집의 모든 내용을 집약한 시인의 한 줄 깨달음이다. 사막은 인생이다. 인생에는 길을 물을 필요가 없다. 어떤 삶을 살든지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이 곧 길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과정, 인생 자체에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시집을 주욱 읽고 나서 나를 괴롭히는 사람과 환경에 개의치 않고, 지금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나 자신, 가족을 비롯한 아주 작은 주변의 것을 사랑하며 그저 살아가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