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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가치가 있는가
윌리엄 J.베네트.데이비드 와일졸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은 가치가 있는가] 대학, 더 이상 황금티켓 아니다
요즘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뉴스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능력에 맞게 대우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사.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 고등학교 졸업자들을 우대한다느니 대학도 이공계를 나와야 취업이 유리하다느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화가 나기도 한다. 과거 대학 졸업장은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보장해줬다. 그 사람의 교양 수준과 더불어 좋은 직장도 보장해줬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솟는 대학 등록금에 빚은 늘어가는데 대학 졸업장은 들인 돈만큼의 가치도 못하는 시대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책은 미국 대학을 기준으로 쓰여진 ‘대학의 가치’에 대한 논의지만 한국의 대학도 같은 의미에서 가치 하락에 따른 골머리를 앓고 있기에 읽어둘 가치가 있다. 우리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스티브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들이 대학 중퇴자들이라는 사실도 성공과 대학 졸업장은 별 상관관계가 없음을 더 확증해주고 있다.
대학에 가는 것이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갈 것이라면 잘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흔히 택하는 ‘전공’에 문제가 있다. 수요가 없는 전공을 택하고 졸업 후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경제적 성공에 최악인 학과 순위가 나왔는데 인류, 미술, 영화, 사진, 철학, 종교, 그래픽디자인학 순이다. 경제적인 성공만이 대학 선택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대학 등록금에 들여야 하는 비용이 워낙 많기에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빚을 내서 학교에 가고 졸업 후 취업도 안 될 거라면 차라리 수입이 나은 학과를 전공하고 부업으로 원하는 것을 하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공계 특히 공학은 투자 대비 수익이 좋은 학과였다. 그 외에도 보건, 재정, 교육도 유망하다고 한다. 어쨌든 30년간 투자 대비 순수익을 페이스케일닷컴에서 공개했는데 하비머드 대학,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메사추세츠공과대학 순이었다. 한국에서도 기업들이 공대 졸업생을 우선시한다는 기사가 났었는데 미국도 사정이 비슷한가보다.
대학은 사실 취업을 목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유능하고 교양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대학의 목표다. 그러나 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이 마치 기업의 업무능력 습득장소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이것은 잘못이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대학에서 취업능력은 둘째로 치고 교양마저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점을 받기는 쉬워지고 있으나 머리에 남는 것은 없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자유시간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교수들은 학점을 잘 주며 강의평가를 잘 주기를 독려하고 가르치기보다 개인연구에 몰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대학도 학생들의 공부를 관리한다고 재정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없다. 모든 대학과 교수, 학생들이 직무태만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대학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세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교육이 등장했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질 좋은 교육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교수의 문답과정이 없으니 인문학에서는 과정에서의 교육을 포기해야 한다. 표절, 부정행위 같은 단점도 있다. 그러나 혹자는 온라인 교육이 언젠가 대학 교육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학이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면 모를까 많은 돈을 받으면서 교양, 취업능력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온라인 교육을 들으려 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일류 사립, 국립대를 졸업시 투자 대비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간 이하의 대학들은 마이너스 수익을 얻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중해져야 할 때이다. 이 책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후 당연히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됐던 대학이란 곳이 얼마나 시간, 경제적으로 큰 희생을 치러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학은 더 이상 황금티켓이 아니다. 앞으로 고등교육이 어떤 식으로 개혁될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