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준 선물 - 아빠의 빈 자리를 채운 52번의 기적
사라 스마일리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저녁이 준 선물

 

“저녁이나 먹자.”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 종종 하는 말이다. 밥을 먹을 생각이 없으면서도 이 말을 남발한다. 신기한 것은 상대방도 진짜 저녁을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다는 것이다. 저녁이나 먹자고 하고 먹지 않은 것을 두고 삐쳤다가는 의사소통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 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저녁이나 먹자는 말을 남발하는 현대인들 중에는 저녁을 혼자 해결하는 이들이 많다. 지은이처럼 남편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경우, 이혼이나 사별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저녁을 해결하는 것이다. 사라의 저녁식사 프로젝트는 저녁이나 먹자는 알맹이 없는 말을 남발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러 면에서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정’을 일깨워주고 저녁식사가 내 자신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됨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남편이 파병을 가게 되자 사라는 남편의 빈자리가 걱정됐다. 한창 커가는 세 아들들에게 매일 식탁에서 가족이 단란하게 모여 식사하는 기회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받을 남자사람의 부재는 사라에게 큰 고민거리가 됐고 소극적인 성격의 자신 또한 걱정됐다.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묘안이 바로 매주 이웃들과 식사하기. 아이들 선생님에서부터 시장, 경찰서장 등 다양한 사람들과 저녁을 먹게 된다.

 

누군가와 저녁식사하자는 말은 남발해도 정작 식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내가 저녁식사 의향이 있어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 또 내가 먹자고 했으니 계산을 해야 하고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 이런 여러 이유로 저녁을 누군가와 같이 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런 골치아픈 얘기는 차치하고 일단 누군가와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낯선 사람이지만 아이들을 매개로 저녁식사를 시작한 사라에게 저녁식사는 놀라운 ‘기회’의 장이 됐다.

 

일단 첫째 아들 포드와의 관계회복이다. 큰 아들과의 갈등이 사라에게는 큰 골칫거리였다. 아버지의 부재로 포드는 반항을 했고 아빠가 없는 것보다 엄마가 없는 것이 견디기 쉽겠다고 말하는 가슴아픈 아들이었다. 이웃들과의 만남은 아들과의 갈등 과정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고 아빠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아들과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게 했다. 매주 다른 사람들과 만나며 세 아들의 개성도 돋보이게 된다. 첫째 아들인 포드는 이성적이고, 둘째 오웬은 사람들과 융화가 잘 됨을 알게 됐다. 막내 린델은 특유의 재롱으로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선생님을 통해서는 가족의 다른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린델의 선생님은 린델이 집에서와 달리 학교에서는 의젓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을 매개로 가족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대접받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어떤 대가관계가 아닌 순수한 의미의 저녁식사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웃과도 교류없이 살아가야 하는 각박한 세상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그러나 저녁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니 가까운 친척, 친구들을 시작으로 식사하기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처럼 남편이 파병간 상황은 아니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대인관계에서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저녁식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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