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우울증 - 나는 이런 결혼을 꿈꾸지 않았다
김병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사모님 우울증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힐링’이라는 단어만큼 사랑받는 단어가 있을까. 작년 한해 방송계, 출판계 등에서는 ‘힐링’과 관련된 수많은 창작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SBS '힐링캠프'를 즐겨보는데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스타들이 허심탄회하게 굴곡진 인생과 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보면 시청자도 저절로 힐링됨을 느끼곤 한다.

 

우울증은 생각하기에 따라 심각한 병일 수도 있지만 고치지 못할 병도 아니다.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주부 우울증 사례와 처방들을 보며 ‘힐링캠프’를 보듯 힐링의 감정을 느꼈다. 단순히 언어적 처방을 넘어 멋진 그림과 함께 훌륭한 해석을 듣고나면 고리타분한 방법론이 아닌 마음을 어루만지는 평안함을 느끼게 된다. 미술, 음악 등 예술분야가 인생에 꼭 필요한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향유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이 책에서 우울증 처방을 위해 곁들여진 그림 및 해석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이중구속’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똑바로 얘기하지 않고 진의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말하는 태도를 이른다. 내가 아는 분 중에서도 ‘이중구속’ 화법을 즐기는 분이 있다. 이런 화법의 장점은 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구조라는 것. 어떤 질문에 Yes라고 대답해놓고 정작 그대로 하면 No의 불평을 늘어놓는다. 말은 Yes인데 표정은 No인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저자가 소개한 그림처럼 팔이 나무로 변신해 도망갈 수 없는 여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상대의 말에 신뢰를 할 수 없기에 그의 말은 가시처럼 나를 찌른다. 아이들과 달리 거짓말이 때론 배려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쉽게 나오는 현상이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의 의사소통 방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바꾸기는 더 어렵다. 그냥 이중구속 어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말할 때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숨겨져 있다고 전제하는 편이 낫다. 상대의 진의를 너무 신경쓰는 것은 좋지 않다. 나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갈등이 덜할 수 있다.

 

이 책을 쭉 읽어보며 우울증 해법의 공통점을 찾았다. 그냥 내버려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상대방의 감정이든 내 감정이든 내버려두자. 자신은 상대방을 배려해서 직언을 해줘도 상대방은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배려있는 행동에도 상대방은 “너무 예민한거 아냐?”라고 말하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렇듯 상대방에게 과도한 애정을 쏟아봤자 자신만 상처받을 뿐이다. 보통 주부들은 누군가를 돌보고 배려해야 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 헌신이 곧 생활이 돼 누구보다도 우울증에 노출되기 쉬운게 주부들이다. 남편, 아이들의 경우 가정주부의 돌봄을 받지만 가정주부들은 누가 배려해주는가.

 

이 세상에서 최고의 앎은 무엇인가. 바로 내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타인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자. 타인에 대해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도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자. 설령 올바른 해결책이 보이더라도 조언은 삼가자. 때론 상대방도 나도 침묵이라는 방법을 통해 힐링받는 경우가 있다. 해결책을 준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서로 상처받지 않는다면 나를 위해 투자할 에너지가 생긴다. 이것이 우울증에 대한 최고의 해법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면 살수록 ‘내가 다 이해할 수 없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큰 지혜인지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이런 지혜를 더 공고히 가슴에 새기게 해준 좋은 ‘힐링 교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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