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데이비드 제임스 덩컨 지음, 김선형 옮김 / 윌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낚싯대를 메고 산으로 간 거스 오비스턴은 왜?

 

자연은 위대하다. 특히 물은 모든 것들을 포용한다. 수없이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다시 내놓는다. 평소 낚시를 좋아하는 내 동생은 낚시의 매력을 이렇게 얘기한다. “낚시는 기다림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물과 기다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는 낚시. 이 둘이 합쳐져 진지하면서도 의미있는 여행이 시작된다. 바로 거스 오비스턴의 낚시여행 말이다.

 

이 책에는 낚시 용어가 많이 나온다. 특히 아버지 헤닝 헤일 오비스턴과 어머니 캐롤라이나 카퍼가 만나게 된 이야기, 그들이 나누는 논쟁은 수많은 낚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플라이 낚시꾼인 아버지 H2O는 꼼꼼하면서도 자신만의 철학이 분명한 사람이다. 반대로 어머니는 다혈질에 윽박지르기를 좋아한다. 비논리적이지만 결국 아버지를 이겨먹는다. 동생은 또 어떠한가. 빌 밥 오비스턴은 매우 철학적이다. 형에게 수많은 철학적 명제를 제시하고 답도 내놓는다. 이런 가족들 사이에서 거스는 자연히 낚시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낚시에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밑에서 자란 거스 오비스턴에게 어쩌면 낚싯대를 메고 떠나는 행위는 당연한 여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플라이 낚시를 할지 말지부터 물고기에 대한 수많은 논쟁들을 지켜보며 그는 다만 ‘낚시 행위’ 자체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커졌는지도 모른다. 낚시는 중독성이 있는 행위다. 어떻게 하면 물고기를 더 잘 잡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지 생각도 해야 하지만 이런 잡스러운 생각이 많아지면 삶은 피폐해진다. 거스는 오두막집에 살며 낚시만 하면서도 정신이 피폐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낚시를 하다가 죽은 시체의 손을 낚는 장면이 기억난다. 작가는 어쩌면 그의 피폐해진 정신세계를 투영해서 이 장면을 썼는지도 모른다. 낚시만 전념하다보니 수없이 많은 종류의 물고기를 낚게 된다. 그만큼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스 오비스턴의 욕심은 끝이 없어진다. 무한한 욕망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가 낚은 것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어떤 남자의 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손이든 물고기든 중요하지 않다. 혼자만의 시간에서 그가 느낀 것은 동생 빌 밥 오비스턴과 대화한 내용으로 더 큰 의미부여가 된다. 우리의 그림자는 우리의 또다른 쌍둥이다. 그래서 내 자신이 늙어가는 동안 쌍둥이는 젊음에 가깝게 된다. 그렇게 하나가 없어지는 동안 하나는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한다. 물고기, 바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만물의 경계는 희미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자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왜 아마존 닷컴 베스트셀러로 읽혀졌는지 이해하게 됐다. 읽는 내내 내가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자연과 더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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