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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정의 시대
권국주 지음 / 어문학사 / 2013년 8월
평점 :
다시, 열정의 시대
한창 경제발전을 이룩하던 한국은 ‘가진 것이 없기에, 이제 가질 일만 남은 시대’를 보냈다. 그때는 노력만 하면 상대적으로 얻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청사진으로 가득했다. 가히 ‘열정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국내 노동자들이 하던 일들을 외국 노동자들이 대체하고 있다. 땅 덩어리는 한정돼 있는데 광물자원은 없고 실업률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런 시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예전보다 얻는 게 별로 없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저자는 아마도 자신이 ‘열정의 시대’에 신세계 그룹에서 경험하며 얻은 자신감과 추진력, 열정을 보여주며 다시금 열정을 불태울 동인을 제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신세계에서 백화점, 이마트 등을 만들며 겪은 스토리들이 담겨 있다. 유통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처음부터 차근히 읽어나간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마트는 나도 자주 이용하는 할인매점인데 지금까지 마트 이름에 왜 ‘이’가 붙었는지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이마트’라는 것이 단일명사화됐다. 친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이마트가 지향하는 가치들이 ‘이’라는 글자에 담겨있었다. Every Low Price(상시 저가), Easy Shopping(용이한 쇼핑), Easy Counting(용이한 계산), Economic(가계 절약)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이마트의 장점들이 잘 녹아있는 것 같다. ‘이름 하나를 짓는데도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는구나’하며 새삼 이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할인매장이 등장한 시대적인 배경도 공감이 됐다. 96년 유통개방을 앞두고 새로운 유통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됐다. 승용차도 대량 보급됐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일주일에 한번 한꺼번에 장을 보는 트렌드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한 곳에서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이 더 편해져 재래시장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진 것이다. 냉장고 크기가 커진 것도 한 몫을 했다고 한다. 90년대부터 가정용 대형 냉장고가 집중 보급돼 신선식품을 일주일 치씩 구매해도 보관에 문제가 없었다. 어쩌면 새로운 업태가 생기기 전에 여러 배경과 흐름을 잘 눈여겨본다면 새로운 트렌드, 돈이 되는 트렌드가 눈에 보일 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대형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 얼마 전 기사에서 스타벅스에서는 커피가 아닌 안락한 분위기를 판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커피 가격은 비싸지만 도심 속에서 잠시 쉼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한국 스타벅스 1호 매장이 이화여대에 있다고 한다. 이화여대에 갈 일이 많은데 그곳 스타벅스 매장이 1호점이라니 새롭게 보였다. 아무튼 1호점 개장을 앞두고 어디에 1호점을 열지 고민했다고 한다. 스타벅스의 경우 로고가 특이한데 그 로고는 텀블러, 컵에도 찍혀있다. 여대생들의 경우 고급스러움에 대한 과시욕이 있기 때문에 이 컵을 들고 거리를 활보해주면 자연스레 스타벅스 광고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런 비화를 알고보니 유통업이라는 것이 도전과 기회의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유통서적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