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헌법 - 결정적 순간, 헌법 탄생 리얼 다큐
김진배 지음 / 폴리티쿠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두 얼굴의 헌법

-그 놈의 헌법, 우리의 헌법

 

이 책은 원래 <그 놈의 헌법, 우리의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될 뻔 했다고 한다. <두 얼굴의 헌법>이라는 제목에서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의미가 확 느껴지지 않는가. 말 그대로 헌법의 탄생과 수난사까지 구구절절 그 과정을 담은 책이다. 어떻게 옛날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부분도 있지만 과거사가 실망스런 부분도 많았다. 지은이는 여든에 이 책을 냈는데 법대를 나와 기자를 했고 수많은 헌법의 수난사를 목도하며 느낀 바가 많았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깨알 같은 그래서 일기 같으면서도 소설같은 헌법의 탄생과정, 수난과정을 볼 수 있다.


헌법은 법 중에서도 가장 상위의 법으로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룬다. 추상적인 조항이 많아서 해석의 여지도 많고 어렵기도 하지만 국민의 다양한 의무와 권리 조항이 있기에 중요한 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으로서 권리를 수행하려면 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하지 않는 것’이 법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이 어떤 과정에서 두 얼굴을 가지게 됐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우면서도 한번 쯤은 국민들이 공부해야 할 과정이 아닐까 싶다.

 

이승만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이 되며 헌법의 기초를 다지던 시기의 내용들이 생각난다. 마치 소설을 읽듯이 구성돼 읽기에 편했다. 처음에는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려고 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독불장군처럼 대통령제를 주장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는데 처음 나라를 세우고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원 대다수가 내각제를 원했지만 대통령제로 수정하며 끌어다 쓴 논리는 이러했다. 건국 초기에 무엇보다 정부의 안정성, 정치의 강력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장단점이 서로 극명하게 다른데 대통령제가 혁명의 위험성을 안고 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초반 국정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일인의 독단적인 결정과 힘은 후에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감을 주게 된다. 헌법을 지키면 헌법이지만 지키지 않으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1948년 5월10일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 사진을 보니 흥미로웠다. 한글이 쉽다지만 문맹률은 30%에 달했다고 한다. 후보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로 써도 알아보기 힘들어 결국 숫자 대신 막대기 표시를 이용했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 잘 나가는 한국도 그때는 초라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보통 선거의 시작이었고 이런 걸음마 과정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 이승만 정권에서 마련한 헌법에 여성 조항이 없다고 건의했던 의원이 있었다는 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서 대한이 부정적인 뜻이 있다며 반대했다는 사연 등은 우리나라의 시초로서 알아두면 좋을 상식들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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