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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대체로 고뇌하고 방황하며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위안을 주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진정한 자아와 조화를 이루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데, 이 책은 헤세의 작품 중에서 삶의 중요한 세 가지 주제인 인생, 사랑, 예술 분야의 글들을 엄선해 옮겼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인생이나 가치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 나와 좋았다. '시에 대하여' 부분을 보면 시 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젊었을 적에는 좋은 시와 나쁜 시를 바로 평가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떤 시가 제시됐을 때 그 시를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완전히 망설이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저자의 일련의 생각들에 대해 들여다보니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기존의 기준으로는 좋은 시는 이미 충분히 있었고 오히려 서툴거나 분명한 결점을 가진 시가 감동을 주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껏 사랑하던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시도 얼마쯤 퇴색하고 유형적인 것으로 보이는 때가 오는 것이다. 시각이 확장되며 세상에 틀린 시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예술이란 정답이 없다는데 정답이 없는 분야에서 어떤 시를 가지고 나쁜 시라고 못박는 것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쉽게 무언가를 판단하는데 긴 시간 배열에서 보면 꼭 나쁜 것을 쓸모 없는 것이라고만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헤세의 작품들이 매력적인 것은 삶은 저마다 충분히 빛나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것이라는데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1900년의 일기' 부분에서는 호수의 색채의 희롱과 비밀을 탐지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 아름다운 호수를 천천히 거닐며 풍경들을 보는 것을 즐기는데 그 색채와 느낌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는 한다. 저자는 그것들을 마침내 말로 옮겨 시로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지 자문해보는데 그런 생각과 노력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음악으로 표현할 방법을 생각해보는데 저자의 경우 말로 옮겨 시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다. 방법은 다르지만 멋있는 자연을 감상하고 그것을 예술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노력, 특히 우리가 평상시 일상에서도 쓰는 '언어'를 통해서 그 작업을 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상상이 안 되지만 꽤 특별한 시도로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며 평상시 해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좋았다. 때로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나와 시공간이 아주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과 간접적으로라도 대화해보는 독서라는 행위가 많은 것들을 깨닫고 생각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