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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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집으로 돌아간다. 일을 하러 나갔다가도 집으로 가고 여행을 갔다가도 집으로 간다. 친구를 만났다가도 집으로 가고 공부하러 나갔다가도 집으로 간다. 날마다 그렇게 한다. 날마다 그렇게 하는 행위들에, 습관들에 특별한 이유를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다. 맨 처음에는 모든 것을 배우는 시기에는 왜 그러는지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들에 대해 왜 그런지 이유를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유는 없고 행위만 남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저자는 그 습관적인 행동들이 왜 그런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 안녕, 오늘아'를 보면 '이제는 나 반짝이지 않아도 좋아, 억지로 환하고 밝지 않아도 좋아'라는 표현이 나온다. 반짝이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 종일 밝은 세상 속에서 살았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어둡고 불안했으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는 반짝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묘하게 위안이 됐다. 어두운 것을 대놓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밝은 것이 좋다. 반짝이고 밝은 것이 좋아 낮에는 밖에 나가 나도 밝은 것처럼 반짝이는 것처럼 살지만 결국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억지로 환하고 밝지 않아도 좋다고 표현된다.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좁은 땅덩어리 속에서 경쟁이 치열한 나라이다. 많은 이들이 좀 더 자신이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자신의 반짝임을 내가 주장하지 않아도 알아서 세상이 알아줬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 불안하고 어두운 마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집에서는 나의 반짝임을 주장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부모님이 있고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선택할 자유가 있다. 이런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이유를 분석해보니 당연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또한 '화분 식물'이란 시에서는 잘 자라지 않고 쉽게 시드는 식물의 경우 거름이나 햇빛 부족이 아니라 물 과잉이 원인이라며 우리 삶도 그렇다는 내용이 나온다. 음식도 물건도 풍족한 시대에 과거에 비하면 너무나도 풍족해 만족만 하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과잉이 문제라니 다시금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된다. 부족도 문제고 과잉도 문제고 둘 다 문제점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양상은 좀 다를 것 같다. 그렇다면 과잉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들게 된다.

시를 읽으면 글자에도 여백이 있지만 생각에도 여백이 있어 내 삶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자유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무리 과잉의 시대라지만 과잉으로 살지 부족으로 살지 중간자적인 삶을 살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런 생각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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