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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칸 책 (오렌지) - 개정판 ㅣ 나의 빈칸 책 1
이명석, 박사 지음 / 홍시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동안 빠지지 않고 한번쯤은 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선생님이 나눠주는 종이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이는 것이었다. 질문과 빈칸에 나에 대한 정보를 써봄으로써,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취지가 있었던 이것은 실제로는 시간 떼우기용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별히 깊은 사고력을 논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진지한 답을 쓰든 그렇지 않든 선생님들은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기를 반복함으로써 무언가를 깨우쳐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없었다. 나는 늘 막연함. 지루함. 식상함만 느꼈다. 몇개 안되는 질문들에 매번 비슷하기만 하고, 톡톡튀는 것은 전혀 없었던 것들에서 특별히 나를 되돌아보고 하고 말 것도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것은 왜 하는 것이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따져 물어도 매번 같은 답변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를 끝으로 매번 반복되는 질문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또다시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삶에 대한 물음, 나에 대한 물음의 반복이 또 다시 나를 괴롭혀왔고, 학창시절과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늘 해왔던 식상한 질문들은 너무도 싫었기에, 새로운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눈에 띄는 한권의 책이 보였다. <나의 빈칸 책>
두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같은 내용이지만 겉표지는 달랐다. 주황색과 파란색계통. 둘다 확 튀지는 않지만 너무 칙칙하지도 않은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니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았다. 책을 얇은 커버로 씌어놓은것과, 심플한 겉표지 안에는 알록달록 색색의 디자인이이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흠잡을데 없었지만, 빈칸으로 가득차 내가 직접 채워가는 공간들로 이뤄질 책인데 불구하고 값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는게 아쉽다. 선뜻 지르기에는 조금 부담감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심리테스트나 잡지책 같이 한 두번 보고 그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던 것이다. 몇번 들춰보고 펜으로 끄적이다보면 쉽게 질리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너무도 많은 질문들이 있었기에 그런 걱정은 조금 덜어도 될 것 같다. 아주 사사로운 것에서부터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보는 주제들이 시간떼우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
빈칸을 채워가며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나의 빈칸 책>
빈칸에 나에 대한 정보를 끄적거릴 수 있는 다른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풍부한 주제들과 함께, 딱딱한 배치가 아닌, 자유분방하면서도 정돈된듯한 디자인이 돋보였던 이 책은 편하게 끄적거릴 수 있도록 곳곳에 신경을 쓴 것이 좋았다. 사용방법에서부터 세세하게 설명해준 점이 좋았던 이 책의 사용방법은 펜을 들어 생각나는 것을 마구 끄적이는 것이라지만, 왠지 펜을 먼저 들이대기에는 아까운 책이었다.
연필로 조심조심 생각나는 것에만 끄적거리기 시작하던 것이, 어느순간부터는 인터넷을 뒤적이기도 하고, 어린시절 앨범과, 상장들을 뒤적여보기도 하면서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던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끝이 없는 이 책은 나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는 세월 동안 틈틈이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을 써내려가며, 더 채워나가도 모자른 책이기에 -
다 끝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 책은 시간떼우기 이상으로 멋진 책이었다. 나에 대한 자료를 다시 들추어가며 하나씩 찾아보고 옛날일을 회상하며 기록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뜻깊었던 이 책은 두고 두고 써내려가야할 것 같다. 끝으로, 독특하고 재밌었던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상대방에 대한 궁금함이 많은 사람에게 권한다. 이 책을 서로에게 선물한뒤 후에 바꿔 읽어보면 사소한것에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훗날의 남자친구에게는 꼭 한권 사서 다 써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