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 - 여섯 아이를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로 키운 자녀교육 비결
전혜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하버드, 예일대 이름만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학교에 여섯 자녀 모두를 보냈다는 기사 제목을 보자마자 클릭하였다. 어떤 특별한 내용이 있을까 기대했지만 특이한 것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부모님이 아이를 믿어주고, 칭찬하는 내용들은 여느 책에서와 같았다. 늘 그렇듯 조금 식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을 실천했기에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고 좋은 대학을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본 뒤 며칠 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책을 발견했다. "여섯 자녀 모두 하버드, 예일 대 졸업, 한 가족이 11개 최고 학위 취득!" 이라는 문구를 보니 일전에 본 내용이 전혜성씨를 말하는건가 싶었다.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때마침 이런 책도 발견하게 되는 걸 보면 그 때 그 기사와 관련있는 거겠구나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서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했던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조금은 지루했던 책이었다.

"부모가 먼저 제대로 서야 자녀가 훌륭하게 성장한다"

 <엘리트보다는 사람이 되어라> 제목만 보면 대강 어떤 내용이겠구나 알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전혜성씨가 여섯 자녀를 키우면서,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중요시 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들과 그녀의 힘겨운 육아생활과, 고군분투했던 삶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바쁘게, 시간을 쪼개서 생활했던 일들이 자세히 쓰여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녀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이 책은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첫번째로 여섯 아이를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로 키운 자녀교육 비결에 대해서 이렇다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해라 형식의 글이 몇 가지 있을 뿐, 생각했던것과는 다르게 폭 넓게 설명되어 있는 책은 아니었다. 거기서 거기인 내용을 쓰느니 핵심만 짚어내겠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겠다. 목차에서 주는 강렬한 인상과는 다르게 내용은 크게 기억에 남을 만한 게 없었다.

 두번째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듯보였는데도 뜬금없는 이야기가 종종 있었다. 순서를 잘 못 읽었나 싶었는데, 내용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얽혀있는 실타래같은 느낌이 뭔가 풀어내고 싶게끔 만드는게 답답했던 것만 제외하면, 그 밖에는 그녀의 뚜렷한 인생관과 목표의식이 확실해서 방향설정이나 굳은 다짐을 하게하는데 있어서는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를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시키는 오센틴 리더십의 4가지 원동력> 
 

1. 부모의 인생부터 제대로 세워라 
부모 스스로 인생에 대한 답이 없다면, 아이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언제나 추구해야 할 명확한 목표를 갖고, 그 과정에서 치열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2.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공부보다 인생의 목적을 가르쳐라 
단순히 교과 과정에 대한 공부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평생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가치관을 심도록 도와주자

3. 재주가 덕을 앞서지 않아야 한다
나만의 이익이나 요구를 추구하기보다는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환영받을 수 있는 도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모가 이끌어주어야 한다

4. 세계적인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라
나와 다른 사람, 나의 기준과 다른 가치가 세상 어디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나만 옳다는 것이 아니라 남도 옳을 수 있다는 가치를 깨닫게 하는 것, 이것이 아이를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하게 하는 첫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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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의 유쾌한 은행강도들! 그들이 다시모여 두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4명의 은행강도들 (나루세, 교노, 구온, 유키코)- 그들에게도 직업은 있고 하는 일은 있다. 은행털이범이라고 하여 은행을 터는 것외에는 일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고 먹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 책 속에서 교온과 구노의 이미지는 유쾌하지만 어딘가 틀에 얽매여 일을 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두 인물에게서는 딱히 하는 일을 찾아볼 수 없다. 수다쟁이 아저씨, 소매치기를 잘하는 청년 정도랄까.

 사설을 줄이고, 4명의 등장인물이 하는 일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와 같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나루세, 비정규직일을 맴도는 유키코, 카페 운영을 하는 교노, 아리송한 일을 하는 구온! 이들 4명은 각각 다른일을 하고 있어서 서로 연관성은 없어보이지만, 중반부를 거쳐 후반으로 지날수록 하나의 사건을 통해 얽히기 시작한다. 

<간략한 줄거리>

 가나가와 현의 시청 4층 지역생활과에 근무하는 오쿠보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거대 약국 체인점의 사장 딸로서,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탓에 어리숙하고 철이 없지만 그에게는 너무도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다. 그러던 어느날, 결혼을 쉽사리 허락해주지 않는 부모에게 반항을 하던 그녀는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녀에게서 연락이 없어지자 불안한 마음이 앞서는데 ......

 나루세 일행은 어느때와 다름없이 은행을 털지만 그곳에서 또 하나의 유괴사건 현장을 마주 하게 된다. 공연한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지만 이내 나루세는 그 유괴사건에서 낯익은 사람을 보게 된다. 오쿠보의 여자친구, 약국 체인점 사장의 딸! 그는 어쩐일인지 이 일에서 그녀를 구해주고자 한다. 은행털이가 아닌 유괴범으로 부터 아가씨 구출해내기! 쌩뚱맞은 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4인조 강도단에서 유괴범을 구출해내는 사람들이 되버린 그들의 이야기에서 주목해볼 것은 크게는 두가지다. 하나는 그들이 유괴사건 일에 참여하게되기까지 개개인이 겪은 일상의 사사로운 사건들이 이번 일과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먹이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일렬의 이야기가 볼만하다. 두번째는 한치 앞을 더 내다볼 줄 아는 나루세의 반전이다. 깜짝 놀랄만큼 대단한 반전은 아니지만, 그의 재치있는 반전을 생각하면 읽어볼만하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와 비교했을 때 그들의 사사로운 일상 속 모습들을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교노가 툭툭 내던지는 가시돋힌 말이 없어서 아쉽다.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전편에 비해서는 없었지만, 유쾌한 이야기는 그대로 지속되는 만큼, 명랑한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 밑줄긋기>

"자네 그거 아나? '유리집에 사는 사람들은 돌은 던져서는 안된다' 라는 속담이 있는데." 
"생전 처음 듣는 말인데요."
"유리로 만든 집에 사는 사람이 돌을 던져 봐. 밖에 있는 사람 역시 그곳으로 돌은 던지겠지. 그럼, 자기 집은 곧 산산 조각 나는 거지. 약점을 갖고 있는 인간은 상대를 비판해서는 안 돼. 역으로 비판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교훈이야." 
"그런가?" 
"이건 내 생각인데, 가만 보면 유리집에 사는 사람일수록 또 돌을 던지는 경향이 있어."  - p84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알을 깨지 않으면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는 말 알아요?" 
"그게, 무슨 ......"
"상처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죠. 오믈렛을 만들고 싶으면 알껍데기는 깰 수 밖에 없다.  
의역하자면 지레 겁부터 내지 말고 무슨 일이든 해보라는 의미겠죠."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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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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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것이 있었다. 2009년 8월에 있었던 일로 <2분 새 820억원을 털어간 보석강도단!> 이라는 기사였다. 영국 최대규모의 보석강도단이라고 하니 관심이 갔지만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여느 강도단과 비슷한 패턴으로 도둑질을 하고 나왔을 뿐이다. 다른점이 있다면 인질에게는 어떠한 해도 입히지 않았다는 것 정도.

 보석 강도단의 이야기를 잠깐 하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건 당일, 범인들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매장에 들어선 뒤 권총까지 꺼내 들고 직원들을 위협해 보석을 모두 싹쓸이한뒤, 여직원을 인질로 잡고 밖으로 나간다. 이후 매장 밖에 세워 둔 파란색 BMW 승용차까지 이동, 이어 인질을 풀어주고 달아났다는 것이 끝이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사를 보면서 실제로도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싶어서 슬며시 웃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기사가 문득 생각난데는 이사카 코타로님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를 읽었기 때문이다. 무슨 상관일까라고 따져묻는다면 강도라는 공통점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몇가지 덧붙인다면, 말끔한 양복과 함께, 인질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은 명랑한 갱이야기를 지금부터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4명의 은행강도 그들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스토리!

"저 남자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나루세 : 인간 거짓말 탐지기, 앞일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갱의 리더
"내가 언제 말 길게 한 적 있냐?" - 교노 : 달변가. 자칭 잘 나가던 권투선수. 타칭 수다쟁이
"영화가 끝나는 건 앞으로 1,231초" - 유키코 : 오차율 0% 체내 시계를 가지고 타고난 갱의 홍일점. 당찬 싱글맘
"인간이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보는 것보다 개한테 물려 죽는 사람을 보는 편이 낫죠" - 구온 : 소매치기의 천재, 동물애호가 

 산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앞일을 볼 줄 아는 리더 나루세를 비롯하여 교노, 유키코, 구온은 4인조 은행 털이범이다. 각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모여 은행을 터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하생략)

 이 책은 스릴감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톡톡 내뱉는 가시가 있는 말들을 눈여겨볼만하기에 영화보다는 책을 권하는 바다. 여럿 등장인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노와 나루세이다. 두 사람의 생각들이 이 책에서 큰 매력 중 하나로 뽑을 수 있을텐데, 이유인 즉 두 사람의 말에서는 사회적인 이슈와 인간의 약점 및 오점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그 예들의 일부분이다.
   
- 가짜들 가운데 진짜 하나를 섞어두면 사람들은 전부 진짜라고 여긴다.
- 죽어 마땅한 인간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이 나한테는 더 공포다.
- 말만 거창하게 하는 정치가가, 나라의 경기도 회복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잘리지도 않고 질기게 붙어 있는 걸 보면, 그 쪽이 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야. 칼에 찔려 죽은 시체는 그에 비하면 심플하지.


 곳곳에 배치된 비유들이 무척이나 많은 이 책은 은행강도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회 병폐에 대한 메시지가 참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던져진 풀고나가야 할 그물들을 이사카 코타로는 매력있게 전달하고 있는만큼, 진중한 문제의식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단순한 재미 그 이상으로 많은 걸 안겨주었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인상깊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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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칸 책 (오렌지) - 개정판 나의 빈칸 책 1
이명석, 박사 지음 / 홍시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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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동안 빠지지 않고 한번쯤은 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선생님이 나눠주는 종이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이는 것이었다. 질문과 빈칸에 나에 대한 정보를 써봄으로써,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취지가 있었던 이것은 실제로는 시간 떼우기용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별히 깊은 사고력을 논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진지한 답을 쓰든 그렇지 않든 선생님들은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기를 반복함으로써 무언가를 깨우쳐준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없었다. 나는 늘 막연함. 지루함. 식상함만 느꼈다. 몇개 안되는 질문들에 매번 비슷하기만 하고, 톡톡튀는 것은 전혀 없었던 것들에서 특별히 나를 되돌아보고 하고 말 것도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런 것은 왜 하는 것이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따져 물어도 매번 같은 답변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를 끝으로 매번 반복되는 질문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또다시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 삶에 대한 물음, 나에 대한 물음의 반복이 또 다시 나를 괴롭혀왔고, 학창시절과 같은 질문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학교에서 늘 해왔던 식상한 질문들은 너무도 싫었기에, 새로운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눈에 띄는 한권의 책이 보였다. <나의 빈칸 책>
 

 두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같은 내용이지만 겉표지는 달랐다. 주황색과 파란색계통.  둘다 확 튀지는 않지만 너무 칙칙하지도 않은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니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았다. 책을 얇은 커버로 씌어놓은것과, 심플한 겉표지 안에는 알록달록 색색의 디자인이이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흠잡을데 없었지만, 빈칸으로 가득차 내가 직접 채워가는 공간들로 이뤄질 책인데 불구하고 값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는게 아쉽다. 선뜻 지르기에는 조금 부담감이 오는 것이 사실이다.


 심리테스트나 잡지책 같이 한 두번 보고 그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던 것이다. 몇번 들춰보고 펜으로 끄적이다보면 쉽게 질리지는 않을까? 생각했지만 너무도 많은 질문들이 있었기에 그런 걱정은 조금 덜어도 될 것 같다. 아주 사사로운 것에서부터 과거와 미래를 생각해보는 주제들이 시간떼우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
 

빈칸을 채워가며 나를 하나씩 알아가는 <나의 빈칸 책>


 빈칸에 나에 대한 정보를 끄적거릴 수 있는 다른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렇게 많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풍부한 주제들과 함께, 딱딱한 배치가 아닌, 자유분방하면서도 정돈된듯한 디자인이 돋보였던 이 책은 편하게 끄적거릴 수 있도록 곳곳에 신경을 쓴 것이 좋았다. 사용방법에서부터 세세하게 설명해준 점이 좋았던 이 책의 사용방법은 펜을 들어 생각나는 것을 마구 끄적이는 것이라지만, 왠지 펜을 먼저 들이대기에는 아까운 책이었다.
 

 연필로 조심조심 생각나는 것에만 끄적거리기 시작하던 것이, 어느순간부터는 인터넷을 뒤적이기도 하고, 어린시절 앨범과, 상장들을 뒤적여보기도 하면서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던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그러나 아직도 끝이 없는 이 책은 나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가는 세월 동안 틈틈이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것을 써내려가며, 더 채워나가도 모자른 책이기에 -


 다 끝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이 책은 시간떼우기 이상으로 멋진 책이었다. 나에 대한 자료를 다시 들추어가며 하나씩 찾아보고 옛날일을 회상하며 기록하고 미래를 그려보는 뜻깊었던 이 책은 두고 두고 써내려가야할 것 같다. 끝으로, 독특하고 재밌었던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상대방에 대한 궁금함이 많은 사람에게 권한다. 이 책을 서로에게 선물한뒤 후에 바꿔 읽어보면 사소한것에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훗날의 남자친구에게는 꼭 한권 사서 다 써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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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 말하겠다. 이유인 즉, 자신의 재능이 손짓하는 길로 쉽게 들어갈 수 있으며, 어둡고 깜깜한 길이 아닌 환한 빛이 보이는 길로 갈 확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랬더라면 보다 인생을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타고난 재능을 마음 껏 펼치기만 하면 되는 그들이 어떤 고통을 가지고 있을까 상상하는 사람들이 얼마 없다. 대부분은 일찍이 재능을 발견했으니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 그 재능으로 인해서 불행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엇이 불행하게 느껴지겠는가? 앞길이 탄탄대로인 그들의 삶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아닌,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최상의 차를 몰고 갈게 불 보듯 뻔한데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아이의 삶도 이와 같은 느낌을 가져다준다. 소리에 대해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루트비히는 어린시절부터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 깊은 곳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자신이 소리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어느순간 이 소리들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이르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칭송을 받게 된다. 감추려 했지만, 드러나는 그의 무서운 재능 앞에서 두 손 두 발 들게 된 부모님은 그를 음악학교에 보내기에 이른다.

 누가 뭐래도 소리와 관련되어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던 그는 음악학교의 생활에서 무언가 빠진 소리를 찾아 나서기에 이른다. 사랑의 소리를 찾아 나선 그는 머지 않아 자신으로 하여금 여자들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괴로워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진실을 알고 싶었던 루트비히는 많은 방황 끝에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을 듣게 된다. 믿기지 않지만 그는 반박하지 못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음악의 길을 포기할 수 없어 잔혹한 살인을 계속 하기로 마음 먹는다.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의 대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비극적인 로맨스의 원형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
켈트족의 전설에서 비롯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은 코르누알레스의 마크 왕인 숙부와 결혼시키기 위해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호위하던 트리스탄이 공주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에게 트리스탄이 죽임을 당하고 이졸데 역시 죽는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루트비히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와 함께 사랑을 나눈 사람들은 죽어가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던 그는 어느날,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고통의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그들이지만, 사랑을 함께 하면 죽음을 해야 하는 두 사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만남이 이뤄진 것. 최고인 동시에, 최악으로 두 사람의 행복한 순간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장면은 축복이자 저주였던 그들의 재능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시련이 있다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난 그들을 보면 시련 따위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도 최악이라는게 있기나 할까? 치명적인 약점은? 머리를 쥐어짜봐도 그들에게서 아킬레스건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런게 조금 샘나서, 치명적인 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무엇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마음을 아프게 하는걸까? 이 책이 던져주는 답은 '사랑' 이다.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기욤 뮈소님이 책을 낼 때마다 강조했던 것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랑'이며, 그 무엇도 이것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세상에 사랑만큼 기분 좋은 것도, 고통 스러운 것도 없다는 말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이 책은 잔혹하지만, 가슴 시린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따라 한편의 멋진 연극을 보고 싶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지금 당장 오페라를 보러 가게끔 만드는 큰 힘은 없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어서 인상깊었다. 음악의 역사와 관련해서 머리를 식힐 때 읽어보면 좋을 책 <소리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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