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 말하겠다. 이유인 즉, 자신의 재능이 손짓하는 길로 쉽게 들어갈 수 있으며, 어둡고 깜깜한 길이 아닌 환한 빛이 보이는 길로 갈 확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랬더라면 보다 인생을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타고난 재능을 마음 껏 펼치기만 하면 되는 그들이 어떤 고통을 가지고 있을까 상상하는 사람들이 얼마 없다. 대부분은 일찍이 재능을 발견했으니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 그 재능으로 인해서 불행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엇이 불행하게 느껴지겠는가? 앞길이 탄탄대로인 그들의 삶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아닌, 쭉 뻗은 고속도로에서 최상의 차를 몰고 갈게 불 보듯 뻔한데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아이의 삶도 이와 같은 느낌을 가져다준다. 소리에 대해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루트비히는 어린시절부터 온갖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 깊은 곳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자신이 소리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어느순간 이 소리들을 그대로 표현하기에 이르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칭송을 받게 된다. 감추려 했지만, 드러나는 그의 무서운 재능 앞에서 두 손 두 발 들게 된 부모님은 그를 음악학교에 보내기에 이른다.

 누가 뭐래도 소리와 관련되어서는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던 그는 음악학교의 생활에서 무언가 빠진 소리를 찾아 나서기에 이른다. 사랑의 소리를 찾아 나선 그는 머지 않아 자신으로 하여금 여자들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괴로워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진실을 알고 싶었던 루트비히는 많은 방황 끝에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을 듣게 된다. 믿기지 않지만 그는 반박하지 못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음악의 길을 포기할 수 없어 잔혹한 살인을 계속 하기로 마음 먹는다.

18세기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의 대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비극적인 로맨스의 원형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
켈트족의 전설에서 비롯된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설은 코르누알레스의 마크 왕인 숙부와 결혼시키기 위해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를 호위하던 트리스탄이 공주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에게 트리스탄이 죽임을 당하고 이졸데 역시 죽는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
 
 루트비히의 목소리에 이끌려 그와 함께 사랑을 나눈 사람들은 죽어가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던 그는 어느날,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고통의 수렁 속으로 빠져든다.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그들이지만, 사랑을 함께 하면 죽음을 해야 하는 두 사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만남이 이뤄진 것. 최고인 동시에, 최악으로 두 사람의 행복한 순간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장면은 축복이자 저주였던 그들의 재능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시련이 있다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난 그들을 보면 시련 따위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도 최악이라는게 있기나 할까? 치명적인 약점은? 머리를 쥐어짜봐도 그들에게서 아킬레스건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런게 조금 샘나서, 치명적인 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무엇이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며 마음을 아프게 하는걸까? 이 책이 던져주는 답은 '사랑' 이다.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기욤 뮈소님이 책을 낼 때마다 강조했던 것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랑'이며, 그 무엇도 이것이 없다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세상에 사랑만큼 기분 좋은 것도, 고통 스러운 것도 없다는 말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이 책은 잔혹하지만, 가슴 시린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따라 한편의 멋진 연극을 보고 싶기도 하고, 공연을 보러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지금 당장 오페라를 보러 가게끔 만드는 큰 힘은 없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어서 인상깊었다. 음악의 역사와 관련해서 머리를 식힐 때 읽어보면 좋을 책 <소리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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