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수많은 기사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것이 있었다. 2009년 8월에 있었던 일로 <2분 새 820억원을 털어간 보석강도단!> 이라는 기사였다. 영국 최대규모의 보석강도단이라고 하니 관심이 갔지만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여느 강도단과 비슷한 패턴으로 도둑질을 하고 나왔을 뿐이다. 다른점이 있다면 인질에게는 어떠한 해도 입히지 않았다는 것 정도.

 보석 강도단의 이야기를 잠깐 하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건 당일, 범인들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매장에 들어선 뒤 권총까지 꺼내 들고 직원들을 위협해 보석을 모두 싹쓸이한뒤, 여직원을 인질로 잡고 밖으로 나간다. 이후 매장 밖에 세워 둔 파란색 BMW 승용차까지 이동, 이어 인질을 풀어주고 달아났다는 것이 끝이었다. 마치 한 편의 잘 짜여진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사를 보면서 실제로도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싶어서 슬며시 웃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기사가 문득 생각난데는 이사카 코타로님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를 읽었기 때문이다. 무슨 상관일까라고 따져묻는다면 강도라는 공통점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몇가지 덧붙인다면, 말끔한 양복과 함께, 인질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많은 명랑한 갱이야기를 지금부터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4명의 은행강도 그들의 얼렁뚱땅, 좌충우돌 스토리!

"저 남자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 나루세 : 인간 거짓말 탐지기, 앞일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갱의 리더
"내가 언제 말 길게 한 적 있냐?" - 교노 : 달변가. 자칭 잘 나가던 권투선수. 타칭 수다쟁이
"영화가 끝나는 건 앞으로 1,231초" - 유키코 : 오차율 0% 체내 시계를 가지고 타고난 갱의 홍일점. 당찬 싱글맘
"인간이 개를 죽이는 장면을 보는 것보다 개한테 물려 죽는 사람을 보는 편이 낫죠" - 구온 : 소매치기의 천재, 동물애호가 

 산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며 앞일을 볼 줄 아는 리더 나루세를 비롯하여 교노, 유키코, 구온은 4인조 은행 털이범이다. 각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모여 은행을 터는 와중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하생략)

 이 책은 스릴감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톡톡 내뱉는 가시가 있는 말들을 눈여겨볼만하기에 영화보다는 책을 권하는 바다. 여럿 등장인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노와 나루세이다. 두 사람의 생각들이 이 책에서 큰 매력 중 하나로 뽑을 수 있을텐데, 이유인 즉 두 사람의 말에서는 사회적인 이슈와 인간의 약점 및 오점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는 그 예들의 일부분이다.
   
- 가짜들 가운데 진짜 하나를 섞어두면 사람들은 전부 진짜라고 여긴다.
- 죽어 마땅한 인간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이 나한테는 더 공포다.
- 말만 거창하게 하는 정치가가, 나라의 경기도 회복시키지 못하는 주제에 잘리지도 않고 질기게 붙어 있는 걸 보면, 그 쪽이 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야. 칼에 찔려 죽은 시체는 그에 비하면 심플하지.


 곳곳에 배치된 비유들이 무척이나 많은 이 책은 은행강도들의 이야기와 함께 사회 병폐에 대한 메시지가 참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던져진 풀고나가야 할 그물들을 이사카 코타로는 매력있게 전달하고 있는만큼, 진중한 문제의식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단순한 재미 그 이상으로 많은 걸 안겨주었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강렬한 표지만큼이나 인상깊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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