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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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의 저자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예술을 매개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한 흔적들이다. 우리 삶이 곧 예술이기에 그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했던 저자의 긴 여정 이야기를 함께 했다. 도처에 널린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흔히 미술작품에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 하나의 정답을 맞혀야 하는 일에 지나치게 반복되었기 때문일까? 작품을 보는 데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설명없이 바라보는 것이 난해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관점, 즉 나의 느낌대로 감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자유로운 감상을 통해 놀이의 의미로 받아들이라 말하지만, 나는 천문학적인 가치만을 놓고보는 현실이다.

"누군가가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라고 하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어떤 이간이 싸질러 놓은 하찮은 똥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저는 이 세상을 함께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세상에 싸놓은 똥. 그 정신적 똥을 파헤쳐 어떤 의미를 발견해 내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p181

작품 스스로 '나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으니, 작품의 의미는 오로지 그것을 보는 당신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창조된다. 정답과 오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물체(작품)를 보고 당신이 떠올린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누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중략)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점에 확신을 가져도 된다. 확신을 가져야 그 작품을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다. -p253

이해할 수 없는 작품들 사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맑고 순수한 눈으로 보는 것, 열린 마음 그것으로 충분할까? 도처에 널린 예술 작품을 이해할 길 없으나, 작가(화가)가 그려놓은 어떤 형상, 형태를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의 진심과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여러 목차 가운데 <모나리자>를 정말 보았는가? 하는 내용이 재미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본 기억은 무례한 사람들 틈에 휩쓸려 있던 약 1분간의 기억이다. 길게 늘어선 줄, 사진 찍느라 여념없던 사람들 틈에서 방문 인증샷 남기는 것을 끝으로 돌아섰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여유로운 감상을 하진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금 마주하고 싶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며 보는 것도 예술작품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진심의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인지되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고, 보지 않은 것과 같아진다. -p63 제대로 본 것이 아닌 스쳐지나간 것에 불과했지만 뇌리에 남아있는 기분좋음으로 충분하다.

예술작품 하나를 몸으로 만나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진심을 다해 보고 듣고 감각하며 생각하고 느끼는 체험을 했는가 묻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 체험의 과정 속에서 당신만의 독창적인 '의미가 내면에서 샘솟듯, 꽃피듯 생성되었다면, 그 작품은 평생 당신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당신 스스로 창조한 '의미'와 함께 생생히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작품은 당신의 기억 속에 생생히, 또렷이 남아 있는 '본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정신을,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구성할 것이다. -p62

"오늘 무엇을 볼 것인가 진심의 관심으로"

반복된 선으로 예술을 이야기하고, 길가에 핀 들꽃으로도 작품을 논할 수 있다. 삶 = 예술이라는 말은 우리가 무엇에 진심이고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빛과 어둠, 끝없는 창작, 남들이 알아주지 못해도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예술의 세계를 어렵게만 보지 말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더할나위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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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 차를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요즘다인 지음 / 청림Life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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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대한 이론과 자식이 아닌 그 시간을 담아낸 <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자신이 관심갖고 애정을 주고 있는 일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하곤 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누군가와 손편지를 나누고, 모임을 하게 된 것 등이 그랬다. 저자 또한 단순히 차를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함께하는 사람들과 분위기를 나눔으로써 그 즐거움을 배로 경험한다. 좋아하는 일을 혼자서 즐기는 것 못지 않게 여럿이서 공유한다면 색다른 일이 될 것이다.

일기일회 - 지금 이 순간은 살면서 단 한 번뿐이고, 지금 이 만남도 살면서 단 한 번. 다도에서 자주 쓰이는 이 말은 단지 만남이나 손님 대접을 할 때에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이 순간, 살면서 단 한 번인 지금을 얼마나 기쁘게 즐기는가 하는 점에서도 떠올릴 수 있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일기일회의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야말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38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카메라의 움직임과 의상 구성, 음악 구성, 연출을 모두 다 이해하면서 보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취향을 찾아 즐기는 것일 뿐, 차를 마시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현미녹차, 얼 그레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와 같은 홍차가 눈에 익숙하지만 생소한 차들이 줄을 이었다. 마셔보지 않았기에 그 차이를 알 수 없지만, 익숙한 것을 떠나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이 반복되다보면 취향을 발견하는 날이 올 것이다.

고르는 안목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것을 찾고, 낯선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 세계가 말을 걸어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용기내 다가간다면 뜻밖의 선물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동안 구불구불한 골목길 속에 숨겨진 찻집, 반갑지만 적당히 거리를 둘 줄 아는 가게 주인이 있는 곳은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해졌다. 비밀 아지트를 하나쯤 갖고 있다면 좋지 않을까?

'오늘 받은 차를 바로 지금 뜯어 마시는 것만큼 잘 누리는 순간이 있을까?' -p149

차를 시작하기에 앞서 완벽한 다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후에는 날이 적당히 선선한 때를 기다리고자 했고, 끝없는 이유들로 차 마시는 날은 뒷전이 되었다. 신혼여행에서 사온 포트넘 앤 메이슨 홍차를 눈으로만 먹고 있었던 나는 낙엽 처리의 해를 읽으며 뜨끔했다. '나중에' 라고 미뤄놓았던 모든 아끼는 마음들은 소분 바구니에 낡은 사진처럼 차곡차곡 쌓여 낙엽이 됩니다. (중략) 낙엽 처리는 묵은 차를 마시는 일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낙엽을 만들지 않는 일이기도 할 테니까요. -p150 너무 오래 보관하면 그 맛과 향을 잃어가고 빛바랜 사진처럼 흐릿함만을 남기니 마음이 동했을 때 차를 마셔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현재를 소중히 사랑하고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날이 좋아서, 흐려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무언가를 한다. 저자는 차를 마시는 일이었고, 나는 책을 읽고 쓰고 나누는 것에 그 의미를 부여한다. 여기에 특별함을 더하고자 애착과 마음을 담아낸다면 좋은 결과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더불어 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행복함을 나눌 수 있다는 것 부럽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일이기도 하다. 낯선 세계로의 초대에 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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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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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_ 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좋아한다. 짧고 단순하며 감동이 있는 시, 무슨 말이 필요할까? 쉽고 따뜻하고 부드럽다와 같은 표현들이 저자에게 무척 어울린다. 책을 휘리릭 넘겨읽다 이내 미소 짓게 만드는 짧은 시를 만나 소개한다. 제목 상생 _ 나한테 좋은 것이면 너에게도 좋고 / 너한테 좋은 것이면 나에게도 좋다. / 더 이상 해답은 없다. 간결하지만 모든 것이 담겼다. 읽고 쓰고 기억하기 쉬운 삼박자를 두루 갖춘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태주 시인이 쓰고 김예원 작가가 고른 <너에게 나는>

나에게 너라는 존재가 소중하여 너또한 나를 특별하게 기억하길 바라나 이는 욕심이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그 마음 뒤바뀌어도 이내 나는 받아들이고 보낼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떠날 인연에 연연해하지 않는 편이라 사랑과 관련한 시집을 시큰둥하게 읽어갔다. 애절한 그리움과 추억을 회상하는 것보다 현재를 사랑하고, 미래를 꿈꾸길 바랐다. 진솔한 마음을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들 사이에서 심금을 휘저은 시가 있어 소개한다.


붉은 꽃 한송이

나 외롭게 살다가 떠날 지구에

너라도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 쓸쓸히 지구를 떠나는 날

손 흔들어줄 너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나 지구를 떠나더라도 너 오래

푸르게 예쁘게 살다가 오너라

네가 살고 있는 한 지구는

따뜻하고 푸르고 꽃이 피어나는

생명의 별

바람 부는 지구 위에 흔들리는

너는 붉은 꽃 한송이.


모래 속 반짝이는 진주를 발견한 기분이다. 새로울 게 없는 시선이었음에도 괜스레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멋부림없이 솔직담백하게 쓰인 글을 읽고 또 읽으니 행복해진다. '나에게 너는' 붉은 꽃 한송이였고, '너에게 나는' 무엇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너는 흐르는 별_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답하고자 한다. 오늘의 너는 새로이 태어난 너 / 오늘의 나는 새로이 눈을 뜬 나 / 오늘 우리는 새로이 만나고 / 오늘 우리는 새로이 반짝인다 / 너는 흐르는 별 / 나도 또한 흐르는 별 _이다.

나를 이루는 모든 '너'를 위한 고백

나를 이루는 '너'를 중심으로 하여 수많은 시를 묶었건만, 마음을 말캉거리게 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파도처럼 왔다 가는 수줍은 고백들 사이로 찰나의 행복함을 경험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일까?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의 눈으로 시를 쓸 수 없음에 점점 더 멀리하게 되는 시집들을 가까이 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나 그 방법을 모르겠다. 난해하지 않고, 재미와 여운을 담은 나만의 시들을 찾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나'와 '너'를 나누고 내 기준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선을 긋고야 만다. 머리로는 한 발자국 양보하고, 배려해야 함을 알았지만 종종 행동이 앞섰다. 나는 너에게 몽글몽글한 행복감만을 주고 싶었는데, 어째서인지 많이도 부족했다. 따스한 감성 한 스푼이 필요했던 나는 머리 맡에 시집 한 권을 두기로 했는데, 제목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되길 바란다. <너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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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 모든 장르에 통하는 강력한 글쓰기 전략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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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일이 잦아진 요즘, 말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부담되었다. 명확한 의미전달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 전략적 글쓰기 책들을 꺼내 읽는다. 많이 읽고 쓰는 동시에 끝없는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시간은 없다는 이유로 등한시되고 만다.

어렵게 말하는 사람은 매력 없고, 두서없이 말하는 사람은 듣기 싫다. 어려운 글은 지루하고, 두서없는 글은 재미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저자는 리듬감있는 입말로 써야 한다고 말한다. 술자리에서 재미난 이야기하듯 글을 쓰라 하지만 쉽지 않다. 떠들어재낀 이야기가 글이 되려면 일단 다듬어야 한다. 이 책에 소개된 마지막 글을 담는다. 이도 저도 귀찮으면 네가지만 지킨다. 설계를 해서 써라. 팩트를 써라. 짧게 써라. 리듬을 맞춰라.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

좋은 글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막힘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p62

좋은 글이란 쉽다. 쉬운 글이란, 평상시 우리가 쓰는 입말을 사용해 짧은 문장감으로 리듬감 있게 쓴 글이다. '너무', '매우'와 같은 수식어를 빼고 '좋다', '예쁘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뒷받침하여 명쾌하게 작성하도록 한다. '불 보듯 뻔하다'와 같은 흔한 직유 은유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나, 참신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저마다 좋은 글의 기준은 다를지라도 확인된 팩트로 결론을 도출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글쓰기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의'자와 '것'자를 절제하여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인데 남발하면 읽는 이로 하여금 리듬이 끊어진다고 한다.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나 '것'을 추정할 때와 강조할 때를 제외하고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지 점검하며 글을 쓰게 되었다. [팩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오히려 이렇게 '~것이다'를 남발해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꼭 강조해야 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도록 한다. -p120]

또한 퇴고 과정에서 눈으로만 읽지 않고 낭독 하길 권한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문장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여러번 읽고 마음에 들어도 다음날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긴다. 그럼에도 글쓰기를 계속해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속담처럼 단번에 만족할 수는 없으니 읽고 쓰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명확하게 쓰면 독자가 모인다. 모호하게 쓰면 비평가들이 달라붙는다. - 알베르 카뮈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체화하고, 팽개쳐라" 말한다. 중요한 포인트를 기억하고 글을 쓸 때 유의하는 것만으로 더 나은 글쓰기를 할 수 있음에 읽어보길 권한다. 나는 가급적 '의'와 '것'을 쓰지 않고자 했는데 문장을 고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노력이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고 쓰고 고치는 과정을 이어간다. 명문장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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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어휘력 (양장) -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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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읽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경한 단어는 집중하지 않다보니 어휘력이 늘기는 커녕 점점 줄어든다. 그 뿐인가 각종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어 재미만을 추구하다보니 어느덧 '그거 있잖아-' 라고 말하는 지경에 놓였다. 정돈되지 않는 말들이 쏟아지고 언어적 직관이 떨어짐에 따라 책 한 권을 꺼내 읽으니, 어휘 공부라고 하는 것이 더 어렵게 여겨진다. 일상 언어가 낡았고 평범하며 닳고 닳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더 배우고자 하지 않는 것은 말과 글에 대한 관심 부족 현상이다. 관성적으로 보고 타성적으로 쓰고 말하는 지금 말이 통하니 정확한 어휘를 구사해야 할 필요성을 놓치고 산다.

생각이 언어를 바꾸기도 하지만 언어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어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졌다. 영혼을 베는 말과 일으키는 말,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p101

어휘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말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뜻이 비슷해도 말맛을 살리는 표현법에 따라 재미가 배가 되고, 더 큰 울림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낱말을 양적으로 많이 아는 것 못지 않게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데 있다. 뜻이 통하는 것을 넘어 말의 멋을 담아내는 일은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것이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치 밖에 있는 상대의 언어를 당장 이해하지 못한다. 감각인식이나 지적 수준의 차이 일 수도 있지만 각자 통과하는 시간이 달라서다. -p29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에 대해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지워낸 듯 자국만 남긴 채 떠오르지 않는 낱말을 애써 풀어본다. 곁가지로 서술하다보면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고 지루해지는데 저자는 지시대명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활용범위가 넓은 낱말을 남용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습관처럼 말이 늘어지는 것을 단번에 고치기란 쉽지 않다. 말로 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의 차이, 표준어와 사투리,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어렵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주석으로 소개 된 낱말들이 가득하다. 익히 아는 표현이었는가 하면, 생소한 어휘를 담아 냈을 때 의미나 어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 유용했다. 그럼에도 입에 착 감기지 않는 탓에 한 번 본 것으로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휘발되고 마는 것은 낱말 뿐이겠냐만서도 꾸준히 익히고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겉볼안'이라는 우리말이 있다. '겉을 보면 속을 안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진 명사로 줄임말이다. 신조어 같지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표제어다. 경험치가 늘면 겉볼안이 맞을 때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겉볼안이 다 맞았다고 다음에 맞힐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지금까지 다 틀렸다고 다음에도 틀릴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p119

매순간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지만 때론 놓치고 만다. 책을 읽는 동안 그간 써오던 언어를 돌아보게 되었는데 무심코 쓰는 말들이 오염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적료'라는 표현 대신 '몸값'이라 지칭하는 것, 성별이나 외모 등에 대한 칭찬이 편견을 심어주고 남을 평가하지는 않는가 하는 것이다. 뼈때리듯 눈을 뜨게 만든 저자의 다음 문장을 소개한다.

많은 속어나 욕설 등이 가축과 관련한 어휘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때는 가축이 흔했고 지금은 물건이 흔하다. 이 대목에서 "존중할 만해야 존중하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악머구리 끓듯(많은 사람이 시끄럽게 떠드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악한과 파렴치한이 적지 않으니 심정이야 이해하나 경계한다. 그 옛날 양반이 백정과 노비에게, 백인이 흑인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부자가 빈자에게, 어른이 어린이에게 같은 말을 했다. -p102

어른스럽다, 존경스럽다가 한데 묶이기 위해서는 어떤 어휘를 고르고 순서에 맞게 이야기해야하는걸까? 책장을 덮고 나면 더욱 복잡하게 여겨진다. 이 책은 다정한 말이 아닌, 똑부러지기 위해 내가 부단히도 애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감정을 뭉뚱그려서 표현하지 않고 풍성해지려면 어휘력의 연습이 필요하다. 낱말의 해방감을 느끼고 자유로워지기에 앞서 큰 숙제 하나를 받은 기분이지만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오늘의 커피처럼, 오늘의 예쁜 낱말을 찾아 사용하려고 애써야겠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내가 믿는, 생의 유한성이 필연적으로 끌고 오는 허무함에 질식당하지 않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방식이다. '아름다움은 발견해야 한다'는 말은 생텍쥐페리가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지'라고 한 말과 통하고, 발견할 수 있는 비결은 장욱진 화백이 큰딸에게 자주 들려주었다는 이 말에 있다. "모든 사물을 데면데면 보지 말고 친절하게 봐라."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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