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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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은 도리언 그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그는 아름다운 외모와 부와 젊음을 모두 갖춘 행운아다. 남부러울게 없는 그는 단 하나의 소원이 있는데 다름아닌 평생동안 이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깊게 파이고, 얼굴에 그늘이 진 자신의 모습은 생각하기도 싫었던 그는 바질 홀워드가 그려준 자신의 초상을 본 뒤, ‘그림이 자신 대신 늙고, 자신은 영원히 젊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 는 소원을 빌기에 이른다.

 소원이 이루어져 꽃 같은 젊음을 유지하게 되지만, 영혼이 타락해가고 그에 따라 초상화는 점점 더 추악하게 변해가는데… 이런 그의 모습들이 비참하면서도 슬프게 그려져 있다. 젊음을 향한 열망에 사로잡혀,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이는 비단 도리언 그레이 뿐만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모습 역시도 생각났는데, 꾸준한 성형으로 얼굴이 망가지는 사람들이 겹쳐서 읽는 동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아! 젊음을 잃어버리면 웃을 수 없을 거야… 아름다운이란 그저 표면적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종종 말하지.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생각만큼 표면적이지는 않네. 내게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경이로움보다도 경이롭지.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오로지 천박한 사람들뿐이야. 이 세계에서 진정으로 신비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속에 있지 않고, 오히려 눈에 보이는 속에 있네 - p36

 도리언 그레이를 포함한, 바질 홀워드, 헨리 워튼 경의 미묘한 삼각관계를 보는 즐거움이 있으며, 나쁘지만 매력있는 톡 쏘는 사이다 같은 남자 헨리 경의 말들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쁜 남자지만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유쾌한 남자 헨리 워튼 경. 악마처럼 귓속말을 내뱉지만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이 남자가 책 속에서는 도리언 그레이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모든 걸 꿰뚫어보는듯한 헨리의 말들은 독인줄 알면서도 자꾸만 귀 기울이게 되는 신비한 느낌을 주었는데, 만일 이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나 역시도 도리언 그레이처럼 영혼을 팔고 싶다느니, 이성에 대해서 좀 더 직설적이되지 않았을까 싶다.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헨리 경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던 <도리언 그레이> 오스카 와일드만의 웅장한 필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자기 영혼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지. 그는 자신이 본래 갖고 있던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안에 들어 있는 본래의 정열을 불태우지도 않아. 그의 미덕도 그에게는 진짜가 아니고, 만일 죄라는 게 있다면 그의 죄 역시 빌린 거라네. 그는 다른 누군가의 음악을 메아리처럼 받아서 되풀이하는 거고, 자신에게 맡겨지지 않은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인 거야. 삶의 목적은 자기 계발에 있네. 타고난 본성을 완고하게  깨닫는 것이지.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 p30

 외모지상주의 세계 속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됨됨이,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독특한 설정과 매력적인 등장인물로 하여금 흡인력있게 읽혀졌던 오스카 와일드의 책! 또 다른 작품들 역시 기회가 닿는대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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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내공 - 뿌리 깊은 나무처럼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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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솔깃해지는 책들이 있다. 내겐 공병호 저자의 책이 그러한데, 아직 그의 많은 저서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영향력있는 한 줄 문장을 읽고나면, 어쩐지 지금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성 그리고 행동하게 하는 그의 글들을 몇 번 봐왔던지라 서슴없이 선택하게 된 이번 책은 <공병호의 내공> 이다.

 내공이라는 말 익숙하다.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서나, 학습 할 때 ‘내공을 키워야지’ 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뜻을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머뭇거리며 답을 못할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사전지식을 알지 못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정의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책에서는 내공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

 내공이란 무술 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오랜 기간 정성을 들여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은 사람이 성취한 전문가적 식견이나 지식, 더불어 그 이상의 힘이나 능력을 표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분야에서든 오랜 기간 최선을 다한 사람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능력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능력까지 함께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한 두 번에 그치지 않고 언제나 그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능력을 내공이라고 부른다. - p 61~62

 한 마디로 내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수십 년간 고행으로 닦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말을 빙 둘러서 설명한 것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고 말 것도 없는거 같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도 좋지만, 내공을 쌓아서 더 멋진 활약을 펼치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데 중점적으로 쓰여져 있기에, 이를 잘 배워두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보통 사람을 승자로 만드는 내공의 힘!

 <공병호의 내공> 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내공을  쌓는 방법, 내공인들이 되기 위한 노력들이다. 이를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전문가(=고수)와 비교해가며 차이점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는데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내공인들은 어떻게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는지 콕콕 집어 말한다. 수긍하는 한편, 내공인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고생길이라는게 아무나 되는 건 아니구나 싶다.

 내공인과 전문가 사이에는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낼 정도의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내공인과 전문가 사이에는 탁월함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다. 전문가는 보통 사람이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의 범위 내에서만 뛰어나는 성과를 만들어 낸다면, 내공인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낸다. 즉 한 분야에서 획을 그을 만한 놀라운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사람이 내공인이다. - p66

 ‘내공인이 되는 길’ 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내어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것이 그들의 비법아닌 비법이랄까? 조금 허무한 점들도 있지만, 그들의 끈기가 지금의 내공인이 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전문가들 못지 않게 열배, 백배는 뛰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내공인! 이라는 결론이다.

 끝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내공인을 접해보고 싶다면 <생활의 달인> 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그 속에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유난히도 눈에 띄는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나온는데 나는 그들을 숙련공, 달인이 아닌 ‘내공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자신만의 특출난 비법을 통해 남들보다 두배는 더 많을 일을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해내는 그들이기에 내공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공인이 가지고 있는 10가지

1. 계속해서 탁월한 성과를 낸다.
2.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 된다.
3. 좀처럼 복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다.
4. 자신의 일에서 미의식을 느낀다.
5. 몰입에서 자주 행복감을 느낀다.
6. 사명을 가지고 있다.
7. 일과 개인의 정체성이 일치한다.
8. 인격과 도덕성도 함께 성장한다.
9. 일과 생에 대해 뚜렷한 주관을 가진다.
10. 도를 추구하는 과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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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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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라는 책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없던 일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사건과는 다르게 재구성 시킨다.’ 는 것. 그 말인즉, 사람의 기억이란 백이면 백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오즈의 닥터> 는 김종수, 닥터 팽, 수연이라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기억에 대하여 다시 묻도록 한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이 진실인가, 허구인가?”

 환각의 힘으로 진실 무너뜨리기.

 더 이상 최악일 수는 없다. 절망 앞, 벼랑 끝에 서 있을 때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악몽이야.’ 눈 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어서, 믿기 싫어서 허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허상 속 세계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눈을 뜨면 현실 앞에서 곧장 무너져내리는 경우가 있다. 안타깝지만 이럴때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다시 환상 속으로 들어가거나, 현실과 맞서 싸우거나! 둘 중 하나다. <오즈의 닥터> 속 김종수는 전자에 해당되는데, 그를 보면 나 역시도 환상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에 불과하다는게 느껴져서 씁쓸하기도 했다

 도망칠 겁니까? 그래요 닥터. 나는 도망칠 거예요.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살아가야 한다니 그건 너무 끔찍한 형벌이잖아요. 나한테는 이 정도가 어울려요. 죄책감도 책임감도 자부심도 없는 이 정도가. - p249

  간단한 줄거리 = 주인공 ‘나(김종수)’는 가상의 정신과 의사인 ‘닥터 팽’을 만나 상담과 진술을 한다. 그러나 갈수록 ‘닥터 팽’의 외모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진술은 변형되고 번복되는데, 그는 가상과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걸까? ‘닥터 팽’에게 상담을 하면서 내뱉는 ‘나’의 진술은 진짜 같은 허구이며, 그는 진실을 회피한채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김종수의 이야기…

 정신없이 쏟아지는 닥터팽과 김종수의 대화, 수연의 이야기로 가득한 책은 흥미로운 동시에 흡인력있게 읽힌다. 그 중에서도 단연 김종수의 시각이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실존하는듯한 팽의 모습을 그리다가도 어느순간 사라져버린 팽은 과연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인물에 불과한 것인지 따져 묻는 장면에서는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에게 닥터 팽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나름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음에는 분명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위조된 기억, 날조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묻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위조되고 날조된 기억’ 이다. 이는 주인공 김종수 뿐만이 아닌, 모두가 그런 기억 하나씩은 있지 않느냐는 것과,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문을 품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제는 새롭지 않았지만, 독특한 캐릭터와, 시간과 공간을 왔다 갔다하는 조금의 어지러운 듯한 분위기가 인상깊게 남는 책이다. 현대인들에게 기억에 대해서 확답을 내리는 것이 아닌, 물음을 던져놓음으로써 더 의미있는 책 읽기였다.

-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부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지.
- 난 내가 본 것만 믿어요.
- 자기가 본 건 어떻게 믿어? 자기가 보았던 게 전부 현실일까? 게다가 자기, 환각 증세 있잖아. 환각이랑 현실을 명확히 구분해낼 수 있다고 확신해?
- 항상 환각만 보는 건 아니에요.
-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환각이라고 해도 창문 밖에 판다가 매달려 있다거나 공룡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귀여운 종류만은 아닐 거 아냐? 자기가 보고 있는, 자기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화면에 감쪽같이 숨겨져 있는 거라고. 숨은그림찾기나 매직아이보다 훨씬 더 교묘하게. 아니, 아니, 화면 그 자체가 환각일지도 모르지. - p33

 <오즈의 닥터> 실제인지, 꿈을 꾸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알게 모르게 탑을 쌓아올렸다가 허물어뜨리는 작가 안보윤의 글솜씨가 놀랍다. 그녀의 글은 겉이 번지르르해서 먹기 좋은 사과를 눈앞에 두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이건 모형이에요! 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거 같달까?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서 보기좋게 한 방 먹이는 재치있는 글은 「제1회 자음과 모음 수상작」 에 걸맞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 도대체 진실이라는 게 뭐죠? 뭐가 현실인가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은 현실인가요? 여기 있는 내가 현실이에요?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 거죠?
- 자네가 믿고 싶어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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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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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아침이면 챙겨보는 것 중 하나가 <TV 동물농장> 이다. 내가 좋아하는 강아지들에서부터 희귀한 것들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소개되는데,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한 시간을 채우는 이 프로그램이 마냥 좋다. 그렇지만, 종종 안타까운 순간들로 하여금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는데, 요즘 방송에서는 유기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 가운데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을 포함하여, 멀리 섬에까지 버리고 온다는 소식을 티비로 보았을 때 충격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저렇게까지 해야하는건가?’ 너무하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는데,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은 장면들을 여럿 보면서 지금 내 곁에 있는 반려견에게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과,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기동물은 유기동물이고, 나와는 먼 일처럼 여기게 되었는데, 다시금 이 책을 집어들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상처받으며 버려진 무수히 많은 개들의 사진과, 한 문장 속에 담겨진 많은 의미들이 가슴에 하나 하나  쌓여오기 시작했다. 너무도 가까이 있지만, 사실은 회피한 건 아니었는지 방관자로서 있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비단 인간의 문제일까? 약한 생명을 거두는 마음이 나눔의 시작이다.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살고 싶어하는 개들의 아우성을 뒤로하고 책장을 하나씩 넘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들을 안고 이 곳에 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 눈이 한동안 고정되어 있던 사진이 하나 있다. 그것은 열 살이 넘은 포메라니안의 사진이었다. 비싼 옷차림을 한 중년 여성이 늙어버린 포메라니안을 데려와서 하는 말이라곤 ‘마지막 뒤치다꺼리하기 싫어서요…’ 라니.

 놀랍기도, 무섭기도, 황당하기도 하다. 인간의 욕심, 이기적인 마음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 싶은게 마음이 너무도 아려왔다. 열 살이 되기전까지 이쁨을 받고 자라다 늙어서 관리하기가 귀찮아지니 이제 와서 버린다는 것은 도대체 반려견을 그동안 뭐로 봐왔길래 그럴수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저 사람이 무섭다는것만 되내일 뿐… 달리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이 유기견이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올바르게 개를 키우는 법에서부터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강아지를 키우려고 생각중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다짐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나무도, 새도, 개미도, 개도, 고양이도. 그 어떤 생명체라도. 그들 본연의 수명만큼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습니다. - 임순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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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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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카드빚으로 인한 파산은 어떤 의미에서는 공해와 다름없는 것이죠 - p67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모방범』 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인데, 이게 시작이 되어 그녀의 책이라고 하면 한 번쯤 호기심이 생겨서 읽고 싶어지게 되는것 같다. 『화차』 라는 책 역시 그 이유가 컸고, 다음으로 사회고발소설이라는 점이 관심이 가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코타로 등이 써내려간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었던지라, 기대가 되었다

 신용카드란, 대출이란 화차와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는가?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없이 쓰게 된 신용카드와 대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고,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  이었던 한 여성의 일화를 가져다놓음으로써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금리란 어부바 귀신 같은 거라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라는 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빚이나 사채라고 하면 듣기 안 좋잖아요. 게다가 사채에 비해 금리도 싼 것처럼 느껴지죠. 그러나 현금서비스의 금리를 연리로 생각해보면 25~35 퍼센트에 이릅니다. 사채업체의금리와 다를 바 없어요. 그걸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라면 안전하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 p139

 [간단한 줄거리] 휴직 중인 형사 혼마는 조카의 부탁을 받고 느닷없이 자취를 감춘 그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누구이며, 왜 말없이 사라지는 것을 택했는가? 미궁에 빠져있는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추적하던 혼마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기에 이르는데… 세키네 쇼코, 그녀의 진실이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빚과 개인파산으로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던 삶의 끝에 한줄기 희망은 무엇이었던가…?

 벗어나려 발버둥칠수록 자꾸만 더 아래로 벼랑끝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갚으려고 노력해도 그 수가 줄기는 커녕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기만 할 때 절망감이란 겪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말 할 수도 없겠지만, 『화차』 라는 책을 통해 마지막 문 앞에 선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빚은 계속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는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뭐가 있을까? 최후의 선택앞에 누가 뭐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열심히 일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썩은 줄이라도 붙잡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 상황들을 보면서 너무도 우울했다. ‘어째서, 왜…’  꼬리에 꼬리를 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답답해서 숨이 막혀왔다. 애초의 시작은 누구의 잘못인걸까?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부모, 행복, 채무자들, 은행, 카드 끝이 없는 긴 질문에 답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만큼 어지러웠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그 안에 보다 더 많은 의미가 담겨져있을텐데 헤아리기란 너무도 버거웠던 책이다. 가슴에 큰 돌덩이가 앉아있는 것 만큼 무거운 소설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너무도 공허했던 이 책은 씁쓸했던 결말 때문인걸까? 현대사회의 카드 씀씀이 때문이었을까?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내게는 읽는 동안 조금 힘겨웠다.

<책 속 밑줄긋기>

 다중채무자들을 싸잡아서 인간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판단하기는 쉽죠. 하지만 그건 자동차 사고를 낸 운전자한테 전후 사정은 전혀 들어 보지 않고 운전 실력이 나빠서 그렇다 그런 인간들한테 면허 같은 걸 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과 같은 소립니다. 그 증거로 ‘자 봐라!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하고 말이죠. - p142

-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껍질을 벗는다라면…?’
-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성장하기 위해서죠.’
-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데…’
-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봐요. 다리가 있는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라고요. 여기까지가 제 남편의 말씀. 지금부터는 제 생각인데요, 이 세상에는 다리는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 버렸다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구요.’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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