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사회에서 카드빚으로 인한 파산은 어떤 의미에서는 공해와 다름없는 것이죠 - p67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모방범』 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인데, 이게 시작이 되어 그녀의 책이라고 하면 한 번쯤 호기심이 생겨서 읽고 싶어지게 되는것 같다. 『화차』 라는 책 역시 그 이유가 컸고, 다음으로 사회고발소설이라는 점이 관심이 가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사카 코타로 등이 써내려간 사회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읽었던지라, 기대가 되었다

 신용카드란, 대출이란 화차와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는가?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없이 쓰게 된 신용카드와 대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고,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단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  이었던 한 여성의 일화를 가져다놓음으로써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금리란 어부바 귀신 같은 거라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라는 건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빚이나 사채라고 하면 듣기 안 좋잖아요. 게다가 사채에 비해 금리도 싼 것처럼 느껴지죠. 그러나 현금서비스의 금리를 연리로 생각해보면 25~35 퍼센트에 이릅니다. 사채업체의금리와 다를 바 없어요. 그걸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하게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라면 안전하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 p139

 [간단한 줄거리] 휴직 중인 형사 혼마는 조카의 부탁을 받고 느닷없이 자취를 감춘 그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누구이며, 왜 말없이 사라지는 것을 택했는가? 미궁에 빠져있는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추적하던 혼마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기에 이르는데… 세키네 쇼코, 그녀의 진실이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빚과 개인파산으로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던 삶의 끝에 한줄기 희망은 무엇이었던가…?

 벗어나려 발버둥칠수록 자꾸만 더 아래로 벼랑끝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갚으려고 노력해도 그 수가 줄기는 커녕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기만 할 때 절망감이란 겪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말 할 수도 없겠지만, 『화차』 라는 책을 통해 마지막 문 앞에 선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빚은 계속해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는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뭐가 있을까? 최후의 선택앞에 누가 뭐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열심히 일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 썩은 줄이라도 붙잡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 상황들을 보면서 너무도 우울했다. ‘어째서, 왜…’  꼬리에 꼬리를 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답답해서 숨이 막혀왔다. 애초의 시작은 누구의 잘못인걸까?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갔다. 부모, 행복, 채무자들, 은행, 카드 끝이 없는 긴 질문에 답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만큼 어지러웠다.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 그 안에 보다 더 많은 의미가 담겨져있을텐데 헤아리기란 너무도 버거웠던 책이다. 가슴에 큰 돌덩이가 앉아있는 것 만큼 무거운 소설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너무도 공허했던 이 책은 씁쓸했던 결말 때문인걸까? 현대사회의 카드 씀씀이 때문이었을까?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내게는 읽는 동안 조금 힘겨웠다.

<책 속 밑줄긋기>

 다중채무자들을 싸잡아서 인간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판단하기는 쉽죠. 하지만 그건 자동차 사고를 낸 운전자한테 전후 사정은 전혀 들어 보지 않고 운전 실력이 나빠서 그렇다 그런 인간들한테 면허 같은 걸 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과 같은 소립니다. 그 증거로 ‘자 봐라!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하고 말이죠. - p142

- ‘뱀이 왜 껍질을 벗으려는지 알고 계세요?’
‘껍질을 벗는다라면…?’
- ‘허물을 벗잖아요? 그거 생명을 걸고 하는 거래요.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나요. 그래도 허물을 벗으려고 하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성장하기 위해서죠.’
- ‘아니오. 열심히 몇 번이고 허물을 벗는 동안 언젠가는 다리가 나올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래요.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하면서요’
‘별 상관없는데 말이죠. 다리 같은게 있든 없든 뱀은 뱀인데…’
- ‘그렇지만 뱀의 생각은 다른가봐요. 다리가 있는게 좋다. 다리가 있는 쪽이 행복하다라고요. 여기까지가 제 남편의 말씀. 지금부터는 제 생각인데요, 이 세상에는 다리는 필요하지만 허물을 벗는데 지쳐 버렸다거나, 아니면 게으름뱅이거나, 방법조차 모르는 뱀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런 뱀한테 다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울을 팔아대는 똑똑한 뱀도 있는 거죠. 그리고 빚을 져서라도 그 거울을 갖고 싶어하는 뱀도 있는 거구요.’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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