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던 일들
신소현 글.사진 / 팜파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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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면을 덧씌우고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숲이 아닌 나무 하나 조차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합니다. 그때도 지금도 저는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함께 하지만 함께 하는 것 같지 않을 때의 홀로서기를 말이죠. 책의 제목만으로도 참 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삶의 교훈들, 여전히 아리송한 모순된 부분들을 말입니다.

​ <그땐 몰랐던 일들> 의 저자 신소현 님의 전작인 <이 길에서 벗어나도 괜찮아> 역시 같은 느낌의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분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도록 하는 에세이, 특별한 것은 없어도 그 잔잔함 속에 경험하고 배운 것들을 이야기하며 소탈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때론 그 수수함에 빠져들지만 밋밋하다고도 여겨집니다. '모험과 도전' 적인 면이 부족했기에.
그녀의 여행 일기에는 '사람' 이 돋보였습니다. 그들과의 일상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얻어간다는 것이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이유는 아니었을​까 싶을만큼요. 맛집은 아닐지언정 단골이 되어 자주 찾아가는데 의미를 두고, 동네의 주민이 된 듯 친근하게 주고받는 인사말들이 읽는 이로서도 즐거움이었습니다. 한국인의 소박한 밥상이 떠오르는 것은 '음식과 사람' 이 만나는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기 때문입니다.
#011. 망각의 시간 中
나에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없다.
사실 있지만 없다고 말하고 싶다.

"지나간 힘든 시간은 이제 잊어도 괜찮아요.
그거 마음속에 쟁여두면 뭐해요.
꽉 차버려서 다른 기억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으면 안 되잖아요." -p53
여담이지만 비전문가들 역시도 전문가 못지 않은 재주를 지니신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 분들 중 몇몇분들은 트렌드를 잘 읽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대중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는 분들은 그 파급력이 상당하지요. 촌철살인이 가히 예술적인데 싶은 분들, 최근 이런 분들의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 신소현 작가의 글이 다소 심심했던게 아닌가 합니다.
#009. 마음대로 할 수 없다 中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늘 이렇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어떤 문제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선택은 늘 스스로 해야 했고 책임 또한 나에게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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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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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의 명소조차 둘러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은 해외를 향합니다. 방송을 통해 본 세계 곳곳의 맛과 멋집은 손을 세차게 흔들며 유혹하기 바쁜데 사실 넘어갈 듯 하면서도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금전적, 시간적인 것을 이유로 발길이 안떼어진다고 이야기하지만 핑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풍족하지 않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도 있는건데 말입니다.

​"인생은 항상 ㄷ자로 뚫려 있어. 자꾸 억지로 ㅁ자로 메우려 하면 꼭 에러가 나. (중략) 예를 들면 아이가 있는 사람은 아이 없는 사람의 자유를 부러워하고, 아이가 없는 사람은 아이 있는 사람의 충만함을 부러워하잖아. 모든 걸 완전한 ㅁ자로 채우려 하면, 삶이 너무 피곤해지거든. 뭔가 살짝 모자란 ㄷ자가 좋은 거야. ㅁ자는 이루지 못할 이상이지" -p10

정여울 작가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그 두번째 이야기 <나만 알고싶은 유럽 TOP10> 입니다. 소주제가 10개의 파트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풍경, 축제, 예술을 골고루 나타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과 포토그래퍼의 근사한 사진들이 만나 더욱 맛깔난 이야기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가보고 싶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유럽, 그 곳이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는 즐거움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배우고 감동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많이 들어 익숙한 지명, 생소한 곳에 이르기까지 배움이 있어 좋지만서도 한편으로 '부러우면 지는거다' 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팔자 좋게 여행다니며 글을 쓰고 책을 내는데 어찌 이런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은 ' 평소보다 무언가를 더 많이 해보기' 보다는 오히려 평소보다 행동의 가짓수를 줄이는 데서 나온다. 사진을 많이 찍는 것보다는 최대한 사진기를 덜 쓰고 오랫동안 걸어다니며 수많은 풍경들을 가슴에 담는 것이 훨씬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p67

​ 여행이 주는 행복감을 말하고, 과정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물과 사람들이 내뱉는 언어에 귀를 기울이게하는 마술을 부린다면 그것은 에세이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정여울 작가의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글은 '꿈만 꾸어도 혹은 당장 떠나도 좋은 여행' 에 감성을 잘 더한 듯 합니다.

아름다움은 무조건 많이 입력한다고 해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천천히 비워놓을 때 비로소 아름다움이 마음속에 들어와 깊은 둥지를 틀 거처가 생긴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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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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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중후한 느낌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보편적으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히구라시 타비토는 상반됩니다. 옛되어보이는 얼굴, 순수한 눈빛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마력을 지닌 남자, 나아가 오감 중 시각만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그가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감) 중​ 시각만을 활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지만, 어떤 연유로 다른 감각들을 느낄 수 없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진실이니까 믿어주세요!' 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아내 없는 딸 아이의 존재 역시도 이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후편에서 드러나야 할 부분들을 남겨놓으신듯 하지만 큰 재미를 줄 거 같지는 않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작고 시시한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추억이라는 건 타인과 결코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없다. -p124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물건의 주인이죠 -p139​

  히구라시 타비토의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기 사무소' ​탐정 사무소 라기에는 흥신소, 심부름센터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베베 꼬아놓은 사건이 술술 풀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누군가 깊이 간직한 추억을 꺼내어 생명을 불어넣고 활기를 되찾아주는 그의 사무소가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가치, 마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랑'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때때로 사랑으로 귀결되어지는 것들에 난색을 표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사랑, 용서, 이해, 화해 등의 주제는 끝이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탐정 타비토가 타인의 마음을 어루어만져주며 잔잔한 감동을 이야기하며 책이 끝을 치닫아갑니다. 이내 드는 생각이 내면의 타비토 자신이 찾고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묻기에 이릅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편에 나올 예정인지, 이 책에서는 자신의 재주를 통한 타인을 향한 도움이 전부라 아쉽기만 합니다.

  강하고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서 밍밍한 음식을 먹을 때와 같습니다. 탐정 히구라시에게 벌어진 특별한 일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는지 심심했던 한편, 추억이 담긴 물건에 대한 값어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임음 깨닫습니다. 나에게 별 거 아닌 것들이 타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될 수 있음을, 어떤 것이든 함부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람과 살과 살을 맞대는 것이 의사로서 해야 할 첫걸음이야. 너는 우선 인간을 먼저 배우렴. 공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해. 시간은 절대 돌이킬 수 없어. 어린 시절에 받은 감동은 분명 장래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인간으로서, 의사로서 그것들은 정말로 무척이나 소중하니까. 일어서서 여기 있는 풍경들을 기억해두는거야."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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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원하는 것이란
데이브 배리 지음, 정유미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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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군가는 뒤로 넘어갈 듯 웃지만 '저게 뭐가 즐겁지?' 라며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마다 선호하는 개그가 있듯, 이 책은 저와는 맞지 않던 유머코드 였음을 사전에 알립니다. 즉, 평점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간간히 미소지어졌지만 내내 책의 장르가 뭔지 헷갈렸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주의가 산만하기도 했습니다.

데이브 베리가 추천하는 생활의 상식 中

<옷 잘 입는 법>

1. 일요일자 뉴욕 타임스를 잡는다

2. 남성패션 섹션을 펴서

3. 유행하는 남성패션이 무엇인지 메모한다

4. 그것이 무엇이든 그대로 입지마라

5. 절대로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아빠이고, 남편이며, 남자인 데이브 배리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스러운 딸과 소통하고 싶고, 혹여나 깨지면 없어질까 유리처럼 아끼는 딸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의 과정이 담겨져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위기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자신만의 방법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것들이 때론 어처구니 없지만 유쾌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라면 아마도 그런것일테지요. 황당함에 나오는 웃음.

  각설하고, 출판사 서평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다만, 자기비하적 농담과 미국식 말장난에 조금 익숙해져야 하기는 하다.' 저 역시 수긍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 생활습관을 알지 못했기에 공감을 덜 할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습니다. 과장된 행동과 재미난 말솜씨로 하여금 직접 들었더라면 보다 유쾌할 수도 있었을텐데 활자를 통해 생각해야하는 부분들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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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담은 배 -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작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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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봐도, 서로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원인과 결과가 한없이 이어지는 도미노 게임처럼, 뒤에서 밀면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넘어지면서 앞에 있는 도미노를 밀 수밖에 없다. 도중에 멈추게 할 방법 어디에도 없다. -p59​

​  책의 제목이 말하고자 했던 것을 추측하건데 개개인이 빛나는 별이고, 별을 담은 배는 가족을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혹은 개인의 삶에 있어 마음 깊이 간직한 별을 담은 자신의 생활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도 추측해봅니다.) 저마다 반짝이는 별들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 속에는 아픔도 들어 있습니다. 멀리서 반짝이는 모습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하는 이들에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처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묵직한 아픔들을 고스란히 토해냅니다.

 

 

​  불륜, 성폭행, 전쟁 어떤 순간에도 '사랑'은 있어왔습니다. 힘들었던 삶의 한 줄기 빛이요, 희망이었던 무언가를 잃게되면서 점점 변해버리는 사람들,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삼대에 걸친 여섯 명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개개인의 시간에서 바라 본 삶을 써내려갑니다. 이것이 마지막에 한 편의 대서사시로 이루어지며 극적인 화해로 치닫지는 않으나,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생을 이야기 합니다.

인연이 있어 한 배를 탄 가족이지만 때로 나 혼자 먼저 내릴 수는 없을까, 하고 절실하게 바라는 순간이 있다. -p239

  불륜, 이복남매 간의 애틋함, 따돌림,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년의 남성 이야기를 통해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따뜻함보다는 무너져버린 신뢰, 벗어나고 싶은 가족의 울타리를 그립니다. 한편, 참혹했던 전쟁의 역사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순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새삼 자각하게 되는 위안부에 대한 내용은 가슴이 저며옵니다. 교육을 통한 배움 못지 않게 살아있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역사를 등한시 여긴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런지요. 

 

 

​  사회의 불편한 모습들과 함께, 상처를 받았어도 이를 드러내보이지 않고 억누르는 이들을 통한 뼈아픈 성장을 함께 합니다. '아무와도 나눌 수 없는, 지울 수 없는 아픔. 그것마저 나만의 것이라면, 까짓 사랑해주지 뭐' -p145 라는 본문의 글 처럼 저마다 갖고있는 가시들을 마주합니다.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꿈꾸고, 인생의 목적, 사랑의 실체와 같은 보편적인 테마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측면과 심오한 부분을 어우르는 이 책은 세대간, 가족간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행복이라 할 수 없는 행복도 있을 수 있지. 이루어질 사랑만이 사랑이 아닌 것처럼, 활짝 피어나지 못하고 그저 늙어 사라질 인생에도 나름의 의미는 있을 수 있다. 어떤 ˙​˙​˙˙​˙​˙​ 이렇게 살아남아 있는 나름의 어떤 의미가.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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