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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찾는 것 ㅣ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1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중후한 느낌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보편적으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히구라시 타비토는 상반됩니다. 옛되어보이는 얼굴, 순수한 눈빛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마력을 지닌 남자, 나아가 오감 중 시각만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그가 오감(시각,청각,후각,미각,촉감) 중 시각만을 활용한다는 점이 이색적이지만, 어떤 연유로 다른 감각들을 느낄 수 없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아 아쉽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진실이니까 믿어주세요!' 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아내 없는 딸 아이의 존재 역시도 이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후편에서 드러나야 할 부분들을 남겨놓으신듯 하지만 큰 재미를 줄 거 같지는 않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작고 시시한 고민일지도 모르지만 추억이라는 건 타인과 결코 같은 가치를 지닐 수 없다. -p124
물건의 가치를 정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물건의 주인이죠 -p139
히구라시 타비토의 '잃어버린 물건 찾아주기 사무소' 탐정 사무소 라기에는 흥신소, 심부름센터가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베베 꼬아놓은 사건이 술술 풀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누군가 깊이 간직한 추억을 꺼내어 생명을 불어넣고 활기를 되찾아주는 그의 사무소가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가치, 마음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랑' 임을 알 수 있습니다.
때때로 사랑으로 귀결되어지는 것들에 난색을 표할 때도 있지만, 그만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사랑, 용서, 이해, 화해 등의 주제는 끝이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탐정 타비토가 타인의 마음을 어루어만져주며 잔잔한 감동을 이야기하며 책이 끝을 치닫아갑니다. 이내 드는 생각이 내면의 타비토 자신이 찾고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묻기에 이릅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편에 나올 예정인지, 이 책에서는 자신의 재주를 통한 타인을 향한 도움이 전부라 아쉽기만 합니다.
강하고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이 건강을 생각해서 밍밍한 음식을 먹을 때와 같습니다. 탐정 히구라시에게 벌어진 특별한 일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는지 심심했던 한편, 추억이 담긴 물건에 대한 값어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임음 깨닫습니다. 나에게 별 거 아닌 것들이 타인에게는 소중한 물건이 될 수 있음을, 어떤 것이든 함부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을.
"사람과 살과 살을 맞대는 것이 의사로서 해야 할 첫걸음이야. 너는 우선 인간을 먼저 배우렴. 공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해. 시간은 절대 돌이킬 수 없어. 어린 시절에 받은 감동은 분명 장래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인간으로서, 의사로서 그것들은 정말로 무척이나 소중하니까. 일어서서 여기 있는 풍경들을 기억해두는거야."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