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미식회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맛집 가이드
tvN 수요미식회 제작팀 엮음 / 시드페이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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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맛집 해부 토크쇼 <수요미식회>를 영상이 아닌 활자로 만납니다.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요리와 식당의 역사, 유래 문화사적의 의미를 풀어나가요. 미식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와 패널들로 하여금 직접 먹어보고 맛을 평가한 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무조건 맛있고, 추천한다가 아닌 아쉬운 점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러나 저마다 입맛이 다르니 가타부타 말하기가 어려워요. 결국은 먹어보고 본인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겠죠. 맛집 가이드로서는 참고용으로만 보시면 된다는 점_

제 아무리 맛.집 이라 알려져도 실제로 가서 먹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못하다 싶은 곳이 많았어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라는 집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맛집에 대한 소개보다는 음식에 대한 정보들이 더 와닿았어요. 요즘 '먹방', '쿡방' 요리 관련 프로그램들 덕에 이런저런 음식을 만드는 노하우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식재료 자체에 대한 이해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과는 달리 수요미식회가 그 빈자리를 조금은 채우지 않았나 합니다.

 

달걀에서 나는 비린내는 유황성분 때문인데, 각각의 성분분석표를 보면 흰색 달걀이 갈색 달걀에 비해 유황성분이 더 적어 맛도 훨씬 좋다. 그럼 언제부터 우린 맛이 떨어지는 갈색 달걀을 먹기 시작한 것일까? 1980년대 말~90년대 초에 갈색 달걀이 토종란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는 낭설이다. 달걀 업자들이 판매를 위해 꾸며내 마케팅을 한 것에 불과하며 갈색이든 흰색이든 모두 외국에서 들여온 산란 닭이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일본은 50% 이상이 흰 달걀인데, 우리나라만 90% 이상이 갈색 달걀을 먹고 있어 흰 달걀을 찾기도 힘들 정도다. -p36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 메뉴를 추려 그에 대한 문화와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좋았던 거 같아요. 문닫기 전에 가봐야 할 식당들을 소개하며, 음식점 성공 노하우와 맛의 비결을 담은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책입니다. 찬찬히 책장을 넘기다보니 그런 생각이 하나 들더군요. 음식에 대한 평가를 크게 하지 않고 즐겼던 것과는 달리 함께 밥을 먹는이가 까다롭지 않은 식성으로 음식의 맛과 멋, 식감을 잘 표현해준다면 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죠. 자극적인 맛, 조미료에 익숙해져버린 저는 맛보다는 분위기와 서비스 교육 등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더랬는데, 이제는 맛 자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애써야겠다 싶습니다. 알고 먹는 것, 또한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눈다는 것이 식사 자리를 한층 빛내주는게 아닐까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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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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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용품 매장에서 많이 본 피터래빗이에요. 익숙한 토끼가 눈길을 사로잡아 읽어보려 한 책에서 저는 어떤 즐거움도 찾지 못했어요. 제게 어떤 추억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동화를 읽으며 그 순수함을 떠올리게 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전혀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더랍니다. 무엇이, 어디서, 왜 재미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어요. 불현듯 이솝우화 이야기가 제겐 더 친숙하구나 싶었지 말입니다.

그림은 귀여웠지만 내용면에서는 와닿지 않던 [피터 래빗] 시리즈입니다. 저는 따뜻한 감동을 바랬던걸까요? 가슴 깊이 새겨놓을 교훈을 원했던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책이 잘 와닿지 않았던 지금입니다. 혹시 또 모르겠어요. 자녀가 있다면, 그 아이가 잠드는 동안 천천히 읽어주었을 때는 또 다르게 와닿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에 있어서 이 책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잘 모르겠다 싶은 그런 책이에요.

오래도록 사랑 받아온 피터 래빗 시리즈를 한데 엮었어요. 시리즈 본편 23편과 미출간작 4편을 모두 수록했으니 베아트릭스 포터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사랑스러운 책이 되어줄 거 같아요. 이 책인 즉, 의인화된 동물들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더하지요. 토끼, 고양이, 생쥐, 개구리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들은 인간적인 면모를 내보입니다. 그런 점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점이기도 해요. 천진난만한 아기 동물들과 철없는 아이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엄마 등이 인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도 다를바가 없지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이자 어른들을 위한 현실의 모습이 적절히 어우러진 [피터 래빗]시리즈 전집이에요. 전원적인 풍경들의 삽화 속에 베아트릭스의 작품 묘사를 엿볼 수 있는 책- 시간이 지나 다시금 살펴보고 싶게 만듭니다. 동심의 마음을 가지려고 애써봐도 이제는 현실이 씁쓸해서 굳어버린 마음으로 활자를 읽기에 급급해진건 아니었는지 새삼 반성하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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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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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유], [원 플러스 원]에 이은 조조 모예스님의 세번째 책이 출간되었네요. [허니문 인 파리]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255페이지 중 왼쪽에는 파리 스냅 사진들을 볼 수 있어요. 흑백으로 표현되었지만 로맨틱함이 곳곳에서 묻어나더군요. 이는 실제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낸 부부들의 추억을 담았다고 해요.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좌측에는 사진이 우측에는 글이 있더랍니다. 이렇다보니 활자의 페이지는 고작해야 127쪽 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여정 이야기로서 2002년, 1912년 두 부부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옵니다.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게 된 두 부부에게 일어난 일들로 이제 막 결혼에 행복해 마지 않을 여성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각기 다른 시대지만 결혼에 대한 고민과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 두 부부에게 벌어진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리브가 느낀 행복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안정한 토대 위에 쌓아 올려진 모양이었다. - p107

​전도유망한 건축가 데이비드와 결혼한 리브는 로맨틱한 파리 허니문을 꿈꿨어요. 그러나 신혼여행 중에도 일에 빠져 자신을 소흘히 하는 남편에게 조금씩 마음이 멀어져가요. 한편, 가난한 예술가 남편 에두아르와 결혼한 소피는 그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남편을 내조하려고 해요. 하지만 예술가 남편 주위로 몰려는 여인들과 초라한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연인에서 이제 막 아름다운 부부가 되었거늘 순탄치 않습니다. 신혼의 달달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리브와 소피는 신경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겪게 돼요. 얄팍한 마음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업무상의 통화에 진저리치는 리브 "과연 이 남자와 사는게 행복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요. 신혼여행까지와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남자라면 어떨까 생각했더랍니다. 능력이 좋을지언정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결국 그 끝은 함께 할 수 없겠죠.

소피의 경우는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아요. 화가로서 재정적인 상황은 좋지 못했던 에두아르지만, 그의 친화력은 수많은 사람들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게했죠. 그러던 찰나에 그를 사모했던 한 여인이 의혹의 씨앗을 소피에게 던집니다. '당신 남편이 캔버스에 담아낸 여자들, 그렇게 자세히 묘사할 수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 이 말에 소피의 가슴은 무너져 내립니다. 사악하고 교묘했던 말에 흔들려버린 가엾은 그녀의 처지는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할까요?

'어쨌든 이런 게 결혼생활이다.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 p101

이 책의 주인공들이 겪었던 갈등, 그리고 물음은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평생에 걸쳐 정답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여 신뢰를 쌓아가는 것을 바탕으로 말이죠.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때론 유쾌하지 못한 일을 들춰내어 신경질 부리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것 아닐까 합니다. [허니문 인 파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원인 모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지속하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 사람이 아닌것 같고, 상황을 도피하고 싶어진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해요.

*

"당신이 내 그림을 그리고, 또 아무도 나를 당신처럼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당신 사람이었어요. 당신은 나의 가장 좋은 면만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아는 나보다 더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 p83

"사람들 뒤통수밖에는 보이지 않을 때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죠. 어쨌든 떠날 시간이에요." - p129

"결혼생활이 완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하게 될 거야."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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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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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오사카 소년 탐정단] 그 다음 이야기에요. 시노부 선생의 캐릭터를 끌어올려 이야기가 진행되는만큼, 전작이 재미없었다면 이 역시 흥미롭지는 않을거에요. 저는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읽은 덕에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시노부 선생님과 아이들은 만화[명탐정 코난]을 떠올리게 했어요. '그(그녀)가 가는 곳에는 사건이 함께 한다'는 게 즐거웠달까요. 후속편 역시 가벼운 이야기라서 진득한 추리소설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밖에요. 그렇지 않다면 다시 만나는 시노부 선생이 반가울것입니다.

​주인공 시노부 선생이 파견 유학 형식으로 대학에 진학한 후의 이야기들이에요. 여섯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어요. 짧은 분량인만큼 엄청난 반전을 꿰하고 있거나, 극적인 측면을 세세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더라구요. 부연 설명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우리가 사는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었어요. 일에 치이고, 외로운 가정의 모습에서 '잘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올바른 경쟁을 이야기하고, 반듯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지키려고 노력해야한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어요.

​시노부의 호기심 왕성한 캐릭터, 장난꾸러기가 같은 아이들과의 만남이 지속되는 등 얼토당토 않다 싶기도 해요. 더욱이 사건에 얽매이며 풀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지금의 시대와는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지만 이런 측면을 개의치 않고 본다면 즐길만하다 싶어요. 작가의 뛰어났던 작품들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울테지만 쉬어간다 생각하면 좋을 듯 합니다. 기분좋은 마지막을 예고하며 끝나가는 이야기-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시노부 선생님, [이제 정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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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리라
조정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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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운명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포장하면 좋을지 망설여집니다. [바다의 리라]는 계절에 빗대면 벚꽃이 흩날리는 봄보다 을씨년스러운 늦가을이 어울리는 듯 했어요. 작가의 간결하고 감각적인 문체 속에 드러난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아이의 모습은 잿빛으로 보였거든요. 희망을 노래하기 보다 현실과 타협하고 무덤덤하게 살고자 했던 시간들이 한 소녀(소년)을 만나 조금씩 변화하게 됩니다.

​간략한 줄거리인 즉 고3이지만 수능도 취업준비도 하지 않는 주다인, 어느날 그녀는 비밀을 하나 품게 됩니다. 흠잡을데없이 완벽했던 남자 유은기와의 사랑이랍니다. 이렇다할 꿈도 목표도 없던 다인이를 일으켜세워 그녀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응원해줍니다. 여기까지는 사랑스럽다 싶지만, 저마다 품고있는 가족문제와 내면의 상처들이 열아홉의 아이들을 울게 하고 성장해나가도록 만들지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해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갈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은기. 그런 그의 곁에서 뒤쳐질까봐 조바심내기도 하며 뒤쫓아가던 다인이.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되주었지만 그들 곁에 위태로운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점차 틈이 벌어져요. 한없이 믿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을 넘어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야 진실로서 보고자 하는 것이 보이는 거 같아요. 한꺼풀 벗겨내고 민낯을 마주했을때처럼 조금씩 변화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어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 그걸 능력이라고 하지. 그런데 그거 알아? 한계를 정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는 것이 진짜 재능이라는 걸?" -p23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 리라라는 악기에 연주함에 있어 이 책을 쉬이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활을 사용하는 악기에 있어 다인과 은기는 서로에게 활이 되어주었어요. 좀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되어준 셈이죠. '넌 바느질을 해야해', '배우를 꿈꾸는 건 어림도 없어'라는 비난의 말이 아닌 불가능한 일이라도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던 그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고 따뜻했던 것도 같습니다.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아이들,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렸지만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있어 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봤던거 같아요.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 풋풋하고 순수한 이들의 그림을 생각했지만, 이는 아슬아슬했던 외줄타기에서 손 내민 사람으로 하여금 든든했음을 말했던 책에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굳이 분류한다면 저는 단단한 문장의 성장소설로 남게 될 듯 합니다.

"나는 말이지, 어른이 되기 직전에 뭔가 불안감 같은게 있을 줄 알았어. 시험 첫날 같은 위기감 말이야. 그땐 벼락치기라도 하잖아.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안 하는 건 두 부류야. 하나는 공부 다 해놓은 모범생, 나머지 하나는 깨끗이 포기한 애들. 나는 이도저도 아니어서 나름 걱정은 했었거든. 그런데 이건 위기감 같은 것도 없어. 성년이 된다는데, 반년 지나면 어른이라는데, 아무 감각이 없다고. 넌 어느 편이야? 설마 인생 포기는 아닐테고, 역시 팔자가 좋은 편인가? 아니면 뭐가 되는지도 모른 체 그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 가는 중인가?"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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