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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인 파리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임 옮김 / 살림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미 비포유], [원 플러스 원]에 이은 조조 모예스님의 세번째 책이 출간되었네요. [허니문 인 파리]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255페이지 중
왼쪽에는 파리 스냅 사진들을 볼 수 있어요. 흑백으로 표현되었지만 로맨틱함이 곳곳에서 묻어나더군요. 이는 실제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낸 부부들의
추억을 담았다고 해요.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좌측에는 사진이 우측에는 글이 있더랍니다. 이렇다보니 활자의 페이지는 고작해야 127쪽 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의 여정 이야기로서
2002년, 1912년 두 부부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옵니다. 파리에서 허니문을 보내게 된 두 부부에게 일어난 일들로 이제 막 결혼에 행복해
마지 않을 여성의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각기 다른 시대지만 결혼에 대한 고민과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책, 두 부부에게
벌어진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리브가 느낀 행복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불안정한 토대 위에 쌓아 올려진 모양이었다. -
p107
전도유망한 건축가 데이비드와 결혼한 리브는
로맨틱한 파리 허니문을 꿈꿨어요. 그러나 신혼여행 중에도 일에 빠져 자신을 소흘히 하는 남편에게 조금씩 마음이 멀어져가요. 한편, 가난한 예술가
남편 에두아르와 결혼한 소피는 그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남편을 내조하려고 해요. 하지만 예술가 남편 주위로 몰려는 여인들과 초라한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연인에서 이제 막 아름다운 부부가 되었거늘 순탄치 않습니다.
신혼의 달달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리브와 소피는 신경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겪게 돼요. 얄팍한 마음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업무상의 통화에
진저리치는 리브 "과연 이 남자와 사는게 행복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요. 신혼여행까지와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남자라면 어떨까
생각했더랍니다. 능력이 좋을지언정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결국 그 끝은 함께 할 수 없겠죠.
소피의 경우는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아요.
화가로서 재정적인 상황은 좋지 못했던 에두아르지만, 그의 친화력은 수많은 사람들을 화폭에 담아낼 수 있게했죠. 그러던 찰나에 그를 사모했던 한
여인이 의혹의 씨앗을 소피에게 던집니다. '당신 남편이 캔버스에 담아낸 여자들, 그렇게 자세히 묘사할 수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 이 말에 소피의 가슴은 무너져 내립니다. 사악하고 교묘했던 말에 흔들려버린 가엾은 그녀의 처지는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할까요?
'어쨌든 이런 게 결혼생활이다. 양보와 타협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
p101
이 책의 주인공들이 겪었던 갈등, 그리고 물음은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평생에 걸쳐 정답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서로를 믿고 의지하여 신뢰를 쌓아가는 것을 바탕으로 말이죠.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때론 유쾌하지 못한 일을 들춰내어 신경질 부리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것 아닐까 합니다.
[허니문 인 파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원인 모를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큰 문제는 없지만 이렇게 지속하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 사람이 아닌것 같고, 상황을 도피하고 싶어진다면 한 번쯤 읽어볼만해요.
*
"당신이 내 그림을
그리고, 또 아무도 나를 당신처럼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당신 사람이었어요. 당신은 나의 가장 좋은 면만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내가 아는 나보다 더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 p83
"사람들 뒤통수밖에는
보이지 않을 때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죠. 어쨌든 떠날 시간이에요." - p129
"결혼생활이 완전해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하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하게 될
거야." - p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