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리라
조정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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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운명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어떻게 포장하면 좋을지 망설여집니다. [바다의 리라]는 계절에 빗대면 벚꽃이 흩날리는 봄보다 을씨년스러운 늦가을이 어울리는 듯 했어요. 작가의 간결하고 감각적인 문체 속에 드러난 꿈과 현실 사이에 놓인 아이의 모습은 잿빛으로 보였거든요. 희망을 노래하기 보다 현실과 타협하고 무덤덤하게 살고자 했던 시간들이 한 소녀(소년)을 만나 조금씩 변화하게 됩니다.

​간략한 줄거리인 즉 고3이지만 수능도 취업준비도 하지 않는 주다인, 어느날 그녀는 비밀을 하나 품게 됩니다. 흠잡을데없이 완벽했던 남자 유은기와의 사랑이랍니다. 이렇다할 꿈도 목표도 없던 다인이를 일으켜세워 그녀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응원해줍니다. 여기까지는 사랑스럽다 싶지만, 저마다 품고있는 가족문제와 내면의 상처들이 열아홉의 아이들을 울게 하고 성장해나가도록 만들지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해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갈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은기. 그런 그의 곁에서 뒤쳐질까봐 조바심내기도 하며 뒤쫓아가던 다인이.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되주었지만 그들 곁에 위태로운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점차 틈이 벌어져요. 한없이 믿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을 넘어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야 진실로서 보고자 하는 것이 보이는 거 같아요. 한꺼풀 벗겨내고 민낯을 마주했을때처럼 조금씩 변화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어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 그걸 능력이라고 하지. 그런데 그거 알아? 한계를 정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는 것이 진짜 재능이라는 걸?" -p23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 리라라는 악기에 연주함에 있어 이 책을 쉬이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활을 사용하는 악기에 있어 다인과 은기는 서로에게 활이 되어주었어요. 좀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자극제가 되어준 셈이죠. '넌 바느질을 해야해', '배우를 꿈꾸는 건 어림도 없어'라는 비난의 말이 아닌 불가능한 일이라도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던 그 아이들의 마음은 순수하고 따뜻했던 것도 같습니다.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아이들,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렸지만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있어 그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봤던거 같아요.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 풋풋하고 순수한 이들의 그림을 생각했지만, 이는 아슬아슬했던 외줄타기에서 손 내민 사람으로 하여금 든든했음을 말했던 책에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굳이 분류한다면 저는 단단한 문장의 성장소설로 남게 될 듯 합니다.

"나는 말이지, 어른이 되기 직전에 뭔가 불안감 같은게 있을 줄 알았어. 시험 첫날 같은 위기감 말이야. 그땐 벼락치기라도 하잖아.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안 하는 건 두 부류야. 하나는 공부 다 해놓은 모범생, 나머지 하나는 깨끗이 포기한 애들. 나는 이도저도 아니어서 나름 걱정은 했었거든. 그런데 이건 위기감 같은 것도 없어. 성년이 된다는데, 반년 지나면 어른이라는데, 아무 감각이 없다고. 넌 어느 편이야? 설마 인생 포기는 아닐테고, 역시 팔자가 좋은 편인가? 아니면 뭐가 되는지도 모른 체 그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실려 가는 중인가?"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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