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 (초판 한정 양장) ㅣ 특서 청소년문학 48
뤼도비크 르콩트 지음, 장소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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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캐빈증후군.

나의 병명이다.

... 나는 열도 없고, 아프지도 않고, 머리에 이상이 있지도 않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환자다.

 

캐빈증후군에 걸렸다.

나는 6개월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현관문을 나서서 정원에 발을 딛는 것이 불가능하다._p16

 

독백으로 시작하는 #나만의방 은 자신의 병명을 고백하고 있었다. 문 밖을 나서지 못하는 몸과 마음을 ‘나’는 온전히 경험하고 있었다. 흔히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라고도 불리는 캐빈증후군을 1인칭 시점에서 읽으니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원인이 뭘까를 되새겨 보기도 하지만 이것조차도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의심스러운 한 가지 사건만 떠올랐을 뿐이다. 바로 학교 옆 건물이 폭파될 예정이라서 일찍 시작한 방학, 그 가을방학동안 ‘나’는 한 번도 외출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숙제(?)를 하나씩 해나가려고 애쓴다. 만약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면 답답하게 느꼈을지도 모를 상황들이 1인칭으로 심정을 말하는 것을 따라가니 마치 내가 그가 되는 듯하여 이해가 훨씬 잘 되었다. 함께 언급되는 노래 가사들이 ‘나’의 심리에 맞닿아서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문밖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었을까? 오즈의 마법사의 ‘오버 더 레인보우’ 떠올리며 나아갈 수 있었을까? 꼭 그랬을 거라 믿는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이렇게 이끌어 낼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도 함께 주었던 멋진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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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 숨이 막힐 때 주문처럼 ㅣ 특서 청소년문학 4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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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러저러한 것을 다 아는 것이 오히려 고통스로울 때도 있다. 차라리 아름답게 나를 상상하고 포장하는 것이 비록 사실과는 멀어질지라도 그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_p79

 

‘시간을 파는 상점’의 #김선영 작가, #내일은내일에게 로 다시 만난 연두....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지 며칠 지났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새엄마와 이복 동생과의 생활... 가난, 폭력 등, 불행한 현실로 하루하루가 힘들다.

어느날 우연히 짚 앞 카페 이상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거기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열게 되는데.... 그곳의 연두콩 우체통을 통해 그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

 

두려움과 불안이 오늘 몰려와도 주문처럼 외워본다, “내일은 내일에게!”... 이 주문, 나도 지금 중얼거려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의 마지막 말이 떠오르면서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연두를 쫓아 글을 읽었다. 그러면서 안타까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카페 사람들을 보며 나까지 위로받은 기분이었다.

 

김선영 작가의 따뜻한 십 대에게 보내는 마음은 이 책에서도 잘 전달해왔다. 매일 소리내어 말하고 싶은 주문, “내일은 내일에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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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나를 자유롭게 할 거야 - 벽을 깨고 스스로 빛이 된 예술가
이소영 지음 / 블랙피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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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기준에 맞춰 사느라 지친 ‘나’에게 하는 질문, “너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뭐지?”... 여기에 예술이라고 답하고 있는 책, #이소영작가 의 #그림이나를자유롭게할거야 , 희노애락을 고루 느낀 시간이었다.

 

한국전쟁을 겪은 소녀가 90세 조각가가 되어 만들어내는 조각과 그림의 세계, 편견심한 한국미술계 이야기까지 가득했었던 김윤신 작가편, 읽으면서 새삼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 삶의 여정에 눈물 났었던 나혜석 작가-부디 다시 태어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기를-,

 

디지털 아트지만 추상이라는 개념을 더 깊게 느끼게 해주었던 베라 몰나르- 그녀는 디지털 아트라는 개념이 인식되기 훨씬 전에 실험적인 작품들로 시대를 앞서간 작가이다-, 얼마나 우리가 유명 남성작가 위주 시각으로 작품을 평가하고 편견을 가지는 지를 반성하게 했었던 말로 모스와 빅토리아 뒤부르 편, 건강문제 악화와 가정사정으로 무너져 내리는 자신을 나이에 따라 자화상으로 남긴 헬렌 셰르브베크- 그녀는 끝까지 스스로 에게 정직했다-,

 

숲의 언어를 캔버스에 번역해 낸 에밀리 카-겹겹이 쌓여진 나무기둥들이 내 뇌리에 박혀서 떠나질 않는다-, 무민으로만 알고 있었던 토베 얀손의 다른 빛깔들, 이방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색과 언어로 표현해낸 에텔 아드난 등...

 

숱한 어려움이 있어도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삶과 작품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자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을 찾아야하고,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조언, 그리고 당신은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여,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술 입문서로서도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이소영 작가의 그림관련 도서를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이 최고였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을 이들의 삶을 보면서 나의 한 자락도 살짝 얹어보고, 각자의 여정을 보면서 어떤 원천에서 영감을 받았을 지도 함께 빠져들어 생각했다. 언젠가 이 시간을 되돌아보며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_그림 <숲의 내부>를 보면, 마치 나무 터널을 지나가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거대한 삼나무들이 화면 양쪽에서 성당의 기둥처럼 솟아오르고, 그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 어둠 속에서 초록이 빛난다._p335

 

 

_2025년 1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964번 갤러리. 전시 제목은 <Seeing Silence>, '침묵을 보다‘라는 의미다. 우리는 침묵을 어떻게 볼까? 침묵이 하나의 언어가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눈으로 읽을까?

벽을 따라 한 여자의 얼굴이 걸려 있다. 같은 사람인 것 같다가도 같은 사람이 아니다. 스물두 살의 맑은 눈이, 쉰세 살의 도도한 시선이, 일흔다섯 살의 가면 같은 얼굴이, 여든세 살의 유령이 한 벽 위에 나란히 있었다. 60년의 시간이 몇 걸음 안에 압축되어 있다._p289

 

_“모든 것은 아주 불확실해. 그게 바로 나를 안심하게 해.”

토베 얀손의 삶도 그랬다. 화가가 되려 했지만 만화가로 유명해졌고, 당시 시대 통념상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했고,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았다. 불확실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이야말로 그녀의 집이었다._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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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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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매일을 기록한다면 이러할 것 같다. 어느 날은 A를 만나고, 다음 날에는 B를 만나고.. 만나왔던 C가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기도 하고 - 죽거나 사라지거나 -, 각각 어떻게 나와 인연이 되었나 회상해보기도 하고 ... 이 과정에는 나열만 있을 뿐 감정은 저 깊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심지어 누가 전화했었는지 합당한 얘기를 한 것이 맞는지 자신이 없기도 하다... #바다여인의선물 을 읽으며 별 일 없으면서도 섬세하게 다가왔던 일상이 이러했다.

 

#데니스존슨 의 소설집 <바다 여인의 선물> 속 이야기들은 삶의 당연함, 벌과 은총, 기쁨과 평범, 희망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툭툭 던지는 무심한 죽음에 대한 주인공들의 염원은 삶을 더 평범해서 비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화자가 제 정신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었던 ‘아이다호의 별빛’을 지나, 전편과 이어지는 여운의 ‘교살자 밥’, ‘바다 여인의 선물’ 편의 T4통증이 기시감처럼 떠올랐던 ‘무덤 위의 승리’ 속 화자의 다리 통증을 건네받고 나면 끊임없는 의심과 두려움이 느껴졌던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가 나온다.

 

이렇게 끝이었지만,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 ‘바다 여인의 선물’로 회귀하는 듯하다. 이 편의 마지막에는, 기억하는 것이 적어진 예순세 살의 화자는 퇴색된 기억을 흘려보내고 있었지만 아주 가끔 빛나는 실을 찾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_이제는 내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보다 지나간 기억이 더 많다. 기억은 퇴색한다. 계속 남는 과거는 많지 않다. 과거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잊어버려도 나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_p58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어쩌면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내야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참 이상한 기분이였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여운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책이다. #데니스존슨 작가가 죽기 직전에 완성한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그는 생의 어느 자락에 머물다가 갔는지 궁금하다.

 

삶에 관한 고민을 문학으로 만나기를 해 온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개인적으로는 최근 읽은 현대문학소설들 중 상위에 넣고 싶은 책이었다).

 

 

_내가 죽으면, 내가 비웃었던 하느님의 천사 BD와 던던이 와서 내가 내 피로 죽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헤아려 말해줄 것이다._p138

 

_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무렵에는 어떨지 모른다._p203

 

 

_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처음부터 여긴 내 도시가 아니었어."오늘은 이 도시가 모두 내 것이었다. 내가 이곳의 주인이었다._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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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책
후안 비요로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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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람 이상이지. 초인간이라고나 할까. 걔네들은 독자를 찾으면서 영원히 살아갈 테니까.“_p74

 

오오~ 그동안 만났던 책들이 나를 찾은 거였다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렇게 설레는 말이 없을 것 같다. 살아있는 책들을 만날 수 있다면? #후안비요로 의 #야생의책 속 후안은 띠또 삼촌의 도서관에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읽고 있었던 나까지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주인공 후안은 책을 그닥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삼촌과 지내게 되면서 띠또 삼촌과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삼촌은 책들은 생명력 있는 야생성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책을 이해한다고 생각들 하지만 책은 읽는 사람의 거울 같기도 해서 숨겨져 있는 생각을 일부러 자극하고, 위험하기도 해서 가장 독창적인 생각들을 달아나게도 한다고 말하는데 의문이 생기면서도 스스로 움직인다는 책들에 대하여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 어느날 무심코 경험하게 되는 조용한 책들의 움직임..... 이들은 계단을 스스로 만들면서 후안을 뜻밖의 장소로 이끌어준다. 이 깊숙한 곳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후안이 맡게 된 임무를 잘 완수할 수 있을까?

 

판타지가 책, 친구와 함께한 시간을 만나서 독서의 중요성, 삶에 관한 이해와 성장을 알려주는 그림 같은 책으로 완성되었다. 특히 책이 독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독서가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것을 넘어서 인연이라는 필연성이 느껴져서 나의 독서가 더 유의미해지는 소중한 설렘으로 기억되는 시간이었다.

 

_“너희는 흥분해서 그것을 보고 싶었던 거야. 책을 읽을 때는 글자를 보는 게 아니라, 글자가 들려주는 내용을 보는 거거든. 숲이든 도서관으로 변한 집이든 약국이든 다 마찬가지야. 책들은 거울이나 유리창과 같은 역할을 한단다. 책 속엔 여러 가지 이미지가 가득 차 있으니까.”_p313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 보지 않을까 싶었던 즐거운 책이야기였다.

 

"이런 도서관이라면 평생 살고 싶다. 나도 ‘야생의 책’,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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