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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평점 :
우리의 매일을 기록한다면 이러할 것 같다. 어느 날은 A를 만나고, 다음 날에는 B를 만나고.. 만나왔던 C가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지기도 하고 - 죽거나 사라지거나 -, 각각 어떻게 나와 인연이 되었나 회상해보기도 하고 ... 이 과정에는 나열만 있을 뿐 감정은 저 깊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심지어 누가 전화했었는지 합당한 얘기를 한 것이 맞는지 자신이 없기도 하다... #바다여인의선물 을 읽으며 별 일 없으면서도 섬세하게 다가왔던 일상이 이러했다.
#데니스존슨 의 소설집 <바다 여인의 선물> 속 이야기들은 삶의 당연함, 벌과 은총, 기쁨과 평범, 희망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툭툭 던지는 무심한 죽음에 대한 주인공들의 염원은 삶을 더 평범해서 비범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화자가 제 정신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힘들었던 ‘아이다호의 별빛’을 지나, 전편과 이어지는 여운의 ‘교살자 밥’, ‘바다 여인의 선물’ 편의 T4통증이 기시감처럼 떠올랐던 ‘무덤 위의 승리’ 속 화자의 다리 통증을 건네받고 나면 끊임없는 의심과 두려움이 느껴졌던 ‘도플갱어, 폴터가이스트’가 나온다.
이렇게 끝이었지만,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 ‘바다 여인의 선물’로 회귀하는 듯하다. 이 편의 마지막에는, 기억하는 것이 적어진 예순세 살의 화자는 퇴색된 기억을 흘려보내고 있었지만 아주 가끔 빛나는 실을 찾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_이제는 내가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보다 지나간 기억이 더 많다. 기억은 퇴색한다. 계속 남는 과거는 많지 않다. 과거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잊어버려도 나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_p58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어쩌면 그냥 있는 그대로 살아내야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참 이상한 기분이였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여운으로 나를 붙잡고 있는 책이다. #데니스존슨 작가가 죽기 직전에 완성한 소설집이라고 하는데 그는 생의 어느 자락에 머물다가 갔는지 궁금하다.
삶에 관한 고민을 문학으로 만나기를 해 온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개인적으로는 최근 읽은 현대문학소설들 중 상위에 넣고 싶은 책이었다).
_내가 죽으면, 내가 비웃었던 하느님의 천사 BD와 던던이 와서 내가 내 피로 죽인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헤아려 말해줄 것이다._p138
_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죽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분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무렵에는 어떨지 모른다._p203
_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처음부터 여긴 내 도시가 아니었어."오늘은 이 도시가 모두 내 것이었다. 내가 이곳의 주인이었다._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