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세 ㅣ 소설, 향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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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은 비교적 평범했다. <상담>이라는 짧은 소설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답십리도서관 상주 작가 경험을 토대로 쓴 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흠... 그렇군 하면서 읽어가는데, 웬걸 자꾸 헷갈린다. 이 책이 소설이던가, 에세이던가? 전반부가 지날 때 까지 자꾸 겉장을 들춰봤다. 소설이군.. 하며 확인하면서 읽었다.

 

장수를 넘기면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던 주인공, 답십리 도서관의 상주작가의 행보에 멈칫 하다가, 중후반부터는 범상치 않은 인물들과 그들의 케미를 보며 실소를 하며 재밌게 읽었다. 뭔가 인간만의 이야기를 쓰고자하는 주인공은 온전히 자신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_그러나 도무지 행복은 글로 풀리지 않았다._p17

 

_서사에 환기가 필요하다. 도서관이 무대이면서도 똥과는 달리 깔끔하고,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풍자적이며, 무엇보다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 그게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학이다. ...

... 전작과는 달리 심연을 건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문득 떠오르는 건 우정이다. 우정은 문학의 은유다. 쓰잘데ㅣ없지만 있어도 나쁘지 않은 것. 그게 문학과 우정이다._p57

 

_제가 하고 싶은 말은 후배님이 작가로서 답십리도서관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냐는 말입니다. 창작 기금을 떠나서요.

 

제가 언제 그렇다고 한 적 있어요? 그리고 설혹 그렇다 한들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요?

기가 찼다. 그럼 대체 내가 왜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_p103

 

 

드디어 본인에 대한 항의글을 계속 투서한, 답십리도서관 수호자를 실제로 만나면서 이야기는 전환의 계기를 갖는다.... 이들의 계획은 거의 완벽(?)하게 실현이 되는데....

 

이 신기한 캐릭터들이 가득한 소설, 이렇게 또 색다름에 눈을 뜬다. 유쾌한 블랙코미디 한 편 같았다.

 

“책비린내 나는 종횡무진 도서관 활극, <인간만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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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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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착한 척한다고 비난하면 달게 받겠다.

나는 냉소보다는 차라리 위선을 택하려 한다.“_

 

선한 생각 10번보다 선한 행동 하나가 나은 법이다. 물론 악한 생각보다는 선한 생각이 나을 것이고.... 이 평범한 진리를 어느덧 잊고 지낸 듯하다. 삶이 내 뜻대로 된 것 같지 않다고 해서 냉소적인 언행을 내뱉기도 하고, 대학 때는 그렇게 열심히 하던 봉사활동이나 후원도 그 쓰임새를 의심먼저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이 들고 있는 지조차 몰랐던 나에게, 이 책, <별것 아닌 선의> 가 왔다.

 

읽다보면, 그 어떤 자기계발서, 그 어떤 철학서나 종교서 보다 와 닿는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내용이 그렇지... 하면서 내 안의 무언가를 찾아주는 듯 했다. 문득 따뜻한 기운이 생기는 듯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순해지는 기분이였다.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동아리후배에게 전화를 걸려고 한다. 그 아이는 여전히 후원과 봉사를 꾸준히 해오는 존경스런 후배인데, 결혼한 후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로 적극적인 시설 방문은 힘들지만, 종종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꼭 이 후배처럼은 아니여도, 당장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상의해봐야겠다는 구체적인 결심이 생겼다. 어쩌면 큰 변화다.

 

누군가도 이 도서를 읽고 바로 옆의 누군가에게 별것 아닌 선의를 실천해나가면 좋겠다. 별것 아니어도 안 한 것 보다는 나으니까...

 


_.... 부당하게 가진 자들이 회개하거나 너무 많이 가진 자들이 호주머니를 열거나 서울역 노숙인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이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닐지라도 찰나의 선의는 그 자체로 귀하며,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_p103

 

_질리게 만들어 자책하고, 반복되어 마음 부서지고, 그러고도 다시 웃으며 마음을 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쯤에 주름진 할머니가 되어 있더라도, 세상에 머무는 동안 서로 사랑하는 삶이 나에게 허락되기를 기도한다._p151

 

_사랑할 줄도 모르면서 당장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내어주고픈 소망들의 원형. 그렇게 읽었고, 그게 좋았고, 그래서 글을 썼다._p157

 

_살아가면서 충동하는 이의 빈틈을 연민하고, 선망하는 이의 빈틈을 알아차릴 수 있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빈틈에도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품으면 좋겠다._p183



- 덧붙임:

나의 ‘별 것 아닌’ 것들 중 하나는 오전 업무를 마치고 듣는 FM방송이다. 끝나는 시간이 매일 제각각이라 딱 한 프로는 아니지만, 차 한 잔 들고 쉬는 그 시간이 별것 아니지만 나의 하루를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어크로스 ABC 이번 미션을 계기로 나의 생활을 짚어보게 되었다. 정말 의미있는 시간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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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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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었던 책들 중 어렵게 느껴졌던 2권중 나머지 하나가 바로 '고통 없는 사회' 이다.

 

이 책은 어렴풋이 내용은 알겠으나, 내 것으로 가져와 내 의견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비록 고통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신체통증에 대해서는 어떤 이상신호의 전조증상인지 파악하기 위해 애쓰기는 하지만, 나 역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싫고 되도록 고통스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이 생에 내게 배당된 고통들이 더 남아있다면 어떡하지? 하면서 쓸데없는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고통' 에 대하여 제대로 보기, 지나친 긍정 심리학의 문제점, 이로인한 사회현상 등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책이 이 책이다. 저자는 금속공학, 철학, 독일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고, 독창적인 사회 비평서와 철학책를 낸, 한병철 교수다.

 

사회 비평과 철학을 겸하고 있는 이 내용을 통해, 고통이 지니고 있는 치유력과 겸허함을 강조하고 있다. 타자에 대한 감수성의 상실을 유발하는 지금의 디지털 매체들까지 다루고 있어서, 과거의 '고통'의 개념이 현대에 와서 어떻게 무뎌지고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용이 여기까지 확장되니, 그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단순히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필연적인 죽음을 가진 인간에게 고통이 있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일 것이다.

 

 

_생존을 위한 투쟁은 좋은 삶을 위한 염려와 대립한다._

 

_고통은 결속이다. 모든 고통스러운 상태를 거부하는 사람은 결속 관계를 맺을 능력이 없다._

 

_행복이 영구히 지속되는 고통 없는 삶은 더 이상 인간적인 삶이 아닐 것이다. ..... 인간은 불멸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삶을 그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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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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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신기한 것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나만의 이유만 있을 때보다 다른이들의 이유가 합류하니까 더 그랬다. 내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_p187

 

설정부터 재밌는 이 소설, 친구를 구하려다 엉겁결에 함께 죽은 것도 억울한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라는 오해까지 받는 주인공, 나일호. 여기 오기 전까지는 그저 ‘하루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기.’가 인생모토였다. ...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는 순순히 저승으로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저세상 오디션을 거쳐야하는 이 소설의 내용, 정말 신선한 소재였다. 재미있게 넘어가는 속에 삶에 대한 충고들이 불쑥불쑥 뜨끔하게 만든다.

 

_“저기가 그렇게도 쉬운 곳인 중 알았냐?”

마천은 무지개가 떠 있는 산을 가리켰다.

 

“너희들은 착각을 했다. 너희들이 살던 세상을 떠나면 문제가 해결되고 안락하고 편안한 세상으로 단숨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 착각으로 멍청한 선택을 한 거고 말이다. 너희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는 길을 통과하지 못하고 여기에 남게 되면 절실히 느낄 거다....”_p58

 

나도 너무 힘들때면, 죽으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습관처럼 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그것이 제대로된 해결책이 아니다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냥저냥 별생각없이 살아온 주인공을 위해, 혹은 죽으면 다 해결될 거야 내지는 너무 힘들어서 죽음을 선택한 등장인물들의 부탁을 통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해준다.

 

살고 싶어진 주인공은 다른 이들의 많은 부탁들로 책임감이 더 많아지고, 꼭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가야하는 이유들이 자꾸 생긴다..... 잘 갈 수 있을까? 주인공의 생각이 성장하듯 독자의 공감대도 확장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 재밌고 따뜻한 소설이었다.

 

 

_나도희가 죽은 이유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다들 생각을 너무 복잡하게 하고 살았던 거 같다._p186

 

_"부디 너에게 남아 있는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라...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_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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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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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온통 경외감에 휩싸인 나는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언젠가 나도 내 생일을 축하하는 성대한 파티를 열겠노라고._p25

 

리비아의 이 바램은 마흔 살 생일에 이루게 되어 파티 계획을 세우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새벽에 깬, 리비아, 앗, 남편 애덤이 없다. 어디 갔지?

 

이 시각, 애덤은 오토바이를 타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딸 마니 때문이라고 경찰관들에게 답하는 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그리고 시간은 그 전날로 이동한다.

 

그 전날 시간들부터, 리비아와 애덤의 시점을 오가며 전개하는 형식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는 ‘딜레마: The Dilemma', ’브레이크 다운‘, ’브링 미 백‘ 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B.A.패리스 의 작품이다.

 

시간대별로 그려내는 그 두 사람의 독백은 마치 부부심리극을 보는 듯하다.

 

_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게, 걱정으로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게 어떤 건지 남편도 느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한다는 게 어떤 건지._p114

 

_오늘 밤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와인 잔에 손을 뻗었다가 잔이 비었다는 걸 깨달았다._p240

 

가족의 평화를 위한다는 이유로 어느 선까지 비밀로 하는 것이 옳은가하는 것에 대한 딜레마는 이런 극적인 내용뿐만이 아니라 언제든 당면가능한 일일 것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 안에서 있을 수 있는, 판단하기 힘든 상황들에 대한, 촘촘한 심리극 이였다.

 

이 책에 대한, 작가 TM 로건의 이 한 문구: ‘강력하면서도 아름답게 직조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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