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소리쳐! - 세상을 바꾸려는 십대들의 명연설문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1
아도라 스비탁 지음, 카밀라 핀헤이로 그림, 김미나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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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무엇보다도 다양성과 장애인을 존중해주는 런던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저한테는 필수였던 첨단 의수족을 살 수 있는 가정 형편이었다는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정부가 사람들의 삶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첨단 의수족 비용을 대신 내줄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게 실망스러운 점이지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우리 사회는 이미 용도를 상실한 용어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째서 모든 이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말을 계속해서 쓰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우리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합니다. 진짜 질문은, 과연 그게 뭐가 될 것이냐는 겁니다._[‘기술이 장애의 개념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이유’ 와이어드 넥스트 제너레이션] 에서

 

이 인상적인 연설문 내용은 ‘패트릭 케인’의 2015년 영국 런던, 와이어드 넥스트 제너레이션에서 가져온 것이다. 손에 장애가 있는 패트릭은 첨단 기술로 이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과학기술이 ‘장애’라는 말을 폐기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짧지만 설득력 있고 감동적 이였던 내용이다. 장애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하는 운명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의 힘으로 극복 중이므로 ‘장애’ 라는 ‘이미 용도를 상실한 용어’는 재고해야 한다는 이 10대의 연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번쩍 했다. 이렇게 또 배워간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중인 십대들의 명연설문들을 모아놓은 책이 나왔다. TED 강연자 아도라 스비탁의 세계 최초 청소년 연설문 모음집, <더 크게 소리쳐!> 이다.

 

자신이 믿는 신념을 논리적으로 진심을 다해 토로한 이들은 정말 존경스럽기도 하고 지구의 미래가 밝구나 싶은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한다. 매사에 꼭 어른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과거를 통해서 배우기도 하지만, 당장 앞에 앉은 꼬마의 한 마디에 더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참 좋은 책이다. 같은 십대라면 동일 시대를 함께 헤쳐나갈 동지들과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고, 어른이라면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원서는 찾아보지 않았는데, 영문원서를 구할 수 있다면 같이 봐도 좋을 것 같다.

 

 

_<과학은 나이가 아니라 아이디어로 하는 것이다: ‘치매를 연구하는 열다섯 살의 과학자, 크르틴 니띠야난담’>에서:

 

저는 이 병을 보다 일찍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림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라 불리는 단백질군을 살펴봤죠. 그중에서도 특히 독성이 가장 강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로 알려진 올리고머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에서 아주 두드러지게 고농도를 보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처음 발현되기 최대 10년 전부터 관찰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단백질을 타깃으로 삼는다면 환자에게 올바른 진단을 내리는 데 훨씬 유리해지고 긍정적인 예후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죠. 저는 기존의 항체들보다 훨씬 독특한 항체를 고안해냈습니다._

 

 

_<‘생리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 게 말이 돼요? 아미카 조지’>에서:

 

아미카는 여성의 생리가 전 이구의 절반이 경험하는 일인데도 어떠한 주요 정당도 이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하려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그래서 아미카는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2017년 ‘#프리피리어즈FreePeriods'라는 사회운동을 일으켰다.

 

이는 생리 빈곤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각 학교와 대학들에 무료 생리용품지원을 촉구해 자연스러운 신체 과정 때문에 교욱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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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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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제목만 봤을 때는 영화 속 명대사들을 영어공부 겸 알고 싶었는데 딱이다 싶었었다. 헌데 보다보면 뜻밖에 저자의 각 영화에 대한 감상과 인문학적 추천 포인트들이 더 눈길을 끈다. 영어권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권 영화들도 일부 대사를 영문으로 넣어놓아서 다양한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기생충도 있다).

 

8개 파트로 나누어진 구성은, 그때그때 원하는 챕터를 선택해서 보면 된다. 이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았던 부분이다.

 

또한, 이미 봤던 영화들은 내 의견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은 추천포인트를 보고 고를 수 있어서 유익했다.

 

매일 한 장씩 읽고 보기 좋은 책, 한 문장씩 적어 봐도 좋다.

 

_535. 이건 모험의 끝을 보려는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건 모험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곳에선 어떠한 일이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여러분을 사랑해요.

It's not about where an adventure ends, 'cause that's not what an adventure's about. So anything that happens from here on out is a bonus. And I love you guys._[상처에는 온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_371.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Memory is not a record but an interpretation._[현재는 기억으로 만들어진다 ‘메멘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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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
원오 극근 지음, 혜원 옮김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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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벽암록>은 깨달음의 경지를 이끌어 내는 ‘종문 제일서’ 로서,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매우 힘들다. 선은 본래 언어, 문자의 한계를 벗어나 스승과 제자의 문답으로 이루어지는데, 송대 이후에 옛 선사들의 이런 기록들을 문자로 기록한 ‘공안’을 통해 수행하는 ‘공안선’, ‘문자선’이 유행하게 되었고, 이것에 대한 강의록인 원오의 <벽암록>이 그 문자선의 백미로 여겨진다고 한다.

 

선에 대한 관심을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제대로 접해본 적은 없어서 신청하게 된 이 책, 어떻게 이해를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확실히 일반인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힘쓰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설두 중현이 선별한 총 100칙으로 이뤄져 있으며,

수시를 통해 본칙에 들어가기 전 배경을 알려주었고,

본칙에서 주요 내용을 한글로 잘 풀어주면서 송고에 깨달음을 한시로 적은 것을 현대어로 해석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해설을 더해서 독자의 총괄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원전의 한자들도 한글 음까지 넣어주고 있어서 필요하면 옥편에서 잘 찾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독을 하는 것은 마치 나를 한 껍질 벗겨내는 과정인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정독이 정독 그대로 충분히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로서는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되풀이해서 펼쳐볼 수 있을 정도로, 풀이를 잘 해주고 있고, 나오는 인물들의 문답상황이 재밌기도 하였다. 어지러운 시기일수록 참된 ‘도’를 찾아 따라가는 일이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길을 밝히고 있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있으니, 이 내용도 그 중요한 맥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선’, ‘벽암록’ 등에 대하여 관심 있었는데 어렵게 생각되어 망설이고 있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본문에서>

_“겹겹의 산, 첩첩의 봉우리, 담장에 부딪치고 벽에 들이받는다. 생각을 쉬고 작용이 그쳐도, 이 보두 굴욕일 뿐이다.” 이것은 운수가 공부하는 모습이다. 산더미 같은 의문을 끌어안고, 무턱대고 문제에 부딪치고, 사량분별이 쉬어져 마음의 작용이 멈추어도, 아직도 자신의 일대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굴욕스럽기 짝이 없음을 비관한다._ [‘제20칙, 용아, 서래의’에서]

 

_돈과 점은 선 수행에서 깨침으로 향하는 도정을 말한다. ‘점’은 점차로 이끄는 방편의 가르침이다. ..... ... 세속에 있으면서 자유자재하게 지내는 것을 뜻한다. 희로애락으로 소란한 시중에서도 자유자재의 경지를 읽지 않는 것이 도에 계합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돈’을 논한다면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돈’은 궁극의 진리를 일거에 깨치는 것이다.

.....

 

우리의 참된 본선은 석가나 달마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깨쳤다고 자부한다면 천마외도이다. 선에서는 반드시 명사의 점검이 필요하다._[‘제38칙, 풍혈, 조사심인’에서]

 

 

_조주는 “급류 위에서 공을 친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무심’으로, 육근의 작용이 무공용의 작용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일어나는 생각이 앞뒤가 절단된, ‘절대 지금’의 움직임을 말한 것이다.

 

조주의 대답에 승은 아연실색했다. 그래서 다시 투자에게 갔다. 똑같은 질문을 했다. 투자는 아주 정직하게 대답했다. “일념일념, 흐름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또한 무공용의 작용을 말한 것이다.

....

 

참된 무심은 집착이 없는 경계에서 보고 듣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무공용으로,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작용한다. 이것을 조주는 “급류 위에서 공을 친다”라고 하였고, 투자는 “일념일념, 흐름이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염념상속’이라는 말이다. 일념 즉 영원이며 영원 즉 일념임을 보이고 있다. _[‘제80칙, 조주, 갓 태어난 아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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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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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겔이 쓰고 그린, <끝내주는 괴물들>.

 

6월 어느 외로운 날에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면 누가 믿어줄까? 저자의 서문으로 충분했다..

 

살아가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존재는 뼈와 살로 현존하는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읽었던 책들,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들 속 캐릭터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어도 될 것이다는 의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맞는 말이다. 모두가 인생의 스승, 죽고 못 사는 친구들이 있지는 않다.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연락도 힘들 수도 있고, 이젠 서로 다른 얘기들로 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접했던 작품들은 그 감동과 그 당시의 자신과 함께 복기가 가능하다. 어쩌면 그 힘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의 의의에 대하여 서문에 자세히 고백해 놓았는데, 정말 공감이 많이 되어 감동적이었다. 눈물도 났다고 하면 누가 또 믿어줄까 싶다.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무도 없었던 것이 아니였네 싶어졌다.

 

본문에 따라나오는 캐릭터들은 다행히 대부분 알고 있었던 인물들이였다. 기억은 가물가물해도, 접했던 시절의 나를 소환해 오는 듯 했다.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글들과 기억이 합체되어 충만한 기분으로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었다.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유독 남는 캐릭터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들과 진정으로 친해지는 법, 필연적인 고독을 이들과 나누는 법, 지혜를 이들에게서 얻는 법을 어렴풋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_“..... 타인들의 애정에 대한 생각이 그들이 나타내는 인상 자체로 변환되고, 우리가 형성한 그들의 상에 따라 정념이 일어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후설이라면 흄이 말하는 “타인들”이 뼈와 살을 갖춘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내 경험은 후설의 주장과 상통했다. .....

 

나의 내밀한 경험들은 거의 다 내가 읽은 책들이 만들어준 상상 속 지도로 규정되고, 삶에서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내가 안다고 믿는 지식은 거의 다 특정한 단락이나 문장에서 연원한다.

 

이러한 책장들은 머나먼 곳들과 오래된 시대를 다루지만 오늘날의 경험까지도 포괄한다._

 

 

_망설임의 순간, 고뇌의 순간, 의혹의 순간에는 어두운 숲에 다다른 도로시에게 허수아비가 해준 조언에 담긴 기본적인 상식이 늘 도움이 되었다. “들어가는 길이 있으면 나가는 길도 있지. ...”_

 

_오늘날의 파우스트는 지식이나 사랑이 아니라 금전적 이익, 리얼리티쇼 초대권, 인터넷상에서의 유명세 등을 추구하니, 메피스토펠레스가 이윤을 내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영호는 사들이려면 열 배는 더 많이 일해야 할 듯싶다._[파우스트에서]

 

_사오정은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이나 ‘피노키오’의 귀뚜라미와 같은 한결같은 조력자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 사오정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보면, 겉보기에 올바른 것이 실은 악으로 가는 길일 수 있고, 악하게만 보이는 것이 알고 보면 올바르고 참된 길일 수도 있다(돈키호테도 이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_[사오정 에서]

 

_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음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낮 뒤에는 밤이, 깨어 있는 일상 뒤에는 잠이, 공적인 얼굴 뒤에는 내밀한 생각들이 숨겨져 있다._[웬디고 에서]

 

_스티븐슨은 1883년 헨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롱 존 실버가 태어난 것은 자네가 장애에도 불고하고 보여준 힘과 능란한 수완 덕분이었네.... 불구의 몸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고, 발소리만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사나이라는 발상은 순전히 자네에게서 가져온 걸세.”_[롱 존 실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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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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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이 책의 화자, 원식은 시인보다는 요리사가 되라는 ‘요리사가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는 엄마의 어처구니없는 잔소리가 지겹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작은 헌책방에서 만난,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시 같은 요리책 한 권!

 

운명적으로 끌리듯 이 책을 사들고 왔다. 삼탈리아어로 쓰여진 레시피들이 시처럼 적혀있는 내용들은 원식을 요리사의 길로 이끌었고, 이 삼탈리아행 여행까지 감행하게 하였다.

 

‘시’가 화폐처럼 거래되는 이 곳, 원식의 시심이 인제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은 박상 작가 소설이다. 10대, 20대를 지나고 있는 남자들의 문체로 전개되는 내용은 당황스러웠다가 재밌게 넘어갔다가, 환타지 같은 삼탈리아에 빠져들게 만든다.

 

요리 하나를 하면서도 시 낭송에 귀를 기울이며, 시를 생각하며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통해, 일상도, 어떤 행위도, 모두 ‘시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엉뚱발랄함에 웃어 재끼고, 지금 시 하나 건져서 내 음식에 얹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게 한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는 ‘무엇에 너의 시심을 한껏 꽃 피우고 싶은가?’ 하는 숙제를 남겼다.

 

 

[본문 중]

_시집 한 권을 사기 위해 가게를 저당 잡혔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그게 일상을 지탱할 에너지가 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_

 

 

_‘원식아, 듣고 있니? 맛은 불러내는 거야. 맛은 재료에 이미 다 있어. 그건 가볍기도 하고 깊기도 해. 눈에 보이는 것만 불러내면 가벼운데, 정성껏 간절히 달래면 더 깊고 무거운 차원을 꺼내놓을 수도 있어.’_

 

_그곳에서 나는 요리도 예체능처럼 하루만 게을러도 하루만큼 퇴보하는 프로 세계의 기예라는 걸 알았다. 게으름은 게나 주고 매 순간 열심히 하나하나 깨우쳐나가자 사부 말대로 다시 요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꽃피었다._

 

_“뇌를 너무 믿지는 말아요. 머리숱 같은 거에요.”_

 

_시는 왜 위대하게? 시는 악용할 수도, 시라고 속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_

 

 

_신은 컹! 하는 소리를 내어 내 잡생각을 떨쳐주시더니 이렇게 말하고 뿅, 사라졌다.

 

“필멸자여, 들으라! 시심을 간직한 자는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이다. 너의 쥐똥만 한 시심이 오늘 너를 살릴 것이다.”

 

와, 역시 신이 맞는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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