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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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겔이 쓰고 그린, <끝내주는 괴물들>.

 

6월 어느 외로운 날에 이 책을 읽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면 누가 믿어줄까저자의 서문으로 충분했다..

 

살아가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존재는 뼈와 살로 현존하는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 내가 읽었던 책들보았던 영화나 드라마들 속 캐릭터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어도 될 것이다는 의미이다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맞는 말이다모두가 인생의 스승죽고 못 사는 친구들이 있지는 않다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연락도 힘들 수도 있고이젠 서로 다른 얘기들로 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살아오면서 접했던 작품들은 그 감동과 그 당시의 자신과 함께 복기가 가능하다어쩌면 그 힘으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의 의의에 대하여 서문에 자세히 고백해 놓았는데정말 공감이 많이 되어 감동적이었다눈물도 났다고 하면 누가 또 믿어줄까 싶다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무도 없었던 것이 아니였네 싶어졌다.

 

본문에 따라나오는 캐릭터들은 다행히 대부분 알고 있었던 인물들이였다기억은 가물가물해도접했던 시절의 나를 소환해 오는 듯 했다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저자의 글들과 기억이 합체되어 충만한 기분으로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었다.

 

과거현재그리고 앞으로도 유독 남는 캐릭터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이 책을 통해그들과 진정으로 친해지는 법필연적인 고독을 이들과 나누는 법지혜를 이들에게서 얻는 법을 어렴풋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_“..... 타인들의 애정에 대한 생각이 그들이 나타내는 인상 자체로 변환되고우리가 형성한 그들의 상에 따라 정념이 일어난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후설이라면 흄이 말하는 타인들이 뼈와 살을 갖춘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내 경험은 후설의 주장과 상통했다. .....

 

나의 내밀한 경험들은 거의 다 내가 읽은 책들이 만들어준 상상 속 지도로 규정되고삶에서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내가 안다고 믿는 지식은 거의 다 특정한 단락이나 문장에서 연원한다.

 

이러한 책장들은 머나먼 곳들과 오래된 시대를 다루지만 오늘날의 경험까지도 포괄한다._

 

 

_망설임의 순간고뇌의 순간의혹의 순간에는 어두운 숲에 다다른 도로시에게 허수아비가 해준 조언에 담긴 기본적인 상식이 늘 도움이 되었다. “들어가는 길이 있으면 나가는 길도 있지. ...”_

 

_오늘날의 파우스트는 지식이나 사랑이 아니라 금전적 이익리얼리티쇼 초대권인터넷상에서의 유명세 등을 추구하니메피스토펠레스가 이윤을 내는 데 필요한 만큼의 영호는 사들이려면 열 배는 더 많이 일해야 할 듯싶다._[파우스트에서]

 

_사오정은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이나 피노키오의 귀뚜라미와 같은 한결같은 조력자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 사오정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보면겉보기에 올바른 것이 실은 악으로 가는 길일 수 있고악하게만 보이는 것이 알고 보면 올바르고 참된 길일 수도 있다(돈키호테도 이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_[사오정 에서]

 

_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있음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낮 뒤에는 밤이깨어 있는 일상 뒤에는 잠이공적인 얼굴 뒤에는 내밀한 생각들이 숨겨져 있다._[웬디고 에서]

 

_스티븐슨은 1883년 헨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롱 존 실버가 태어난 것은 자네가 장애에도 불고하고 보여준 힘과 능란한 수완 덕분이었네.... 불구의 몸으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고발소리만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사나이라는 발상은 순전히 자네에게서 가져온 걸세.”_[롱 존 실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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