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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평점 :
‘시’를 써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이 책의 화자, 원식은 시인보다는 요리사가 되라는 ‘요리사가 아티스트로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는 엄마의 어처구니없는 잔소리가 지겹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작은 헌책방에서 만난,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시 같은 요리책 한 권!
운명적으로 끌리듯 이 책을 사들고 왔다. 삼탈리아어로 쓰여진 레시피들이 시처럼 적혀있는 내용들은 원식을 요리사의 길로 이끌었고, 이 삼탈리아행 여행까지 감행하게 하였다.
‘시’가 화폐처럼 거래되는 이 곳, 원식의 시심이 인제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
‘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은 박상 작가 소설이다. 10대, 20대를 지나고 있는 남자들의 문체로 전개되는 내용은 당황스러웠다가 재밌게 넘어갔다가, 환타지 같은 삼탈리아에 빠져들게 만든다.
요리 하나를 하면서도 시 낭송에 귀를 기울이며, 시를 생각하며 이루어지는 과정들을 통해, 일상도, 어떤 행위도, 모두 ‘시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엉뚱발랄함에 웃어 재끼고, 지금 시 하나 건져서 내 음식에 얹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게 한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는 ‘무엇에 너의 시심을 한껏 꽃 피우고 싶은가?’ 하는 숙제를 남겼다.
[본문 중]
_시집 한 권을 사기 위해 가게를 저당 잡혔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그게 일상을 지탱할 에너지가 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_
_‘원식아, 듣고 있니? 맛은 불러내는 거야. 맛은 재료에 이미 다 있어. 그건 가볍기도 하고 깊기도 해. 눈에 보이는 것만 불러내면 가벼운데, 정성껏 간절히 달래면 더 깊고 무거운 차원을 꺼내놓을 수도 있어.’_
_그곳에서 나는 요리도 예체능처럼 하루만 게을러도 하루만큼 퇴보하는 프로 세계의 기예라는 걸 알았다. 게으름은 게나 주고 매 순간 열심히 하나하나 깨우쳐나가자 사부 말대로 다시 요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꽃피었다._
_“뇌를 너무 믿지는 말아요. 머리숱 같은 거에요.”_
_시는 왜 위대하게? 시는 악용할 수도, 시라고 속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_
_신은 컹! 하는 소리를 내어 내 잡생각을 떨쳐주시더니 이렇게 말하고 뿅, 사라졌다.
“필멸자여, 들으라! 시심을 간직한 자는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이다. 너의 쥐똥만 한 시심이 오늘 너를 살릴 것이다.”
와, 역시 신이 맞는 것 같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