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 어울려 살면서도 간격을 지키는 공간의 발견
조성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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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주거 실험에서 얻는 건축 인사이트,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실험.’

 

1인 가구를 위한 코리빙하우스 ‘맹그로브 숭인’을 설계한 조성익 건축가가 이 공간을 형성한 철학, 원리, 배려, 실질적인 항목들을 글로 내 놓은 책이다. 2인 가구, 4인 가구에 대한 주거형태는 선택지가 다양한 반면,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가 접근할 수 있는 주거형태는 제약도 많고 다양하지도 않다.

 

이런 문제점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면서도, '사생활은 보호가 되었으면 하지만 혼자 고립이 되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반영해서 내놓은 코리빙하우스가 맹그로브이다. 검색을 해보니 숭인과 신설이 뜨는데, 유감스럽게도 MZ세대만 입주자로 받고 있었다 (물론 책에도 언급되어 있다). 생각보다 월세가 비싸서 아직까지는 정말 힘든 이들이 사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낮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계속 개선되어 갈 것이라 생각되고, 무엇보다도 이런 형태의 건물들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 보면, 적절하게 배치된 동선으로 서로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여러 가지 문화 커넥트를 통해 생활의 질까지 높여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가질 수 있게 설계하고 운영하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또한 방타입별 내부구조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실재 거주자들의 예를 들어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타협점들, 건축과 심리에 대한 인문학 적인 내용들까지 잘 담아놓아서 완독 후 포만감이 상당해서 읽은 보람도 느껴졌다.

 

 

제목은 1인 가구만 봐야할 것 같지만, 공간에 대해 관심, 커뮤니티 형성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강추 하고픈 책이다. 내 공간, 공간에 따른 나의 변화와 같은 원론적이고 실질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다.

 

 

_....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놓인 통나무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 헤르츠버거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것이 ‘의도치 않게 발생한 커뮤니타스의 공간’이다. 커뮤니타스란 사람들이 느끼는 일체감을 뜻하는 말인데, 쉽게 말하자면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의 마음속에 ‘저기서 좀 앉았다갈까’라는 공감이 생겨났다는 얘기다._p83

 

_"이런 공용 시설에 살아보니 모두를 위한 넓은 공간은 그 누구의 공간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함께 쓰는 공간이라도 아늑하게 나눠져 있어야 오히려 사람들이 마음을 놓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 된다._p89

 

_프라이버시, 즉 개인의 사생활은 ‘여기가 내 집이야’라고 마음을 놓게 하는 중요한 조건이다._p160

 

_누구나 비슷비슷한 방에 사는 익명의 시대에, 공간을 꾸미는 행위는 우리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집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함으로써 공간을 온전히 소유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_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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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ㅣ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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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찐한 연애소설을 읽었다.

 

이승우 작가의 ‘욕조가 놓인 방’.

 

직설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제목에,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탐구가 가득한 내용이였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독백으로 심리를 펼쳐놓은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남성위주의 시선으로 느껴지는 감성이라서 몰입에 방해가 되는 지점들도 있었다.

 

 

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분석적이고 복잡할 일일까 싶다가도 모두 자기만의 표현방식을 가지는 것이 또 그 감정이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소설이였다. 찐득하고 답답해서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면은 있었지만, 저자의 내면을 표현하는 섬세한 필체가 매력 있는 책이였다.

 

 

_그런데 사랑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질문이 불편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사랑이 시작된 시점을 정하는 시점은 단순하지가 않다. 세상의 모든 연인들은 사랑이 시작된 시점을 규정하는 데 있어 두 가지 상이한 입장을 취한다._p34

 

 

_젊음이나 늙음에 대한 인식이 자각적이고 도 상대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서른일곱이라는 자연의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의 거침없음의 아름다움을 그저 부러워하는 당신은 이미 젊다고 할 수 없었다. 젊지 않다면 늙은 것이다. 서른일곱의 늙은이라니. 그런데 당신은 정말로 늙었는가._p59

 

 

_그녀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인데도 당신은 좀 섭섭함을 느꼈다.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당신은 카리브해의 방파제와 달빛이 만든 길을 이야기해야 했다._p83

 

 

_그러나 당신은 그녀가 전해주는 마야인들의 신화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당신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대단한 인연’에 대해 생각했다.

 

신화의 영역이 아닌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해할 이유가 없는 곳이 아닌가. 우연이든, 기적이든, 이곳에서라면 그저 일상에 불과할 뿐_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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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싸인 : 별똥별이 떨어질 때
이선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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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이 떨어질 때. 세상에서 색이 사라지게 된다. 박하는 이때 각막이식을 받게 되어 사고로 잃었던 시력을 찾게 된다. 별똥별에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이고 퇴원을 기다리던 중에 병원이 폐쇄되고 이 안에 다른 사람들과 갇히게 된다.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카리온이라는 괴물이 공격하는데, 이 괴물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괴물은 빛을 무서워한다고 알려져 있고 괴물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한다. 이들을 동화인이라고 하는데 이들이 카리온을 끌어들인다고 한다. 카리온은 인간의 몸으로 들어가서 좀비로 만들어서 그들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공격하게 하는데, 그것 자체의 실체는 잡기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엄마가 동화인 같다는 생각에 불안해진 박하...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생존자들..... 필사의 탈출기까지....... 헌데 카리온을 죽일 방법이 있기는 한 것일까?

 

 

병원, 미지의 괴생명체와 함께 갇힌 인간들... 한정된 공간에서의 크리쳐 공포물의 클리쎄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으며, '~할거야' 라고 예상이 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위기상황임에도 제각각 욕심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스토리까지 더해져서 페이지 수가 무색하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생사가 걸린 환경에서는 인간이 괴물보다 더 흉측한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진리는 여기에서도 여전하다......

 

_살아있다는 기쁨, 무사히 엄마를 구해냈다는 안도감, 그리고 영영 지워지지 않을 상처에 여러 감정이 쏟아진 것이다. 박하는 엉엉 울고 있어서, 자신의 뒤에서 재이와 은성이 은밀하게 시선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_p456

 

 

K-좀비 스릴러 기대작답게 재미있었고, ‘스위트 홈’이나 ‘킹덤’을 푹 빠져서 본 K-좀비 팬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_“믿지 않아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엄마, 저기에 그게 있어. 아까 사람들을 공격했던 게..... 저 문 뒤에 숨어 있어.”_p134

 

_"그 괴물을 죽일 방법은요? 죽일 수는 있는 거죠?“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뺨을 거칠게 닦아낸 박하가 물었다. 그녀의 눈은 붕어처럼 부어 있었고, 볼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강렬했다._p156

 

_그서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고통에 운형이 비명을 질렀다. 주사기 바늘이 들어오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팔을 확인하자 이상한 줄기가 혈관을 타고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_p312

 

_당황한 은성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카리온에 익숙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계속해서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_p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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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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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과 대화를 나누고 그 유물을 수선(?)해 주는 주인공이 나오는 웹툰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유물들은 영이 각각 있어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오래된 것일수록 이야기도 많고 영도 강하고(?), 아주 작은 손때 묻은 물건이여도 주인의 마음에 따라 존재가 커지기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의 유물 이야기, <멈춰서서 가만히>는 고급스러운 확장판 같았다 (물론 비교의 여지는 없지만). 유물 하나하나의 스토리들이 마치 소설처럼 들어가 있다. 역사시간에 배웠던 작품들의 특징들도 이렇게 다정하게 풀어놓을 수 없다. 그래서 유물이 흥미로워 읽다보면 저자가 궁금해지는 책이다.

 

정명희 저자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우리들에게 가만히 멈춰서서 유물들과 대화를 나눠보라고 권하고 있었다. 하나하나 그녀를 따라 각 편을 즐겁게 읽으며 넘어가는데 내 숨을 턱하니 막히게 했었던 곳은 바로 두 반가상이 함께하는 공간인 ‘사유의 방’이였다. 작은 사진으로만 접하는데도 그 공간감과 시간이 내게 확 덮치는 듯해서 움찔했다. 실제로 저기에 들어서면 정말 말 그대로 멈춰서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졌다.

 

그 외에 너무 아름답고 섬세해 보여서 실물이 보고 싶어진 백자 청화 산 모양 연적, 참 따뜻하고 귀여운 변상벽님의 고양이도 잔상이 계속 남는다.

 

이렇듯 책으로만 보고 읽었는데도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있다. 아마도 일순간이라도 이들과 아주 작은 교감을 나눴을지도 모른다. 많은 지식이나 감상법보다도 ‘느낌이 먼저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법은 아주 단순한 것 같다.

 

_그림을 사랑하게 된 이는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내 안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바깥을 향해 열린다. 대상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알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서 머물기도 하고, 이미 본 그림을 또 보러 가기도 한다. ..... 사랑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다. 언제나 그랬지만 느낌이 먼저다._p19

 

 

박물관이 모든 이들에게 가까이 있으면서 다른 이들의 삶에 감동 한 자락 전해주고 싶은 큐레이터의 마음이 아주 잘 느껴지는 책이였다. 참 쉽고 다정하게 우리를 역사 속 유물들에게 안내해주고 있었다.

 

누구나 이 책을 접하고 나면 “박물관이 이렇게 친근한 곳이였어?” 하게 될 것이다.

 

 

_전시실에서 구름과 학, 활짝 핀 모란 무늬가 있는 이 청자 배개를 처음 봤을 때,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인 구멍을 보고 좀 떨렸다. ‘아, 한단침이구나.’ 노생이 빨려 들어갔다는 구멍을 보기 위해 진열장 옆으로 몸을 옮겨보았다._p139

 

_명작에는 채워지지 않은 여백이 있다. 어줍지 않게 함부로 쓸 수 없으면서도, 누구에게든 열려 있고 자신의 느낌을 얼마든지 갖게 할 만큼 여유롭다._p158

 

_먹이 묻은 붓을 씻어낼 때 사용하는 백자 필세는 뾰족한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많고 깨끗한 백자 태토에 점을 찍듯 까슬까슬한 산의 질감을 새기고, 붓으로 철 성분의 옅은 동화 안료를 칠하자 단풍 가득한 붉은 산이 나타났다._p204

 

_변상벽(1730~?)의 고양이: 고양이를 항상 관찰하고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그릴 수 있었을까?_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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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ㅣ 초월 1
우다영 외 지음 / 허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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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 초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이 시리즈에서 출간 예정작 5편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5명 작가의 5편의 SF를 모은 앤솔러지,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

 

제목의 ‘초월’과 ‘사랑’이 이 5편의 주요 테마이다.

 

SF라는 설정으로 상상력을 활짝 편 초월의 세계는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익히 본 듯한 시작점들도 있었고 익숙한 모티브들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참 한국적인 SF 혹은 생활감각적인 SF 같다는 느낌이다. 책말미에 “장르 작가와 비장르 작가를 구분하지 않고 SF를 선보이는~“ 이라고 이 시리즈를 설명해 놓은 것처럼 작품들이 각 작가의 첫 SF 세계이기 때문에 그들의 기존의 느낌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어서 일 지도 모르겠다.

 

 

각 편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아래와 같다:

예지 능력에 대한 이야기인 우다영 작가의 ‘긴 예지’는 양자역학이 생각나게 하였는데 이 소설 속 예지자들의 존재는 문득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일본소설 속의 많은 능력자들을 떠올리게 하였다. 뜻밖에 예지에 대해 알게 된 주인공이 마지막에 다다른 깨달음은 내게도 감동이였다. 사실 이 이야기 이후의 세계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통찰력 있는 마무리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_바로 그것이 예지에 임하는 기본 태도였다. 선형적인 인과의 조건들을 모두 잊는 것. 예지는 정답인 길을 알아 맞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길 위에 있는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보는 것이다...... 다만 미래에 존재한다._[‘긴 예지’에서]

 

 

한 마을의 온갖 것들을 품어내는 호수가 등장하는 조예은 작가의 ‘돌아오는 호수에서’. 인재가 괴물이 되어 등장하는 내용은 비현실적이지만 있을법한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환경오염의 테마가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쳐 공포물 같은 이 세계는 종말로 가고 있었다. 이후에는.... 13년 후가 작가노트로 들어가 있었다.

 

_자신 안에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는 사실도, 그는 스스로도 몰랐던 감정들을 나루와 대화하며 깨우쳤고, 그것은 나루도 마찬가지였다._ [‘돌아오는 호수에서’에서]

 

 

에세이로 많이 접했던 문보영 작가의 ‘슬프지 않은 기억칩’, 인간의 기억이 수록된 기억칩을 가진 사라 17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기억공유에 대한 내용과 기억이 영혼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로봇의 기억, 아니 기억에 관하여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설명은 결국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이였다. 평소 느꼈던 작가의 내밀한 톤이 많이 느껴졌던 소설이였다. 이 세계는 현재진행형 아닐까!

 

_사라-17은 자신과 같은 기억칩을 가진 로봇들과 공동 기억을 빚는 모임에서 자신의 메모를 읽곤 했다. 공동 기억을 만드는 것은 하나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것과 유사했다._[‘슬프지 않은 기억칩’에서]

 

 

3급 괴물이 된 인간이 나오는 심너울 작가의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진화와 좀비, 그리고 소설 변신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만약 이들과 소통이 되고 공존이 가능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에서 시작한 것 같다. 제노바이러스 포텐스타시스 문서를 기반해서 이야기를 형성했다는 작가노트를 읽으면서는 당장 펜데믹으로 경험한 일련의 시간들도 유의미하게 대입시켜볼 수 있었다. 이들이 함께 어울러 살고 있을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_‘정상인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 한다고 말했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 전에 나를 이해랄 생각은 안 해봤어? 오빠랑 같이 사는 것도 이렇게 괴로운데, 어떻게 내가 나랑 몸도 다른 정상인들 사이에 섞여 살아? 잘 있어.’_[‘커뮤니케이션의 이해’에서

 

 

그리고 마지막은 범우주연합 시대가 나오는 SF소설, 박서련 작가의 ‘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 지구를 방문한 메란드가인이 등장한다. 이미 지구는 우주 외교 시대에 진입한 상태이고 민간인 관광이 허용된 상태이다. 인상 깊었던 내용은 메란드가인들의 사후에 대한 것인데 이들은 지구에서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데 생전의 생체 파장 기록을 따라서 추도 여행을 온다는 개념이었다. 마치 온 우주가 환생의 순환고리에 들어가 있다는 모티브에서 시작된 듯한 이 이야기는 몽환적이고 종교적인 느낌을 주는 세계관이였다. 이 이후에는 어떻게 풀어갈지 짐작도 안된다.

 

_대부분의 메란드가인들은 죽은 후에 가는 곳에 대해 안다. 모든 메란드가인이 여기로 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메란드가인들은 지구에서 다시 태어난다._[‘이다음에 지구에서 태어나면’에서]

 

 

초월하는 세계에서도 포기하면 안되는 사랑에 대한 5편의 앤솔로지! 무척 독특한 경험이였고 색다른 과정의 작업물들을 엿본 기분이였다. SF를 좋아해도, 문학소설을 좋아해도,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이후에 대한 궁금증은 훙륭한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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