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조각
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정보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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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인간과 바다소의 만남을 짧고 잔혹했으며, 스텔러가 본 새끼들 중 단 한 마리도 늙어 죽을 만큼 오래 살지 못했다._p332

 

발견된 지 27년 만에 사라진 동물, 스텔러바다소.. 인간이 처음으로 멸종시킨 해양 생물이라고 해요.

 

핀란드 작가 #이다투르페이넨 의 #숨의조각 은, 저자가 2016년 헬싱키 자연사 박물관에서 스텔러바다소의 웅장한 골격에 사로잡혀, 이미 멸종되었고 완벽한 골격은 단 3구뿐인 거대한 포유동물, 스텔러바다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시작한 7년의 여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741년, 길 잃은 베링 탐사대 앞에 나타난 전설 속 인어를 닮은 거대한 바다 동물 - 훗날 ‘스텔러바다소’라 불리게 됩니다 - 은 발견 27년 만에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 소설은 당시 베링 탐사대의 박물학자 스텔러의 행적을 따라가고, 뼈를 복원하기 위하여 애쓴 사람들까지, 300년 동안의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큰바다쇠오리의 마지막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은 과학, 역사, 문학까지 한 권에 엮여 있어서 현실과 픽션을 오고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인간들의 무자비함에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멸종과 멸종 위기는 계속 되는 생태계 문제라서 더 와 닿는 책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어요. ‘사라진 뒤에야 우리는 그 존재를 애틋해하고 이렇게 열심히 챙기는 구나’하구요.

 

다 본 후에는, 책 표지가 사뭇 달리 보였는데요. 오려낸 흰 실루엣이 이미 없는 존재의 공백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라고들 합니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경험들도 해당이 될 거에요. 부디 남아있는 생명들이라도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라도요.

 

과학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분, 생태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책속문장>

_1754년에는 높이 솟은 검은 기둥의 꼭대기가 두드러진다. 그해에 모피 사냥꾼들은 5백 마리의 바다소를, 무게가 몇 톤씩 되는 해양 포유류 5백마리를 잡았고, 그중 5분의 1을 식량으로 쓴다. 그건 4백 마리의 바다소가, 4백 마리의 사체가, 160만 킬로그램의 고기가 섬의 얕은 바닷가에서 썩어 가고, 1만 5천2백 개의 갈비뼈와 1만 8천8백 개의 척추뼈가 천천히 해저의 진흙 속으로 가라앉았다는 뜻이며, 배부른 게들과 성게들이 해저에 자라난, 뼈로 만들어진 정원을 기어오른다는 의미이다._p192

 

_그 순간부터 알은 하인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유명해진다. .... 알을 흘린 손은 기억한다.... 그가 초래한 손실은 이루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 알이 수집가 세 명의 손을 거치는 동안, 알을 낳는 종은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_p299(큰바다쇠오리)

 

_그뢴발은 낮에는 바다소의 뼈대를 맞추고, 저녁에는 큰바다쇠오리알을 복원하며 시간을 보낸다.

.....

그뢴달에게 바다소는 실현된 상실의 가능성이며, 자기 자신이 속한 종이 다른 종을 파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예감이 아니라 또다시 현실이 될 수 있는 예측으로 바뀐다._p333

 

_..... 작은 숨의 끊어짐, 그리고 문장은 이어지지만, 잠시 이곳에 머무는, 우리가 이 동물을 볼 때면 느끼는, 모든 것을 삼키는, 가벼운 슬픔은, 우언가 크고 따뜻한 것이, 그렇게 마침내 사라졌기 때문이다._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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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기술
케빈 애슈턴 지음, 김하현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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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을까요?

 

최근 영화 오디세이가 화제가 되어 도서도 다양한 형태로 널리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토리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인류의 역사를 함께한 클래식한 이야기와 교훈이 시대를 건너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케빈애슈턴 은 #이야기에관한이야기 에서 스토리텔링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기술로 바라봅니다.

 

모닥불 주위에서 나누던 이야기부터 동굴 벽화, 문자, 인쇄술, 전기, 소셜 미디어와 사물인터넷, AI 인공지능 까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사고와 소통 방식, 사회의 모습까지 바꾸어왔음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누면서 협력하면서 인류가 진화해 왔다고도 하지만, 소수만이 대중에게 이야기를 전달 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반드시 긍정적인 진화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잘 짚어주고 있었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야기를 생산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겪고 있음은 물론, 진실과 거짓,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경고하는데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수용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죠-본문의 잘못된 정보(소문, 이야기)로 인한 비극적 결과의 예시인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질문하고 검증하는 ‘비판적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점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면서도 읽으면서 이야기라는 달콤한 속성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_스토리텔링은 모호함의 예술이자,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공동 작업이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자기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게 한다.

 

이야기를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우리 생각만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자신이 듣는 모든 이야기의 공동 저자가 되어 각각의 이야기에 비밀스러운 삶을 불어넣으며, 그럴 때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_p130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는 시대,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믿어야 할까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는 이런 변화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질문하고 나아갈 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_100만 년간 이어진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제1막은 21세기 초부터 전 세계에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현재 끝을 맞이하고 있다. 모닥불 옆에서 시작해 노래와 그림, 문자, 인쇄, 전기, 전자, 비트를 거치면서 우리는 소수의 사람이 소수의 사람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던 세상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세상으로 이동했다._p336

 

 

_무섭지만 역사가 말해주는 답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스토리텔링 기술이 진실과 거짓을 하나로 뒤섞고 우리가 경험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거짓을 드러내리라는 것이다. 이야기 전쟁은 그 수위를 높여 다차원적이고 다감각적으로 변할 것이다.

.....

 

우리는 스스로에게 비판적 문해력을 가르쳐야만 한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스스로를 인식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의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우리는 절대 중립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_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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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밖 감정
성해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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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서울살이를 하다가 지방에 내려왔었다. 약 2년 동안은 거의 2주마다 한 번 씩은 서울을 갔던 것 같다. 특별한 약속이 계속 있었던 것도 아닌데, 공연을 보러 모임참석을 위해 등 이유를 만들며 그 먼 거리를 체감 못하고 쉬는 날마다 갔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지방 생활에 익숙해지고 서울 가는 길에 버리는 시간들과 돈이 아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가지 않게 되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정신에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때의 내가 떠올랐던 책이 #서울밖감정 이다. 국내 대표 작가 6인의 서울과 서울밖 삶에서 느낀 것들을 담은 책이었는데, 공감하면서 때로는 옛날의 내가, 나이든 후 서울거주하며 느꼈던 바를 짚어보며 읽었다.

 

특히, 성해나 작가의 ‘탑승 시 손을 흔드시오’는 소도시의 경험을 가진 저자가 서울에서 느낀 위화감을 통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한 편리함과 무례함,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의 정이 생각나는 글이었다. 그리고 김현 작가의 ‘장면들’은 지하에서 반지하, 투룸으로 소형 아파트, 방 세 개짜리 아파트로 이동한 역사를 담고 있었다. 결국 더 넓은 곳을 위해 서울을 떠나 파주에 정착하게 된 저자는 게스트룸이 생긴 여유 공간이 있는 집에 돌봄으로 연결되는 이타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기쁨을 누린다. 개인적으로 깊은 공감을 받았던 글 중 하나이다.

 

_집은 그저 들고 나는 건축물이 아니다. ... 서울에서 대부분 돈 맞춰 ‘방’을 옮겨 다녀야 했던 내게 ‘집’을 제공해준 것은 그 방에 드나들던 연인, 친구, 동료 들이었다. .. 돌봄이란 서로 드나들며 살피는 것, 곁을 내어주는 일은 어쩌면 곁이 될 공간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드나듦이 나이듦이며 나이듦이 돌봄이다._p73

 

 

선망, 애착과 위화감, 피로, 위화감과 일치감 같은 양가적인 감정이 공존하고, 서울과 서울 밖 사이에서 생기는 복합적인 감정 속에는 우리네 삶에 스며들어있는 서울에 대한 선망과 불편한 생활도 공존하고 있었다.

 

서울에 살던 사람이 다른 지역에 살게 되었을 때 경험하고 느낄 법한 6명 작가들의 이야기에는 인서울 대학, 더 많은 가능성으로 몰려드는 도시에 대한 이미지가 있었고, 한국인의 마음 속 서울의 모습을 글로 만날 수 있었다. 각 글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작가와의 인터뷰들도 이 책의 추천 포인트이다.

 

_당신이 정말로 여기에, 당신도 정말로 여기에 살고 있음을 인정하는 게 당신에게 실례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삿날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참에 선 나를 당신들이 보지 않은 이유도 같은 것이리라고._p91 현호정의 ‘새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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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히어 - 메타 CDO가 제안하는 디지털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렉스 슐츠 지음, 김태훈 옮김, 최창석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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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확장되면서 개인브랜드 빌드업도 계속 강조되어 왔습니다. AI로 직업군에 변동이 예상되면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과거에는 특정 전문가 영역이었던 #디지털마케팅 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의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메타 최초의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알렉스슐츠 가 기본부터 AI까지 정리해주고 있는 책이 #클릭히어 입니다.

 

단순한 마케팅 비법보다는 불변의 디지털 마케팅 법칙을 제시하면서 본질을 담아낸 책이었습니다.

마케팅의 출발점으로는 ‘무엇을 성장으로 볼 것인가’ 였습니다. 북극성 목표와 지표를 구분하고 마케팅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먼저 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의 성과 지표의 예시를 보면 이해가 잘 됩니다.

 

_페이스북의 성과 지표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였다. 지난 30일 동안 한 번 이상 로그인한 사용자를 MAU로 간주했다. 수익은 이런 목표를 추동하는 데 기여해야 했다. 이는 MAU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페이스북 설립 초기에 .... MAU가 ‘세상을 온라인으로 연결한다’는 북극성에 기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_p61

 

좋은 광고보다 전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누구에게 어디서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타기팅과 채널 분석과 실제 적용하는 법, 클릭 수보다는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AI 시대에도 크리에이티브는 중요하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전략과 데이터 입력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메타 의 최고마케팅책임자와 데이터책임자를 거치면서 실전에서 적용해보았던 실험과 경험, 데이터 분석 및 연구 등을 모두 담아놓은 책이었는데, 개인보다는 기업에 적합한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은 팔기 위해 존재한다.”, 마케팅의 목적은 고객이 제품의 자치를 발견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 비즈니스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은 SNS 개인 브랜드 시대에도 매우 필요하고 알아야 하는 기초 상식일 것입니다.

 

왜 단순히 도달, 조회, 클릭이 많다고 반드시 성과가 아니며, 북극성 지표를 정하고 무엇이 실질적인 성장인지를 봐야하고, 웹 타기팅, 크리에이티브 활용이 필요한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하여 알고, 몰입도와 흥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채널에 맞는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신의 SNS 계정을 운영한다면 그만큼 성과도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속의 많은 내용을 자세히 옮길 수는 없지만, 디지털 마케팅에 관한 이해와 메타 성장의 비밀, AI시대의 대처 등을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_크리에이티브는 광고 디자인은 물론 광고가 어떻게 보이고 들리고 나타나는지를 포괄하는 용어다. 디지털 마케팅을 위한 크리에이티브와 관련하여 모든 채널을 아우르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현저성, 맞춤성, 지속성, 작동성이다._p140

 

_소셜 채널은 콘텐츠, 전환, 타기팅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인지부터 의도까지 마케팅 퍼널을 따라 고객을 유도하도록 해준다._p415

 

_오가닉 소셜 채널에서 최고의 브랜드는 사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동시에,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닌다. 현재 외국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 같은 기업들이 이 부분에서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녹색 부엉이 마스코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사용자를 쫓아다니며 그날의 학습을 완료하도록 만든다. 이런 방식은 웃기면서도 진정성을 드러내며, 다른 방식으로는 얻지 못할 노출량과 인지도를 안겨준다._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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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에서 ㅣ 암실문고
브라이언 딜런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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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에 방송에서 한 배우가 오래된 물건들은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고 실물은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참 현명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브라이언딜런 에세이 #어두운방에서 를 읽으며 물성이 있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를 담은 물건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하나하나 기억을 떠올리며 아카이빙 하고 있었습니다. 그 물건들과 공기, 무드는 섬세하게 묘사하는 글 속에서 읽는 이를 빨아들이고 있었는데요. 군더더기 없는 필력에 하나하나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_...이 수첩의 역사가 최소한 192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확실하다고 전해왔다. .... 만질 때의 촉감은 20세기 중반에 주로 사용하던 베이클라이트 소재나, 초창기 레코드판 특유의 느낌을 어렴풋이 안겨 준다. 깨지기 쉽고 묵직한 그 물질들의 질감, 연황색 속지들은 몇 주만 사용해도 테두리의 짙은 파란색이 보기 좋게 바래고, 제본된 등 부분이 금세 갈라지려는 경향은 여전하지만, 40년 전과 다름없이 튼튼한 바느질 제본 덕분에 속지들은 제자리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_p182

 

이런 사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다보면 힐링되는 기분이 드는 게 저도 비슷한 류의 인간인가 싶었습니다. 역시나 결이 비슷할 것 같은 ‘사물들’의 저자 조르주 페렉의 글을 인용한 페이지도 반가웠고- 우리는 책이 눈에 보이는 곳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이어서 더 반가웠어요-, 좋아하는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 속 문장으로 ‘장소들’ 챕터를 시작한 면에서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사물과 기억, 오감에 대한 사유는 그곳에 함께 있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로도 이어집니다. 이들의 오래된 사진들로 익숙했던 존재의 낯섦, 그리고 약간의 친숙함을 발견하며 스스로와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지점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부모님의 어렸을 때 사진들을 보며 느끼는 것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실은 날카로운 비평가로 사는 저자는, 이 책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회고하며, 자기 삶이 예술과 비평에 절박하게 연결돼 있음를 고백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자신의 기반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지요.

 

브라이언 딜런의 사적인 스토리를 만났지만, 누구나 대입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시절에 따라 두고두고 다르게 읽힐 것 같아요.

 

 

_... 사물로서의 책, 책이라는 물성 자체에 주목하게 되자, 비로소 이 책에 깃든 역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이런 생각까지 든다. 어쩌면 어머니가 이 성경책에서 얻은 위로는 사실상 어머니가 필사한 그 구절들이 아니라, 오히려 글을 쓰는 행위 자체와 관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이다._p139

 

_원본 사진에서는 60년 전 카메라를 응시하던, 누군지 알 수 없는 어린 소년의 얼굴이었지만, 복사본에서 본 그 얼굴은 반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반쯤은 자부심에 찬, 내가 익히 아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_p243

 

_어머니에게는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고, 그 안에는 분명 몇 년 안에 이곳을 벗어나리라는 소박한 야심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그 야심이 없었다면 내 존재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_p247

 

_내가 후회하는 건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허비해 버린 시간들, 잔뜩 겁에 질린 채, 반쯤 정신을 놓은 채, 대충 검사만 해 봐도 금세 사라지고 말 증상들에 온 신경을 쏟아부으며 보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다. 나는 내 삶 위를 침울하게 부유하며 보냈던 그 하루하루와 몇 주의 시간들을 후회한다._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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