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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ㅣ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평점 :
고전강의가 이렇게 재밌고 아련할 일인가!....
이 책을 읽으며 가슴 뭉클한 대목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심지어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까지 언급되어 있다. 헤르만 헤세에 빠져 그 시절을 보낸 것이 나 뿐만 인 것이 아니였구나 싶기도 했고, 반갑기도 하고, 한편 그 때의 내가 많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_이 세상의 수많은 <데미안> 독자들은 어쩌면 모두 인생의 중요한 한순간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_p24
_데미안이 듣고 있고, 싱클레어가 듣고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란 바로 이 총체로서의 세계의 목소리, 자연의 목소리다._p66
이런 읽기는 1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2부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통>까지 쪽 이어졌는데, <젊은 베르터의 고통>을 읽고 그 감상을 시로 적어서 친구들에게 읽어줬던 기억도 소환해 냈다. 이 역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는 고전으로 비슷한 경험들을 하게 만드는 작품 이였던 모양이다. 저자인 홍진호 서울대 독문학 교수는 시대상은 물론, 시대를 초월한 동질성에도 초점을 맞춰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_'젊은 베르터의 고통‘에서 놀라운 것은 각각의 층위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서로 방해하거나 모순을 일으키지 않으며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양파껍질을 벗기듯 한 꺼풀씩 벗겨가며 즐길 수도 있고,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감상할 수도 있다._(2부도입부에 있는 문장이고 해당내용은 p153에 언급되어있다)
2부까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풍성한 경험을 행복하게 하고 나면, 3부에 접어드는데, 개인적으로는 낯선 작가와 작품이였다.
3부: 아직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같은 책. 호프만 스탈 <672번째 밤의 동화>다.
저자에 따르면, 굉장히 아름다움 작품으로, 성 욕망에 대해 다뤘는데, 유미주의, 탐미주의 소설이라고 한다. ‘3부의 목적은 이 소설의 암호 같은 문장들과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해독하고 풀어내는 것이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소설 해석과 해독의 즐거움을 느껴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_<672번째 밤의 동화>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함께 유럽 유미주의 문학의 전범으로 일컬어지는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소설 <거꾸로>의 영향 하에 쓰였다. 특히 일찍 부모를 여읜 부유한 청년이 방탕한 생활에 신물을 느끼고 자신의 저택에서 특별히 선별된 소수의 하인들과 칩거하며 집안을 꾸미는 일에 몰두한다는 기본 설정에서 두 소설은 거의 동일하다._p198
_아름다운 삶에는 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그 그림자는 유미주의적 멜랑콜리의 근원이 된다. 문명화된 자에게 아름다운 삶은 선택과 결정의 문제가 아니기에 그 멜랑콜리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_p235
멜랑콜리로 여운을 남기며, 4부 카프카로 넘어온다.
4부: 어느 날 찾아온 기괴하지만 특별한 세계: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인간이 벌레로 변하는 <변신>은 환상문학으로 분류되는데 전통적인 환상문학과 차별점을 주목하라고 하고 있다. 바로 현실 비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돈 버는 능력을 상실한 주인공이 벌레가 되어가는 내용이다.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한 내용도 동반하고 있을 것이다.
<시골의사>는 읽어보지 못한 소설인데, <변신>보다도 기이한 이야기로 정신분석학적인 내용으로 전개되는 듯 하다. 기회가 되면 챙겨 읽어보고 싶다.
_카프카는 있는 그대로, 기이하고 이해가 불가능한 방식 그대로 읽고 즐겨야 한다._p290
마무리는, 저자이자 강의자인 홍진호 교수의 다음 말로 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재미와 의미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고전을 올바로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즉 우리가 ‘해석’이라 부르는 섬세한 독서와 성찰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