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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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원 수필집, <불안한 행복>, 수필집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읽다보니 격자로 잘 짜여진 직물이 연상되는 글이다 싶어졌다.


행복할 때는 불안감에, 불행할 때는 그 불행 때문에.... 행복할 때조차도 불안함에 그 순간을 다 누리지 못하는 저자에  나도 공감 되었다. 마음을 턱 놓고 행복함을 만끽하다가 뒷통수를 맞는 실망이 오면 어쩌나 하는 순간들이 있다. 많은 자기개발서에서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행복한 감정을 실재처럼 느끼는 연습을 계속하고 온전히 내 것이 되면 언젠가는 현실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이런 부분들과는 상충되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개발서가 아니고, 저자의 인생이 담긴 수필집이다. 그 속에 저자의 행복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그녀에게 그저 몸과 마음을 맡겼다. 



_너무 행복해하면 신이 샘을 내 머리채를 잡아챌지 모른다고 경계했다. 그래서 나는 늘 행복한 순간조차 온전하게 ‘행복감’에 빠져들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고난 중에 있을 때도 나는 정말 힘들지 않았다._p82


이 문장을 읽고 “아하!” 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행복감을 다 즐기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고난일 때는 또 이런 점이 극복의 힘이 되었다는 작가 나름의 균형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_나이 들어가며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모든 것이 내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하여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지혜를 배운다. 두려운 것은 내가 행복하다고 충만한 감정에 빠져 있을 때 타인의 아픔을 망각하는 것이다. 행복에 도취되어 다른 중요한 것을 잃을까, 놓치는 게 있을까 경계한다._p84


_나는 때로 인간은 관성에 의해 살아간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의 내 모습이 관성이 되어 미래의 내가 되는 것이다. 어떡하든 사람의 눈에 그려진 내 모습 그대로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_p172


_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남자는 환영을 받았지만, 여자는 환영받지 못했다.

... “우리는 승리를 빼앗겼어. 남자들은 승리를 우리와 나누지 않았어.”_p192


_나는 모험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잠자리가 불편하면 쉬이 잠들 수가 없고, 우연성과 즉흥성을 좋아한다면서도 예측 가능한 사람이 좋은 모순투성이다. 조르바를 흠모하고 조르바의 춤을 춘다 해도 결국 내 자유와 쾌활은 치기 어린 관념적 유희일 뿐이다._p217



잠시 내 생각법에 대한 치열한 개선 압박에서 벗어나, 글쓴이와 공명하며 읽다보니, 직물처럼 씨줄날줄로 엮어진 글들에 마음껏 빠질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넘어 역사와 문학작품 등을 고루 포괄하는 글들이 가볍지 않고 단단하다. 묵직하게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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