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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평점 :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있었던 1353년 보카치오는, 피렌체 외곽에서 남녀 10명이 2주에 걸쳐 모두 10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주고받은 총 100편의 이야기를 액자 소설 형식으로 담아서 <데카메론>을 썼다. 기존의 고전 문학과는 달리 현실을 반영하고 구체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리얼리즘을 추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이 읽혀지고 있다.
이 탄생배경을 참고삼아, 2020년 3월, <뉴욕타임즈> 편집자들은 현재의 팬데믹이 지구를 휩쓰는 동안 집필된 단편소설들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목적으로 앤솔로지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고,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 작가들의 팬데믹 관련 글들을 많이 읽었지만, 이 책 속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른 결들이였다. 아마도 다른 환경과 문화와 같은 요소들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통제와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내상황이 우회적이지만 고스란히 비춰졌다. 그다지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팬데믹 이라는 공기가 쓰윽 하며 내 콧구멍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였다.
29명의 작가가 만든 상상력은 상황도 캐릭터들도 모두 제각각 이지만, 각 편이 주저리주저리 하지 않는 깔끔함에 집중하기 좋았고, 우리 상황과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겠지, 함께 할 수 있겠지,.. 더 이상은 이웃의 죽음을 보지 않을 수 있겠지... 불안감이 없어지겠지... 하는 바램들이 공통적으로 들어있었다. 지구 저 편에 있는 그들이지만 희망은 우리와 똑같은가 보다.
이 도서를 읽으며 가져가야 하는 질문들을 소개글에서 빌리면,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쓴 새로운 소설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와 “이 위기가 소설의 기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다. 아마도 정답은 각자의 몫이지만 읽은 후 다른 이들과 생각을 나누기에 참 좋은 책이다.
_아기침대의 난간 틈새로 손가락 하나를 넣어 아기의 피부를 만진다. 따뜻하지만 뜨겁진 않군.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은 일종의 구호, 일종의 기도다._p77 [‘임상 기록’에서, 리즈 무어]
_그들은 검색한다. 그들은 패턴을 찾는다. 그들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 예기치 못한 뭔가를 한다. 그들은 자신의 패턴을 바꾼다._p231 ['시스템‘에서, 찰스 유]
_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 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_
리브카 갈첸
_나는 배가 고프지 않고 평온하다.
이렇게 여기서 죽어도,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를 수 있을까?_
데이비드 미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