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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태양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6월
평점 :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한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 서사가 주인공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 등과 같이 선대로 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흡사 역사서와 같을 때도 많다.
책 전반부에서 간만에 이런 서사를 읽는 즐거움을 맛보게 한, <8월의 태양>. 고래를 잡아온 항구도시가 배경이다. 집안의 몰락, 어머니의 변화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으로 서술이 되면서 섬세하게 제련되어 읽힌다. 낯선 고래잡이, 상징적인 뱃고놀이에 대한 내용도 잊지 않고 가져가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주인공의 심리는 중반부에 한 여학생을 만나면서 집밖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혐오하고 있는 인물이 사실 내 갑옷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충격에 진짜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데.....
그때 그 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변화 과정을, 같은 또래 인물들의 특수한 상황들과 거친 항구도시에 녹여 넣으면서 긴박감이 있는 전개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비밀스런 부분들까지 더하여 글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런 면들이 같은 계열 소설들이 가지는 뻔한 지루함과 피상적인 면들을 보완해주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한 사람의 서사 속에서 우리의 삶은 사람들과 환경에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인생을 견뎌내는 법에 관한 그들과 우리의 이야기, <8월의 태양>: 그때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게 한다.
_피 냄새를 맡은 갈매기들이 미친 듯 울어대는 가운데 부위별로 잘려나간 고래가 냉동 창고로 옮겨졌다. 그때부터 고래 해체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이 긴 장화를 신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바닥에 흩어진 내장과 뼈를 줍기 시작했다._p18
_적의 깃발을 들고 우뚝 선 강태호는 포세이돈이었다. 거친 바다에서 고래를 잡아 생명을 이어 온 뱃사람들에겐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영웅이었다. 승자를 태운 배가 내항을 천천히 선회했다._p60
_비로소 나는 누군가와 싸우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통절하게 깨달았다.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글러브가 눈앞에서 번쩍 하는 순간 나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_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