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좀비, 해방의 괴물 -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_브룩스는 좀비에게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좀비는 여러 ‘사회 붕괴 현상’을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완벽한 렌즈’로 기능한다. ‘실존하는 위협’으로부터 좀비는 사회를 붕괴시키고 인류의 자멸을 초래할 약점을 거침없이 폭로하는, 일종의 ‘재난 종합 세트’와도 같다._
_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재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_
<좀비, 해방의 괴물>, 저자는 김형식 문화연구자이다. 인류사의 어두운 면에 포커스를 맞춘 종말에 대한 사유로 시작하는 내용은 이런 종말에 대한 책임, 책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이어지는 팬데믹과 인류가 꿈꾸는 유토피아에 대한 고찰과 정의, 자유, 미래... 이렇게 쭉 스토리를 엮듯이 챕터들이 전개되고 있었다.
사실 좀비라는 용어로 사회적, 실존적 문제들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전개되는 동안에는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이 들어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하나같이 문제가 많은 우리네 본성과 역사, 현실 같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면면을 세밀하게 짚고 넘어감으로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더 많이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여기저기에 밝히고 있었다.
특히 그저 신에게만 모든 것을 의탁하는 초월적 비합리주의, 자신들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고 착각하며 끊임없이 정부 방역 지침을 비웃는 세속적 비합리주의, 그리고 이어지는 한국 우익의 성향에 대한 내용은 공감되는 바가 많았는데 아마도 지난 2년 동안 이 모든 것들을 실질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단순한 사회비평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깊이 있는 철학으로, 미래를 위한 보고서로 마무리하게 된 책이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철학적인 내용들과 용어들, 관련 사조들이 계속 언급되는데, 군데군데 영화나 도서의 예를 적절히 들어주고 있어서 쉬어갈 수 있도록 해주고 있었다.
최근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시기인데,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게 접하고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능력치에 숟가락 하나 얹을 수 있을 만한 괜찮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나, 추천도서리스트에 주저없이 넣어 놓았다.
_... 이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세계 위에 던져진 인간은 오롯이 단독자로서 존재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 근거와 이유, 목적을 모두 스스로 규정지어야 하며, 미지의 대상이 된 세계를 해석의 대상으로서 연구하고 한정해야만 했다._
_만일 얼굴이 현상적인 신체의 특정한 부위로 한정된다면, 우리의 인간성은 얼굴에만 한정되는 것인가? 얼굴을 가린 타인을 향한 폭력이나 살해는 그 죄가 경감되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얼굴은 하나의 상징이자 기표일 뿐이다. ..... 마스크를 쓴 인간이라고 해서 그가 의심스러운 존재라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인 것은 아니다._
_오늘날 세계는 모든 관심을 시장의 원할한 작동과 자본의 증식에만 두고, 다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사로잡힌 인질이다._
_종말에 대한 사유는 곧 미래를 개방하는 사유다. 그것은 다름아닌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예비하는 사유다. 우리는 20세기 이후로 반역과 범죄로 몰려 종적을 감추어버린 거대한 프로젝트를 다시금 시작해야 한다. 인류 전체의 해방을 위한 정치적 기획을, 도래할 유토피아의 지평을 사유해야만 한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