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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_우주에서 감사해. 내가 변신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하도록 해주어서.
알리스는 지금껏 밟아 온 길을 쭉 되돌아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미소 짓는다.
모든 게 완벽해. 모든 게 이제는 제자리에 있어. 나는 어머니 자연을 섬기는 자에 불과해. 틀림없이 자연이 이런 긍정적인 결과를 바랐던 거야._p144
#베르나르베르베르 의 신작, #키메라의땅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꾸준히 챙겨보면서 그에게 기대하게 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놀라운 세계관의 탄생이다.
파피용, 기억, 문명 등을 읽으면서는 일종의 판타지, SF소설처럼 상상력의 집합체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번 <키메라의 땅>은 뭔가 달랐다.
인류는 3차 세계대전으로 자멸의 길을 걸었고 생태계는 파괴된 세상이 배경이다. 이 설정 자체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긴 말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일종의 미래 예측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인류는 거의 멸종했고, 동물과 인간과의 혼종으로 신인류 3종 에어리얼, 디거, 노틱이 생겨났다.
키메라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모로박사의 섬’이 떠올랐었는데 모로박사가 광기로 새로운 생명체를 꿈꿨다면, 인류의 미래로 베르베르 작가는 동물과의 혼종을 가지고 왔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해? 할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이런 류의 실험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되어 왔으며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근거를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책 속의 등장하는 혼종의 탄생배경이 그저 무섭기만 한 것은 아니였다. 핵전쟁으로 오염된 지구에서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였고, 이 3종배아는 우리의 희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날 수 있는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 혼종이라서 땅 속에서 살 수 있는 디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물속생활이 가능한 노틱, 이 세 부류는 지구에서 잘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이들 사이의 경쟁에서 어떤 혼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새로운 경쟁구조 속에서도 각각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고민을 하고, 과거 사피언스의 역사와 학문을 알아가려고 하면서 서로 토론을 해나가는 모습들을 인류 문화 형성과정과 다를바 없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한편 이 새로운 종족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고 최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도 숙제처럼 다가왔다.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 단순히 판타지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이유들이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또 한 편의 지구와 인류에 대한 통찰력 있는 소설이 완성되었다. 머지않아 있을 수도 있는 설정이여서 더 뜨끔했던 책이였다. 하지만 또다른 해답을 발견할 수도 있을 이야기였다.
_헤르메스, 포세이돈, 하데스와 혼종 몇 명이 진정시키려 나선다. 하지만 자기들의 신앙을 지키고자 싸우려는 격분한 사피엔스들에 수적으로 밀린다._p223
_“엄마는 꼭 3차 세계 대전이 파리의 옛 삶의 방식을 끝장낸 게 달갑다는 듯 말씀하시네요.”
알리스는 딸의 손을 어루만진다.
“네가 보는 건 아마 진화의 흐름일 거야. 마치 자연이 다시금 자유롭게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놓여날 틈을 찾다가, 인간들이 서로를 죽이도록 부추긴 것 같구나.”
알리스는 한숨을 쉬더니 한순간 눈빛이 어두워진다.
“나 역시 공해에, 소음에, 연기에 일조했어.” 그는 인정한다._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