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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인문학 - 얼굴뼈로 들여다본 정체성, 욕망, 그리고 인간
이지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9월
평점 :
_... 나에게 해부학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었다. 얼굴은 인간의 몸에서 정체성이 압축된 곳이다. 우리는 얼굴을 통해 누군가를 바로 알아보고, 때로는 외모로 그 사람의 상당 부분을 규정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_p13
얼굴에 관한 내용은 많다. 해부학, 의학적으로, 관상학적으로, 문화인류학적으로, 문학작품속 캐릭터들 분석을 통해서 .. 등등 하나의 객체를 이만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신체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풀어주는 얼굴 이야기는 어떨까?
저자의 이력이 이 책, #얼굴의인문학 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구강외과 쪽은 치과학 전공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 속에 치아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는 것도 독특했었고, 법의학, 유물과 역사 속에 존재하는 안면/두개골에 달린 기관들의 수술과 수술도구들의 발달, 과거와 현대까지 이르는 재건기술 및 수술법의 소개 등, 비슷한 류의 도서들과 다른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무조건적으로 암기했었던 뼈들을 사연 있게 보게 된다. 특히 많은 신경들이 분포되어 있고 표정을 만들어내고, 정신상태, 삶의 질 까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얼굴에 대한 것이라 더 알고 싶게 만든다. 양악수술로 한때 깍아내기 바빴던 아래턱뼈, 겉의 뼈는 단단하지만 콜라겐을 함유하고 있어서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양악수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챕터로 다뤄주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뼈의 중심인 위턱뼈는 기능을 위한 공간확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장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는 뼈이기도 하다.
주요 큰 뼈를 다룬 뒤에는 치아로 넘어간다. 해부학적인 부분 외에 고대의 치아 변형술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심미적으로 까맣게 물들이기도 하고 구멍을 뚫고... 방법은 알고 싶지가 않다... 하얀 치아와 치아교정법은 오늘날 사용되는 방법까지 이어지는데, 이런 것들이 미소를 아름답게 여기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배경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바로 책 제목에 왜 #인문학 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였다.
혀와 뇌신경, 표정, 표정에 따른 주름들, 골수염 같은 질환들, 수술법과 도구들의 발달,... 여기에 #만화로읽는의학사 를 통해서 칫솔, 전신마취, 유닛체어의 연대기를 넣어놓아서 지루하기 쉬운 활자위주의 책에 즐거움을 실어주고 있었다.
얼굴에 대한 단순한 해부학 도서를 넘어서, 다양한 관점으로 알아가는 보람을 느끼게 해 준 고마운 독서였다. 내공 깊은 전문가가 풀어주는 인체에 대한 내용은 물리적인 면을 넘어 사람에 대한 마음과 철학이 느껴진다. 그렇게 #인문학 으로 이어지는 도서는 간직하고픈 욕심도 생기게 한다. 그런 점들이 잘 반영된 책이였다. 그림도 많아서 접근성도 좋아서 추천하고 싶은 과학도서이다.
_조물주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잘 따지고 보면 인간은 한 끼 식사를 위해 12개의 뇌신경을 다 사용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5번, 7번 신경으로 음식을 씹거나 맛을 보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사용 말고도 나머지 10개의 뇌신경이 직간접적으로 생존을 위한 필수 활동, 즉 음식 섭취에 모두 동원된다._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