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앉기를 권함 - 스즈키 슌류, 마지막 가르침
스즈키 슌류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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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한줄평 : 평생 해나가야 하는 를 찾는 여정, 그저 소매자락 붙들고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는 수밖에...

 

_이 순간 이 자리에서 우리가 가진 느낌을 나누는 것이 선 수행의 근본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선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 우리의 느낌을 사람들이나 나무, 산과 나누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선 수행입니다._p21

 

모든 페이지에 멈춰서서 내 안의 나와 교류하고 싶었던 #그저앉기를권함 , 이 책은 일본에서 조동종 승려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미국 최초의 불교 선원인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와 타사하라 선 센터를 창설했다는 #스즈키슌류 의 마지막 가르침을 담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리더들을 명상으로 이끌었고, 진정성 있는 참선 수행을 서구 세계에 알리고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 전념하였다고 하니, 어렵게 느껴지는 #선수행 의 대중화에도 큰 역할을 한 지도자였다.

 

제목부터 편안하게 다가왔었던... 그저 앉기...묵묵히 앉아 있는다는 것은 마음의 어떤 상태에도 생각에도 형상에도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는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깊은 뜻은.. 역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가만히 두는 것이 바로 참 의미일 듯싶다.

 

단순히 이런 가르침만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과 현실, 당시의 사회상에 따른 내용들과 조언, 질의응답, 가르침.. 또는 스스로 묻기를 던져주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평생 해나가야 하는 이 여정을 어떻게 짧은 글에 다 담을 수 있을까? 그저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는 수밖에...

 

조용히 앉아 시작하는 자기 발견의 여행‘, 매일의 우리에게 선사해보자.

 

 

_진정한 나가 된다는 것은 어찌 되었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앉는 것이 의미하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_p33

 

_저는 언제나 여러 종교를 가진 분들을 만나는 게 즐겁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_p62

 

 

_그는 아주 훌륭하게 좌선 수행을 했던 만큼 언제나 진지했지만, 동시에 언제나 유쾌한 사람이었습니다. 단순한 진지함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에는 언제나 행복이나 기쁨의 요소가 존재했으니까요._p107

 

_물론 경전을 읽을 때는 어느 정도 규칙이 있고, 종이 없다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이 완벽하더라도 의도가 옳지 않다면, 그건 우리의 방식이 아닙니다. 따라서 규칙은 존재하지만, 사실상 규칙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계율이 있지만, 사실을 계율이 없습니다. 계율은 상황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_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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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2 -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 이어령의 말 2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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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우리도 두 시인의 목소리를 갖고 싶다. 구름 뒤에서 우는 종달새 같은 빛의 예언자가 필요한가 하면 논두렁 밑에서 우는 뜸부기의 둔중한 어둠의 경고자를 똑같이 그리워한다._p229

 

금년 봄, #이어령의말 을 만나 나를 만지고 다져주는 시간을 가졌었다. 시간이 흘러 벌써 9, 가을에, 다시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이어령 선생의 두 번째 문장모음집, #이어령의말2 와 함께할 수 있었다.

 

첫 번째가 학문적 철학적인 느낌이 강한 글들이였다면, 이번 두 번째는 좀 더 감성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마도 생명을 중심으로 한 글귀들을 모아놓아서 인 듯하다. ‘생명은 한평생 그가 미래의 희망으로 삼고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던 주제라고 한다.

 

그래서그런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문장들이 사람을 편안하게 깨우쳐 주는 힘이 느껴졌다. 지난 몇 주 동안 아침과 밤에 손가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속으로도 읽고 소리내어 읽어보고 손글씨로 옮겨보면서 보냈다.

 

나를 떠난 글이 당신 안에서 거듭나기를바라며, “제 말을 잊어달라는 이어령 선생의 #역설 에 담긴 말처럼 진정한 어른의 바램이 마음을 쨍하게 밝혀준다. 선물하기에도 참 좋은 <이어령의 말 2>, 적극 추천하고 싶다. 덕분에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 길 하나 찾아갈 수 있기를....

 

 

-깊이-

물 위에 떠다니는 물오리는 물의 깊이를 모른다.

생활의 표면 위에서만 떠다니는 사람들은

인생의 깊이를 모른다. 물속에 빠질 줄 아는

짐승이 물의 깊이를 알며, 생활에 좌절해본

일이 있는 인간만이 생활의 깊이를 안다._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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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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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람들이 산보를 많이 가는 아주 큰 광장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하얗고 어떤 사람들 머리는 녹색이나 금색이었지만 피부는 모두 다 빨간색이었다. 피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들의 피부는 부어오른 것이 아니라 빨간색 펜으로 글자가 쓰인 것이었다._p17

 

현존하는 작가 중에 이런 글을 쓰는 이가 있었다니!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헷갈리는 이 책, #영혼없는작가 는, 시작부터 이상하다(?). ‘유럽이 시작하는 곳이 그래서 어디라고? 하고 묻고 싶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는 전개가 내 촉수를 곤두세우게 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너무 좋다... 이거 뭐지?

 

이어지는 부적챕터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깊은 사유가 더해져 있어서 일상과 독일생활 속의 저자를 잘 느낄 수 있었고,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챕터 에서는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라는 #다와다요코 의 낯선 독일어에 대한 기호학적인 분석과 배움의 과정, 매력 등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내 관심사이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챕터다-.

 

이 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복간을 요청한 책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나도 다와다 세계에 입문해버린 듯하다. 사물 하나를 보면서도 두 언어로 분석하고 뭔가 비틀어져 있는 단상들, 유럽문화를 경험하고 여행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신화와 현실로 끌어오는 힘.... 매력적이다.

 

이런 여행길, 언제든지 다와다 요코와 함께 하고 싶다.

 

 

_책상 위에는 여성인 물건이 하나 있었다. 타자기였다. 타자기는 크고, 넓적하며, 알파벳의 모든 자모를 문신처럼 내보이는 몸을 갖고 있었다. 타자기 앞에 앉아 있으면 타자기가 나에게 어떤 언어를 제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시도 덕분에 독일어가 내 모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나는 새로운 말엄마를 얻게 되었다._p45

 

 

_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들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 그들은 책을 얼굴에 바싹 대고 읽는다. .... 책을 손에 들고 잠든 사람들은 글자에서 올라오는 책 냄새를 들이마시려는 것처럼 보인다._p103

 

_웃음은 불안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불안이 피부 표면의 떨림이라면 웃음은 배 근육의 떨림이다. 학교 선생님은 늘 영혼은 배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내 입장에서는 영혼이-만약 내가 영혼을 갖고 있다면-머리카락 끝에 있어도 된다. 그러나 배는 몸의 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장소다._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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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정원 이야기
선요(조연수) 지음 / 책사람집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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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창가에 피어난 한련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일들이 조금은 덜 두렵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다. 제때 피어나는 꽃을 보며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곤 했다. 흘러가는 계절 속에 몸을 맡기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따라가게 되는 흐름이 있다. 이 시간들을 어디엔가 남기고 싶어졌다._p15

 

_내가 이 식물을 살려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나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키워보자! 이 사소한 선택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_p42

 

 

현실적으로 힘든 공간적인, 경제적인 문제로 나중에..”로 미루며 사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은 많은 이들의 로망이다. 자연 속 생명들로 가득한 공간은 힐링 그 자체이기도 하고 내 수고로움으로 하나씩 꽃 피는 식물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즐거움도 그 이유 중 하나일 거다.

 

만약, 이런 즐거움을 아파트 베란다로 가져온다면? 베이스가 흙이 아닌 곳에 화분을 하나씩 들이며 시작한 공간이 어느새 하나의 생태계가 되어 책으로 까지 이어진 #내작은정원이야기 가 있다. ,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따라 흐르는 식물들과 색들의 변화들이 저자의 감정과 함께 소담한 글로 함께 하고 있었다.

 

마치 한 세상이 돌보고 살피는 이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아파트 4평 베란다는 부족함 없는 하나의 우주 같았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고, 그 하나하나에 대한 섬세한 돌봄이 자세하게 들어있는 저자의 문장들이 너무 좋았다. 다른 형태의 삶을 살짝 엿본 것 같기도 했었고, 생명을 케어하는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따듯한 힐링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누구는 여행으로 삶을 사유하고, 일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지적인 즐거움으로 하루를 채워가며 치유를 하기도 한다. 베란다에서 계절에 따른 식물을 키우며 달라지는 풍경으로 삶을 채워가는 #선요 #조연수 작가는 참 아름다워 보인다. 그 한 켠을 잠깐 엿본 기분이다. 편안한 힐링을 위해서도, 초보 식집사 에게도 훌륭한 지침서로 좋을 책이다.

 

 

_토끼발고사리의 새순을 보며 베란다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옆에 자리한 오랜 청나래고사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포자엽을 올리고 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계절, 가을이 온다._p128

 

_겨울이니 한껏 말라버리는 식물들도, 그래도 녹색을 유지하는 식물들도 있고,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식물들도 있다. 흙에 물을 준 순간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져 있다는 어떤 안도감을 느꼈다._p206

 

 

_지금은 아파트 현관에서부터 식물들의 변화를 살피며 작은 것들에도 감동을 받는다. 이전의 나는 다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다._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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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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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무모함 탓에 어릴 때부터 손해만 보고 살아왔다._p7

 

첫 문장부터 자신의 무모한 기질로 인한 에피소드를 열거하며 등장하는 ’, 도련님. 공부는 별로 관심 없어 보이고 형만 예뻐하는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아 보이는 주인공은 자존심만 강한 천둥벌거숭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를 정성껏 챙겨주는 이는 있었으니 바로 우리 집 하녀, 기요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6년 째에 아버지 마저 세상을 떠난 후, 형과도 떨어져 살게 된다. 형에게 간섭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살던 집은 팔리고 기요는 를 놓지 못하고 조카한테 얹혀 살면서 살펴주고자 한다. 어찌어찌 학업을 마친 주인공은 기요의 바램과는 달리 시골 학교 선생님으로 가게 된다.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부터,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련님의 수난의 연속이였다. 좁은 마을에서 먹는 것, 다니는 곳,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다 소문이 되고 학생들의 놀림감이 되어 주인공을 괴롭힌다. 어른이 되어 한 몫을 해낸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 하루하루 꾹꾹 참으며 살아가는 도련님을 보면서 잠시 이제 막 사회초년생으로 조직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당혹스러움이 많은 상황들이 연속이지만, #나쓰메소세키 답게 약간은 삐딱하면서도 톡톡튀는 문장들로 실소가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는데, 특히나 독특하고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때로는 이상하고 비정상적이다 싶기도 하지만 이렇게 살짝 비틀어놓은 탓에, ‘도련님을 향한 기요의 따뜻한 마음이 더 돋보였다. 마치 손자를 챙기는 할머니 같다고 할까? 조직 속에서 조심해야 하는 것들을 주인공의 무모함을 걱정하며 긴 편지를 보내고, 도시로 돌아올 를 위해 돈을 맡겨놓는 것 등등 ... ‘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후반부로 접어드니, 무모하기 일쑤였던 도련님은 이제 그 기질을 정의를 위해 사용할 줄도 알게 된 것 같아 보인다. 훌쩍 커보이는 그는 이제 더 이상 ‘ #도련님 이 아니다. 인생의 한켠을 보낸 그곳을 떠나 도쿄에 돌아온 에게 , 도련님, 이렇게 빨리 돌아와 주다니.....” 라고 기요는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짧은 페이지 속에 휘몰아치는 한 사람의 한창때가 들어있는 듯한 #소설 이였다. 개인적으로도 애정하는 작가라서 더 세심하게 읽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관조적인 느낌이였다면 이 소설은 온전히 1인칭으로 살다가 빠져나온 여운이 남는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놀라운 점은 시대를 초월해서 #인간군상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책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_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기요 생각을 했다. 돈만 좀 있다면 이런 아름다운 곳에 기요를 데리고 놀러 오면 참 좋을 텐데. 아무리 절경인들 광대 같은 녀석과 있자니 시시할 따름이었다. 기요는 쭈글쭈글한 할머니지만 어디를 데려가도 창피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_p68

 

 

_"나도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아. 홋타 선생이랑 같이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경찰에 신고하든 알아서 해.“

우리는 이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걸어갔다._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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