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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 뜻밖의 보물에 숨겨진 놀라운 과학 ㅣ Philos 시리즈 31
브린 넬슨 지음, 고현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평점 :
_똥은 우리에게 유익하면서도 해롭고, 흥미로우면서도 이상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격정적이기도 하다. 똥에 대한 미스터리는 이제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한 연구자가 내게 말했듯, 우리는 똥에 대해 개똥도 모른다.(We don't know shit.)_p24
펜데믹을 겪어오면서 인체 면역에 대한 연구가 많이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장면역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바로 장내 미생물중 유익균이 가지는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 #똥Flush 에 더 관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매화틀에 담긴 왕의 대변으로 -냄새 맡고, 색을 보고, 심지어 맛도 보면서- 내의원이 왕의 건강을 챙겼고, 동서양 의학사를 거슬러 올라보면 거기에도 항상 인체 배설물의 컨디션에 관한 내용들이 있다.
이런 옛기록들은 물론, 심리학적인 거부반응과 사회문화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배경역사와 환경, 현재 진행 중인 똥의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및 실험 등에 대하여 폭넓게 다뤄주고 있는 책이였다.
인간은 성장과정에서 일종의 학습을 통해 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지는데 유아기때의 아이를 생각하고, 항문기로 분류한 심리학적 단계 때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재미있게 가지고 놀기까지 하는 똥은 지리적인 특성에 기초한 복잡하고 다양한 문화사를 반영한다고 데이비드 월트너-테이스의 설명을 통해 퇴비로 생각되는 농촌지역에 비해 질환의 원인으로 인식되는 도시지역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더 심하다는 것, 내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혈액, 땀 등)보다 타인에게서 나오는 분비물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이 훨씬 크다는 것과 같은 심리적 거리감이 미치는 영향 등 생물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흥미롭게 분석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인한 정상적인 장내세균총의 파괴 및 이를 복구하기 위해 연구되고 있는 대변 이식에 관한 내용 - 공식적으로 정착이 된 치료법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아직 논란이 있고 계속 진화중임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관련 내용을 여러 번 다른 도서들에서 읽었으나 이 책이 제일 자세하게 다뤄주고 있는 듯하다.
중반부터 나오는 재활용 되는 대변에 관한 내용들은 특히 더 재미있었는데, 평소 관심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얼마전 북유럽을 여행하는 예능에 나왔었던 퇴비로 똥을 사용하기위한 화장실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퇴비, 가스부터 에너지까지 그 다양한 쓰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좋은 점만 넣어놓지도 않았다. 재활용과 선순환을 위한 지속적인 시행착오 등을 있는그대로 알려주고 있었다. 블릿센터의 퇴비화 화장실 실험의 실패에서 얻는 교훈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하고 골칫거리를 최소화한 사례, 생태 지구 작동을 위해 재활용수와 오수를 효율적으로 분리할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 사용자 친화적으로 재사용되게 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지속, 하수도시스템의 개선점들,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무척 재미있었고 희망적이였다.
‘뜻밖의 보물에 숨겨진 놀라운 과학’, <똥: Flush>는 이렇듯 단순한 똥이라는 물질에 대한 책이 아니였다. 자연에 소속된 하나의 피조물로 인간을 바라보고 있었고, 인간의 부산물 또한 그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류에 의해 무너진 시스템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였지만 인체 건강부터, 생물 등 과학, 환경, 사회문화적인 부분까지 두루 ‘똥’을 다뤄주고 있어서 무척 재미있는 지적인 도서였다. 나야말로 보물을 발견한 듯하다.
_대변을 통해 장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지역사회의 대변 샘플은 지역사회 전체 인구에 숨어 있는 질병을 밝혀낼 수 있다. 폐수 기반 역학연구는 파괴적인 팬데믹에 더 잘 대처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에 의해 촉진됐으며, 다른 치명적인 병원체와 중독성이 강한 아편 계열 진통제 같은 위험한 약물을 추적하는 방법과 인프라를 확립할 수 있다._p262
_보다 자연스럽고 순환적인 경제를 추구하는 일의 필요성과 안정성을 대중에게 설득하려면, 아마도 우주라는 적대적인 환경이 폐쇄 루프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상주하는 우주비행사들은 <듄>에 등장한 주인공처럼은 아니지만, 이미 소변, 땀 등의 수분을 식수로 재활용하는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_p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