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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ㅣ 현대지성 클래식 64
호메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_... 내가 모든 신 중에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오. 자, 신들이여, 과연 그러한지 모두가 알도록 어디 한번 시험해보겠소? 그렇다면 모든 남신과 여신이여, 하늘에 있는 나를 황금 밧줄로 단단히 묶은 후 여러분 모두가 그 밧줄을 붙잡고 최고의 지략가인 나 제우스를 하늘에서 들판으로 끌어내려보시오.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할 수 없을 것이오._p250
예전에 접했었던 #고전문학 을 다시 읽다보면 내가 그 사이에 나이를 먹고 경험치가 쌓였구나... 혹은 지금은 다른 게 보이네! 할 때가 많다. 아니, 항상 그렇다.
이번에 #현대지성출판사 덕분에 다시 읽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 의 #일리아스 도 그러했는데, 감사하게도 #고대그리스어완역본 으로 만날 수 있었다. 루벤스의 그림을 포함한 103장의 명화와 이미지가 함께 있어서 글 속의 장면을 생생하게 상상하면서 볼 수 있었는데, 만약 글만 들어있다면 이 긴 서사시를 살짝 지루해하며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각주는 무려 435개, 그리고 후반부에 75페이지에 달하는 세세하고 방대한 해설 까지... 이 한 권으로 일리아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충분했다. 해설편에는 등장인물/신들의 가계도/관계도도 함께 있어서 오래전에 반쯤 포기한 이들의 관계이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일리아스의 스토리는 10년간의 트로이아 전쟁 중 50일간의 이야기로, 전쟁기간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영웅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하는 서사시는, 분노와 명예, 신들의 개입과 오만함, 영웅의 용맹함과 전쟁의 참혹함, 인간의 숙명과 사랑, 슬픔, 등을 노래하듯 담고 있었다. 그리스어 원문에는 운율을 품고 있으리라.
한 개인의 분노가 초래하는 비극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결국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우리가 보이기도 하고, 인간조직 내 권력다툼은 지금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권력자의 잘못된 판단이 공동체를 어떻게 위기에 빠뜨리는 지도 볼 수 있었다. 대의를 위해 가족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떠나는 헥토르를 통해서는 인간의 삶의 조건을 생각하게도 하였다.
이것뿐만 아니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아폴론 등장신, 제우스, 디오메데스, 아프로디테 등의 장면들은 함께한 명화들과 익히 영상들로 많이 봐왔었던 것들이 생각나서 더 흥미로웠다.
이 시간을 통해서 고전이 왜 고전으로 계속 익히는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 자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쟁 장면, 영웅들, 신들, 등 방대한 서사가 읽을때마다 주는 감동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야 제대로 일리아스를 만난 기분이다. #고전읽기 계속 해야겠다.
_스카만드로스강의 신은 이렇게 말한 후 높이 솟아올라 거품과 피와 시신들로 소용돌이치고 노호하며 아킬레우스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제우스에게서 생겨난 강의 물결이 높이 솟아올라 우뚝 서서 펠레우스의 아들을 덮치려고 하자, 깊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강의 신이 아킬레우스를 휩쓸어갈까 봐 크게 우려한 헤라가 즉시 사랑하는 아들 헤파이스토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일어나거라, 내 아들 절름발이 신이여, 우리는 이 전투에서 소용돌이치는 크산토스를 상대할 자는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니 어서 빨리 큰 불길을 만들어 아킬레우스를 도와라..”_p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