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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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한 사람은 막대한 부를 가진 뼈대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모국어인 독일어만큼이나 영어와 프랑스어도 유창한 다국어 능통자였고 당대의 온갖 거물과 어울렸다. ... 기품이 흘렸고, 남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던 동성애자였으며, 실수에 관대했다. 또 한 사람은 고향인 카탈루냐 땅에 뿌리내리고 살며, 선조들이 쭉 키워온 포도나무처럼 거칠고 강인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가난이 몸에 배어 짠돌이 같은 구석이 있었고, 언행과 옷차림이 촌뜨기 같았으며, 말수가 적었다._p52 [아리스티드 마욜: 후원자와의 특별한 동행]

 

우리가 예술가를 만나는 길은 여러 가지 이다. 작품을 통해서 보고, 큐레이터의 작품 설명을 통해서 만나고, 계속 쏟아져 나오는 관련 도서들, 혹은 영상들을 통해서도 알아갈 수 있다.

 

그럼,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전기 작가, 큐레이터를 통해서 만나는 예술가들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그래서 더 특별했었던 #내가사랑한예술가들 ... 현대미술 분야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는 #마이클페피엇 이 자신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들에 관한 기록을 꼼꼼하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이었다.

 

처음 보는 예술가들은 흥미롭게, 기존에 접해보았던 인물들은 저자의 사적인 만남 에피소드들이나 개인적인 생각들로 훨씬 깊이 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특히 아리스티드 마욜과 후원자 하리 케슬러 - 20세기 전반기에 예술계나 정치계나 국제적 사교계에서 유명했었던 인물 - 에 관한 챕터는 두 인물의 개인적인 성향차이와 진짜를 알아보는 케슬러 같은 사람의 필요성, 작품에 반영되는 예술가의 마음 등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드도 감탄했다는 마욜의 <지중해>를 실물로 보고 싶어졌다.

 

_지드는 다음과 같은 글로 <지중해>에 대한 예리한 감상평을 남겼다.

 

그녀는 아름답다. 어떤 상징적 의미도 담고 있지 않다. 이 여인상은 침묵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철저히 무시하는 작품을 찾아 이 미의 표상으로부터 주의를 흩트리려면 미술사를 한참 거슬러 가야 한다.”_p57

 

그리고, 말로만 들어봤었던 자코메티 사단의 작가들에 관한 브르통에서부터 베케트까지’, ‘자코메티를 기억하며’, 챕터를 통해서는 한 예술가가 미친 방대한 영향력에 대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보부아르와 샤르트르도 등장해서 무척 반갑기도 한 내용이였다.

 

 

참 멋있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90살이 되는 소냐 들로네 등, 삶과 인터뷰, 저자의 소감과 작품 소개만으로도 직접 만난 듯 친근하게 느껴졌고, 인물들을 교차시켜서 같이 풀어내주고 있는 것도 추천포인트이고 보람 있는 독서였다. 이렇게 만나는 예술가들, 너무 좋다. 그리고 계속 얘기하지만 정말 재미있다!

 

 

_예술사의 삶이 자신의 작품과 이토록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힌 경우는 드물다. 반 고흐는 압생트가 담긴 유리잔이든, 새롭게 눈에 들어온 풍경이든, 이 화가의 깊은 연민을 자극한 얼굴이든, 꽃 피는 아몬드 나뭇가지에서 비롯된 기쁨이든 일상을 간단한 스케치와 드로잉으로, 습작이나 완성작의 유화로 담아내며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이처럼 놀라울 만큼 다양한 생각과 기분을 거의 순간순간 포착해 담아낸 작품은 그 자체로 일기라 할 만하다._p33

 

 

_‘이질성은 처음부터 키타이를 특징짓는 요소였던 듯하다..... 그러나 미술관에 대한 애정은 젊은 키타이에게 한스 멤링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그에 따라 즉흥적 제스처를 담아내는 행동주의 미술은 그의 목표와 전혀 맞지 않았다. ... 이후 몇 년 동안 주로 상선 선원으로 일하며 스케치북을 들고 세계 곳곳을 여행했고 덕분에 세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_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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