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평점 :
_우리에게 알려진 사건들 뒤에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건들이 있다. 그것들은 실제 사건들이다. 우리는 그것들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게 된다._베르톨트 브레이트 <문학과 예술의 참여>
30년 전, 온몸이 토막 난 채, 물에 탄 소녀, ‘아나’ 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어쩌면 태워진 다음에 토막이 났을지도...-.
이 사건으로 사르다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게 되는데,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었다. 피해자의 둘째 언니 리아는 결국 집을 떠나게 된다. _나는 아나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가 없었다. 마음속의 분노와 공포가 극에 달한 나머지 눈물 한 방울도 흘릴 수 없었다._p21 그녀는 오롯이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는 중이다.
그러다 접하게 된 비보, 아버지의 죽음.... 아버지의 유지를 가지고 언니 카르멘의 아들, 즉 조카 마테오가 리아를 찾아온다. 마테오가 가지고 온 아버지의 편지에는 그동안 아나의 사건을 쫓은 행적이 들어 있었다.
사건 당일 아나와 함께 있었던 마르셀라.. 하지만 단기기억상실로 그날의 기억에 공백이 가득하다. 그리고 피해자의 신체부위 나열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마르셀라의 심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었던 수사관 엘메르, 지금은 피해자의 큰 언니 카르멘의 남편이 된 전직 신부 훌리안,... 두 동생, 아버지.. 아들에게 까지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카르멘의 이야기 까지....
각 인물들의 목소리로 글을 따라가다 보면 마침내 진실에 도달하게 된다..
과연, 그 날의 진실은 무엇인가?
신의 뜻이라 치부하며 벌어지는 합리화와 비극이 어떻게 한 가족을 망가뜨리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이 소설은, 결국 생명과 삶에 관한 내용인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알프레드, 마테오의 할아버지의 편지와 말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비극 속에서의 희망, 고발에 대한 내용을 그를 통해 말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마테오가 도망쳐 온 세상- 슬프지만 가족, 엄마- 으로 다시 잡혀갈까봐 조마조마 했고, 기억이 토막 난 마르셀라의 진술과 엘메르의 생각을 보면서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가슴 졸였다.
에필로그의 알프레드의 편지로, 찢겨진 찝찝한 마음을 위로 받았던 #클라우디아피녜이로 의 소설, #신을죽인여자들 이였다.
_“부디 거짓말에 현혹되지도 망상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렴.” 할아버지는 내게 보낸 편지, 나만 읽을 수 있는 편지에 그렇게 썼다. 무엇보다 그가 ‘노력하다’라는 동사를 골랐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 나는 마침내 아르헨티나를 떠났다. 떠나는 순간, 나를 그 누구와 하나로 묶는 체계와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_p86
_아나는 내 품에 안긴 채 죽었다.
죽은 사람을 또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두 번 죽지 않는다._p125
_어릴 적 너희 둘은 우리 가족의 강요에 의해 종교하는 사슬에 묶인 채 살았어. 하지만 그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버린 너의가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모른단다. 이런 세상에서 아무것도 믿지 않고 살아가려면 용기가 필요해. 그런 너희가 너무 자랑스럽구나. 아니, 존경스럽게까지 하단다. ..... 내 대성당은 내가 어디를 가든지 함께 가져가고 싶은 말로 세울 거야.... 언젠가 나의 대성당, 아니면 너희의 대성당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_p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