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우맨 암실문고
마틴 맥도나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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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국가에서 도살장에서 일하면서, 종종 혼자 이야기를 쓰는 카투리안이 두 형사에게 잡혀서 취조실에 갇힌다. 카투리안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자신이 쓴 것은 전혀 정치적인 스토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계속 설명하지만 도무지 형사들은 그를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헌데 카투리안이 잡혀온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그가 쓴 스토리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이 살해되는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이였다. 범인으로 여겨지지만 절대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몇 개의 방을 건넌 곳에서 남자의 소름 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바로 그의 형 이였다. 형사들의 협박은 계속 되고 이제 형도 구해야 한다.

 

그저 집에서 이야기를 쓰면서 소소한 행복을 맛보았던 카투리안은 이 짧은 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되짚어본다. 마치 잔혹 동화를 보는 듯 했었던 그의 소설 속 아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간절히 기도하며 현실에서 구원받기를 바라는 듯 하다. 필로우맨이 등장하는데 죽음으로 아이들을 구원한다.... 이 필로우맨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

 

그렇다면 마이클이 이 모든 살인 사건의 범인일까?

 

 

전체주의의 부조리가 느껴지는 취조실 장면에서 시작하는 #마틴맥도나 의 희곡, #필로우맨 은 많은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잔혹사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누가 범인인가 하며 추리해가는 것도 새로운 맛이 있었는데 오롯이 대사와 그 속에 숨겨진 심리를 추측해가며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미래의 고통을 겪기 전에 생을 바로 끝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맡길 것인가? 그런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은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원작, 그대로의 연극도 호기심을 일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만든 단막극으로 만나고 싶은 작품이였다.

 

 

_... 그렇게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 필로우맨은 그 남자 혹은 여자가 어린 소년이나 어린 소녀 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어. 그들이 겪어야 했던 끔찍한 삶이 아직 시작하지 않았던 때로 말이야. 필로우맨이 하는 일은 아주 아주 슬픔 일이었어. 왜냐하면 필로우맨이 하는 일은 그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거였거든. 그 아이가 나중에 겪을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피할 수 있도록 말이야._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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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를
대니 샤피로 지음, 서제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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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별들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할머니. 저 별들은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우릴 발견해 줄 거예요.“ 오래전에, 지금일 수도 있는 것 같은 어떤 시기에, 미미는 눈에 편두통이 일어났었다. ..... 지금, 세상은 프리즘 같은 무언가로 변해있다. 미미가 사랑한 적 있는 모든 것이, 모든 사람이 이 프리즘들 속에 있다._p233

 

_솅크먼은 월도의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끼익하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천천히. 그는 그저 아들과 교감하고 싶을 뿐인데, 그 방법은 오직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만 깨닫게 되는 것 같다._p211

 

 

'계속 쓰기#대니샤피로 의 신작 소설 #별들이우리를발견하기를 , 이 소설은 작가가 오래전에 집필하다 뒀던 미완성 원고를 팬데믹 기간에 15년 만에 완성시킨 작품이다. 다수 매체에서 올해의 책‘, ’올해의 소설등으로 선정되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영상화 작업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글은, 197065일부터 202072일까지의 시간을 오고가며 두 가족이 등장인물들의 관점을 넘나들며 속마음을 열거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큰 사건이 있었고,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어느 순간 연결점을 깨닫게 되며 인생에 대한 성찰이 깊어진다. 이런 감정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일상과 대화, 사색적인 문장들로 담아놓아서 더 먹먹해지는 지점들이 많았다.

 

 

사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까지는 좀 정신이 없었다. 이것이 몇 년도 였지? 하면서 챕터의 날짜를 자꾸 확인하며 읽었다. 하지만 보다보면 잔잔한 인생 속에 평탄하지 많은 않은 그들의 생각과 삶이 그냥 펼쳐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등장인물 중 하나인, 월도는 가출을 해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벤의 아내 미미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어느 밤 노년의 벤이 열 살 소년 월도와 같이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있지만 묘한 위안을 주는 이 책, 길을 밝혀주는 별들처럼, 이렇게 함께 할 동료 여행자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소설이였다.

 

별이 우리를 발견하기를 .....

 

 

_월도는 자신이 거의 알지도 못하는, 그저 한 줌의 시간들을 같이 보냈을 뿐인 이 노인의 목소리에서 사랑을 전해 듣는다. 월도가 별자리들을 그리며 밤하늘을 더듬을 때면, 안드로메다자리, 공기펌프자리, 극락조자리, 물병자리, 독수리자리, 제단자리, 양자리, 마차부자리..... 마치 음악가가 자기가 아는 음악 한 곳을 몇 번이고 거듭해 손가락뼈에 새겨질 때까지 연습하듯 그렇게 할 때면 찾아오는 느낌이 있다. 윌프 박사님은 그 느낌을 떠오르게 해주는 사람이다._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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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미술관 - 하나의 그림이 열어주는 미스터리의 문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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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미술관 , #기묘한미술관 에 이어 #더기묘한미술관 으로 진병관 작가가 돌아왔다.

 

미술관 해설사로서 새롭게 발굴한 작품들을 이 책에 전시하게 되었다고 서문을 연 저자는, 운명의 방에서는 누군가의 인생을 세상과 바꾼 작품들을, 어둠의 방은 삶의 밝음과 어둠을 드러내 주는 작품들, 매혹의 방으로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인 작품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선택의 방과 기억의 방에는 현실과 예술, 삶과 죽음 등 그 경계에 이른 작품들과 미술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로 각각의 해설과 함께 넣어놓았다.

 

냉소적이여서 오히려 슬프게 느껴졌던 제임스 앙소르 삶과 예수의 브뤼셀 입성’, 시체들과 해골이 가득하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고 작가의 죽음까지도 연결이 되었던 유대인 펠릭스 누스바움의 죽음의 승리’,

 

평소 참 좋아했었던 그림인데 지저분한 스캔들이 있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존 싱어 사전트의 마담 X의 초상화’, 다시 짚어본 카라바조의 작품과 삶, 자세한 숨은 이야기는 처음 알게 된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의 회색과 검은색의 조화 제1’, 오랜만에 본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작품들... 여전히 놀랍다!

 

헨리 8세의 일화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한스 홀바인 파트, 선택의 방이여서 더 눈에 들어왔던 에곤 실레와 존 에버렛 밀레이, 기억의 방으로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과 얀 반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등 익숙한 그림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즐겨보기까지~

 

화려한 컬러판 작품들의 향연과 더불어, 깊이 읽는 그림 페이지들까지 알뜰하게 미술관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호불호 없이 그냥 만 있을 것 같은 이 책, 역시 기대이상 이였다. 미술과 역사, 화가의 개인사 모두에 빠져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_인간이 저지른 끔찍한 역사를 예술로써 기록한 경우가 드물었기에 그의 작품은 예술적으로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그의 절망은 죽음으로 끝이 났지만, 그의 작품은 <죽음의 승리>에서 부서져 버린 수많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아남았다._p55 펠릭스 누스바움

 

_자신의 최후를 예감한 것일까. 그는 머리가 잘린 골리앗의 얼굴에 자신을 그려넣는다. 그리고 영웅 다윗의 표정을 자랑스럽지도, 영광스럽지도 않은 모습으로 표현한다._p113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_예술가들도 그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교향곡 죽음의 섬을 작곡했고,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작품을 자신의 연극 무대로 사용한다. ..... 같은 스위스 예술가이자 영화 <에일리언>의 캐릭터를 창조한 한스 루돌프 기거 또한 뵈클린의 작품을 오마주했다._p128 아르놀트 뵈클린

 

 

_... 어떤 갈등도 없어 보이는 듯한 잘 그려진 초상화로 인해 한 명은 평생 외로움 속에 살아야 했고, 또 다른 이는 신뢰를 잃었으며, 마지막 인물은 죽음을 맞이한다._p203 한스 홀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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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힘 - 안정적인 호흡, 집중된 마음, 평화로운 쉼의 기술 요가의 힘
스와미 사라다난다 지음, 김재민 옮김 / 판미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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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잘 정렬된 몸은 곧추선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만을 필요로 하고 쉽게 균형 잡을 수 있다. 이 자세에서는 몸의 미세 에너지, 즉 프라나로 알려진 생기가 방해 없이 흐른다._p56

 

 

작년 봄부터 요가를 하면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명상에 관한 내용들도 다양한데, 세심한 동작까지 자세히 안내해주는 책은 만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 중에 앉아있는 자세와 몸정렬, 발의 무감각과 저림 줄이기와 같은 것 까지 언급해주는 #명상의힘 을 보게 되었다.

 

명상의 이로운 점을 물 흐르듯 적어놓아서 설득력 있었고, 명상을 하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 - 장소, 시간, 명상 테이블 등 -, 명상을 방해하는 물리적 심리적 요소들과 정비하기, 그리고 바르게 앉는 기술, 다양한 명상 자세들 ... 도구 활용 내용은 물론, 명상에 적합한 몸만들기 까지 안내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도움 되는 요가 자세들을 방법과 이미지로 자세히 넣어놓아서 따라해보기도 쉬울 것 같다. 물론 자세들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평소 수련할 때 해 본 자세들도 있어서 새삼 또 감사함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는데 만약 요가를 접하지 못했다면 잘 몰랐을 세계이기 때문이다.

 

 

내용을 쭉 따라가다보면 호흡법으로 이어지고 적절한 음식과 명상으로서의 식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참 알차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여서 명상 안내서로서 건강 조언서로서 훌륭한 도서였다.

 

 

_의식적으로 다른 활동들을 멈추고 고요히 앉아서 명상할 때, 그 순간에 온전히 자신과 함께 현존할 수 있다. 먹는 일에 대해서도 완전히 집중하기로 선택한다면 식사를 위해 앉는 것도 유사하게 느낄 수 있다. 이렇듯 마음챙김 식사는 앉아서 하는 명상에 대한 보조적인 수련이 될 수 있다._p199

 

 

_명상을 하고자 할 때 사람들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어려움 중 하나는 발과 다리의 불편감이다. 얼마의 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 이내 발이 무감각해지거나 다리가 저리는 느낌으로 고통받기 쉽다. 고관절이 충분히 유연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고, 스포츠를 너무 많이 해서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해서 그럴 수도 있다._p155

 

 

_명상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이 장에 있는 다양한 스트레칭과 요가 아사나 동작을 검토해서 자신의 유연성과 운동 경험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기 바란다. 각각의 수련 단계별로 개개인에게 최고로 효과적인 특정한 동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_p103

 

 

_행복하고 중심 잡힌 삶을 살고자 한다면 명상을 배우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 명상은 많은 층위에서 당신의 삶에 영향력을 끼치고, 육체적, 심리적, 감정적, 지성적, 영적으로 엄청난 변화들을 불러일으킨다. 명상은 그 자체로 당신의 비전과 인생을 바꿀 힘이 있다._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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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벌어주는 폰트
우아한형제들 외 지음 / 안그라픽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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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캘리그라피, 타이포그라피 등 글자/글씨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서 폰트 하나가 세상에 나올 때 마다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개인적인 관심도 관심이지만 업무상에 작업할 때 분위기에 따라 적당한 폰트를 골라넣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온 폰트들이 다 궁금했었는데, 여기 배달의민족 한나체부터 글림체에 이르기까지 폰트들로 이루어진 브랜딩 과정을 온전히 담아놓은 #밥벌어주는폰트 가 나왔다.

 

13개 폰트의 개발 스토리부터, 각각의 사용법들을 아주 상세하게, 주요 등장인물의 인터뷰 및 앤솔로지 까지, 마치 하나의 생명의 연대기를 다 보고 있는 듯 했다. 무엇 하나도 허투루 나오는 것이 없구나 싶었고 당장 내가 쓰는 글씨체는 어떤 특징과 스토리를 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깔끔한 브랜딩에 관한 내용은 일반 상품들과는 또다른 매력 있었다. 폰트를 탄생시키는 것, 그리고 대중들에게까지 이해를 확장시키는 것....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한글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감동이였다.

 

_제가 늘 하는 얘기인데, 한글은 단순한 글자가 아닌 민족의 뿌리, 정신과 연결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 저는 이렇게 한글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과 가치야말로 우리 국민의 아이덴티티이자 우리 후손들의 아이덴티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_p241

 

 

자연스럽게 마음을 담아내는 글씨, 그것이 전달되는 글씨를 써나갈 수 있기를, 그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

 

 

 

_무명의 간판 장인이 쓴 필치로 시작해서 점점 흐릿해지는, 보일 듯 말 듯해서 더 특별해지는 을지로체 시리즈._p87

 

_배달의 민족 폰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글자체의 특정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_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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