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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_.. 기후 위기, 플라스틱 폐기물, 인수공통전염병 등 인간에 의해 행성 전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왜 국내에서 주류 담론이 될 수 없는 걸까?
이 책은 그 의문과 답답함에서 시작했다._p9
환경, 생태 전문 PD이자, 플라스틱에 대한 단편 영화감독으로, <하나뿐인 지구>, <이것이 야생이다> 시리즈, 다큐프라임 <긴팔인간>,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을 연출한 최평순 감독이 목소리를 담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책으로 내놓았다.
기후위기가 이슈인 만큼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은 숫자와 현상들로 나타나는 것들을 다루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너무 많이 비슷한 정보들에 노출되어 더 무뎌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환경문제는 더 심해지고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인류세 현상을 끄집어내고 왜 이러는가 하는 심리학적인 분석까지...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현장에서 느끼고 생각했던 바, 문제의식들을 진솔하게 다뤄주고 있는 책이였다.
기후 위기가 가짜냐고 묻는 이들을 위해 촘촘한 데이터와 연혁, 그래프를, ‘악의 평범성’으로 이해를 도운 ‘만성화된 위기감’에 대한 경고, 기후경고에 쓰이는 단어들의 문제들부터 기후문제를 1순위로 다루지 않고 있는 국내미디어의 문제점들과 다른 국가들의 미디어태도의 예시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적인 구체적 증거들과 파생된 다양한 활동들.. 등
왜 기후문제를 내 생활의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지를, 왜 사회적으로도 뒷전에 두지 말아야 하는지를 책 한 권을 통해 설득력 있게 담고 있었고, 인류세가 뜻하는 그 광범위한 영향들도 잘 알 수 있었다.
사회 전체적인 돌봄의 전략으로 비롯한 나의 무해한 삶의 태도와 과학기술로 지구의 위기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더불어삶과 돌봄에 대한 차원을 한 단계 높여주었고, 이렇게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지고 살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기후변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지금, 당장 내년의 공기질이 걱정되는 오늘, 알고는 있으나 당장 오늘저녁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우리, 과거에는 놀랄 기상이상이 이젠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현재..... 모두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내용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상황들이 많이 다뤄지고 있어서 인상적인 책이였는데, 많은 동식물들이 어처구니없이 죽어나가는 마음 아픈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읽어야 하는 책이다.
_연구팀은 과거에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던 가뭄이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이른바 ‘재난’이 일상화되는 시기를 추정해냈다. ...... 과거에는 비정상 상태로 간주되었던 재난이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날 확률이 높아짐을 보였다.
.... 김형준 교수는 그것을 ‘재난의 일상화’, 다른 말로 ‘비정상의 일상화’ 라고 부른다.
비정상의 일상화라. 두려운 말이다. 정상이 아닌 것이 정상이 되는 시대. 그 말을 과학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섬뜩하다._p54
_투명하고 긴 방음벽 밑에서 새 사체를 발견하는 것은 너무 쉬웠다. 방음벽 높이가 3단이든 1단이든, 충돌을 막겠다며 맹금류 스티커를 붙였든 아니든 어김없이 충돌 흔적이 있었다.
"만약 새가 토마토였다면, 또는 돌멩이였다면 이 문제는 정말 쉽게 이슈화됐을 거예요.“_p151
_... 일론 머스크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화성을 탐사하며 우주 거주 가능성을 따져보지만, 무해의 욕망은 지구를 떠나지 않고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이다. 그 태도가 좋은 전략을 만난다면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다._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