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설런스 - 인간의 탁월함을 결정하는 9가지 능력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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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열심히 살아?

그 어느 곳에서도 필요 없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 했다. 마치 그 쓸모가 존재 이유라도 되는 양. 뭘 이렇게 열심히 사는가 싶은 나를 인정에 목마른 불쌍한 인간으로 끌어내렸다. 왜 이렇게까지.

몰랐다.

'뭘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말하는 이가 건네는 말을 관통해 그를 들여다보는 법을. 내 열심히 상대적으로 그를 불성실로 만든 게 못마땅했음을. 그의 흐트러짐 없는 여유가 근무태만임을.

내가 한 최선은 열심이었고, 그 순간들은 탁월했다.

"그들은 완벽을 추구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늘 탁월하도록 관리했다." _미셸 오바마



개인의 탁월함은 스스로 성취해야 한다. 제아무리 부모를 잘 만났고 재능이 많더라도 탁월함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탁월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탁월함에 도달할 수 있을까? 34p

책은 아홉 가지 동력으로 정신을 무장시켜 더 크게 생각하고 성장하도록 이끈다. 온전한 탁월함에 이르는 길을 따라볼 요량으로 나름 집중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 책 리뷰는 아주 어렵다. 하나씩 적용해 보고 올리는 후기가 아니라 후루룩 읽어 낸 후 이 과정을 다 해치웠을 내 모습을 상상하고 쓰는 거라.. 지금처럼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쓸 때면 과제 뚝딱하는 식으로 마치게 될까 봐 긴장된다. 그렇다면 한동안 책 제공받을 생각은 못 할 것이다. 책에 진심이고 싶은 마음에.

엑설런스를 읽으면서 '탁월함'이라는 단어의 품격이 좋았다. 옳은, 최선의 선택이 아닌 탁월한 선택은 우여곡절 끝이 아닌 여유롭게 사유한 후 택한 선택 같아서다.

삶이라는 비행기에서, 당신은 어디에 앉았는가? 승객인가 아니면 조종사인가? _87p

비행기 승객입니다. 좌석은 튀지 않는 맨 뒷자리입니다. 언제든 소리 소문 없이 문이 열리면 사라져도 모를 경계선입니다.

삶에서 조종사도 승객도 아니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필요했던 거다. (...)쩜쩜쩜이 아니라.

[ 새로운 탁월함은 어떻게 만드나?]

1. 열린 마음 : 호기심은 초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2. 자기 성찰: 나의 소망과 가치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3. 공감: 깊은 이해심은 혁신을 창조한다

4. 의지: 탁월함을 습관으로 만들어라

5. 리 더 십: 지시하지 말고, 영감을 불어넣어라

6. 평 정 심: 감정을 다스려야 본질에 이를 수 있다

7. 민 첩 성: 계획만 따르지 말고 변화에 반응하라

8. 웰빙: 때때로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보아라

9. 공평: 혁신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이 중 자기성찰을 필사하며 실제로 내 소망과 가치를 알아갔다. 책은 내 이런 방식마저 존중해 줄 테니까.


외부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아는 것은 개인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외부인의 인정은 얼마나 정직하고, 그 비판은 얼마나 타당할까? 그들의 피드백이 우리의 자기평가와 얼마나 일치할까?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우리는 일상에 매몰된 채 규정과 유행을 그냥 받아들인다. 79p


자기성찰은 드러나지 않게, 우리를 보통 이상으로 발전시키는 길로 안내한다.

나는 그것을 원하나?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나?

그럴 자신이 있나?

어떤 자원을 투자할 수 있나?

어디에 걸림돌이 있나?

무엇이 더 필요한가?

누구나 접촉해야 하나?

최악의 경우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나?

모든 물음표에 답했다.

물음표엔 날카로운 이가 있다. 물음표를 받은 날은 뜯겨나가 너덜너덜해져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뜯겨진 자리에 물음표 이가 박혀있었다. 나를 몰랐을 때다. 아는 게 없어 그 무엇에도 답할 수 없어 물렸고, 피했다.

물음표는 낚싯바늘이었다. 물음표에 걸린 날은 내내 쫓아다니며 물었다. 바늘에서 벗어나는 길은 물음에 답하길. 아는 게 없어 알아갔고 서서히 풀려났다.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강태공이 되어간다.

엑설런스는 그렇게 묻는다.

이 모든 물음에 답이 쉬 떠오르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피하지 않는다. 그 여정에 탁월해져 가는 나를 만날 수 있으니.

자기성찰 이외도 오래 머문 페이지는 4장 공감과 6장 리더십이다. 내 강점으로 키우고 싶고 또 하나는 채우고 싶어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탁월함을 실현할 수 있다. 탁월함은 최고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탁월함이란 자신의 재능과 가능 성안에서 최선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나를 뛰어넘어 한계라는 울타리를 거둬내는 즐거운 상상. 그 상상을 현실화 시키는 일. 가능할 것도 같다.


미래의 당신은 현재의 당신에게 무엇을 원할까?

상상 속에 있던 탁월한 모습을 한 내가 질문한다.

의심하지 말고 똘아이처럼 마음껏 즐기며 걸어와.

달려갈랬더니 걸어 오란다.

조심할 랬더니 의심하지 말란다.

우아할 랬더니 똘아이처럼 하란다.

자고로 내 말은 잘 들어야지_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쓴 필사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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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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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란 무엇인가?

부자란 무엇인가?

나보다 높은 곳. 사람을 부리고 부르는 사람. 성공과 부는 내게 막연히 높은 구름 위 세상이었다. 내 눈에 띄일리 없으니 부러워하려는 상상조차 별 볼일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에 나는 그저 관중일 뿐.

"일만 열심히 해도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이 세상 누구보다도 우리 엄마가 먼저 부자가 되어야 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되는 법을 공부해야 하고, 돈을 벌려면 돈 버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_16p


공장에서 일하는 이를 공순이, 공돌이로 칭해지던 시기 열여섯 나이에 집을 떠나온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부와 성공을 위한 책이니 하루 날 잡아 슥 읽어낼 요량이었던 내게 지인이 앞서 읽은 페이지를 찍어 보냈다. 이 페이지들 사이 스무 살 집을 떠나오던 낡은 내 가방도 자리하고 있었다.

부푼 기대, 설렘, 떨림을 안고 내디딘 첫걸음의 깊이는 꽤나 깊으나 반복적인 무력한 발걸음에 무게가 실리지 않기 시작한다. 온 시간을 보냈음에도 주머니 안에 들어온 시간의 값어치는 그렇게나 빈하다. 저자의 녹록지 않은 생활과 실패는 상실감과 허탈감을 불려갔고 센 강의 검은 강물이 부르던 날 겨우 들어간 집에서 전등 스위치를 켰다.



"제대로 건사하지 않아 쇠락한 느낌이 드는 집 안이 불빛 아래 환하게 드러났다. 기다리는 이 없는 쓸쓸한 집, 찾아오는 이 없는 외로운 집이 꼭 내 인생 같았다."_46p


해가 떠 나선 길 위에 태울 듯한 더위를 견뎌 겨우 지나왔건만, 닿을 곳 없는 이의 무거운 발걸음은 어두운 밤을 만나 한 번쯤 생의 마지막을 가깝게 여기곤 한다. 그 순간 저만치 헛것처럼 스치는 빛을 본다. 저자는 '엄마'였다.


"그래, 살아야겠다. 이제부터는 엄마를 위해 살아야겠다."_47p


나를 위해 살아야 할 희망이 사라지는 날은 누군가를 위해 하루를 살아낸다.

책의 처음이 에세이라 나는 내가 부를 위한 책을 읽는지 위인전을 읽는지 분간하지 못했다. 그저 시골 옆집에 살던 언니가 도시에 나가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성공해 내려와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이야기해주는 기분.



'부자'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남자'가 주머니에 돈이 두둑하면 밖으로 돈다.

아등바등 사느라 소중한 것을 놓쳤을 것이다.

부자의 자식은 늘 어딘가 '헛헛'할 것이다.

저들은 나보다 더 외로울 것이다.

'삶'의 진정한 '행복'을 모를 것이다.

어릴 적부터 커서까지 들었던 것들이 내 안에 '부'는 나쁜 것으로 새겨놓고 있었다. 그러고선 '경제적 자유'를 외친다. 결국 경제적 자유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인데, '부자'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부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부자와 돈에 대한 위악적인 생각부터 떨쳐야 한다. 사실 당신도 부를 갖고 싶지 않은가. 속으로 부만 이룰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원치 않았는데도 학습된 부자와 돈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을 모두 지워야 한다."_109p



"부와 돈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돈은 부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부란 나에게 들어오는 돈을 다른 곳으로 새지 못하게 막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하는 완전한 과정선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이다.

부자란 남을 돕기로 결심하고 사회적인 공헌을 실천하면서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을 일컫는다. 즉, 과 공헌 그리고 인격까지 완성될 때 비로소 부자라고 말할 수 있다." _ 87p


진짜 부자.

부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거두고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를 다시 재설계한다. 그리고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책은 그 과정을 함께한다. 내 안의 부의 기운을 깨우고, 목표를 정하도록 한다. 나만의 핵심가치를 깨달은 후 목표와 꿈을 설정하도록 이끈다.

부를 위한 생각의 뿌리들을 살펴보는 일은 내 뿌리를 보살피는 일이기도 했다. 저자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내가 바라는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어떤 사람들과, 어느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존재하는지.


책을 읽으며 철렁이지 않고 출렁였던 건, 다행히도 저자가 말하는 뿌리를 조금씩 보살피고 있어서였다. 100일간 꾸준한 노력은 '필사'로 이어왔고, 가치 있는 헌신에는 적은 금액이지만 조금씩 늘려가는 '기부'를 하는 마음의 풍요로움. 몇 만 원의 기부가 스스로를 아름답게 하는 기쁨.


당장 부를 위해 무엇인가 하라는 책이 아니다. 허황된 글로만 채워진 자서전도 아니다.

'살아있길 바라는' '더불어 잘 살기를 바라는' 책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세상 모든 이들이 이러한 부자가 된다면_ 후미진 곳을 밝히기 위한 가로등을 세우고,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린 후 문밖에 조용한 관심을 두고 가는 이들이 그득한 세상.


'부자'가 되고 싶어졌다.

웰씽킹. 웰씽커.

'부'에 관한 책을 읽고 이렇게 따듯해도 되는가 싶어진다. 마냥 주먹 불끈 쥐고 의지를 다질 거라 여겼던 나는 책을 덮으며 보다 더 손에 들어간 힘을 풀고 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바라던 관리비 걱정 없는 서점은 이미 '부자'를 꿈꾸고 있었다.


"타인의 텅 빈 마음의 곳간을 채워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라. 채워주는 즉시 당신의 곳간에도 부와 기쁨이 가득찰 것이다."_300p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



이렇게 살려고, 이렇게 살다 죽으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라는 원망이 끊임없이 쌓여갔다 - P35

우리는 절대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할거라 지레짐작하고 포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 P72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마중물은 풍요의 생각, 웰씽킹이다. - P74

돈은 없더라도 성실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을 돕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기회를 얻는다. - P97

돈과 공헌 그리고 인격까지 완성될때 비로소 부자라고 말할 수 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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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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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름만 안다고 그 사람을 알리 없다. 그저 대단하신 작가분이라는 정도였다. 그런 저자의 책을 만나 한 페이지를 펼칠 수 있었던 건 필사 모임을 통해서였다. 멤버분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함께 읽길 바라셨고, 그렇게 나는 박완서 세상에 들어섰다.




다른 책을 엄두 내지 못 했던 건 시대적 배경에 금세 집중력이 틀어져서다. 부끄럽게도 시대적 흐름에 대한 배경지식이 약한 나로서는 그녀가 담아낸 글을 달달하게 음미할 수 가없었다. 그런 틈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한입 쏙쏙 넣어 녹여내는 글이었다. 나는 실제로 벅차했고, 작가의 신랄한 표현과 솔직한 마음에 구석구석 고해성사를 하기 바빴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 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작가는 부끄러운 마음을 내놓고 시원하게 침을 뱉었다. 소히 글을 쓴다 하면 마음이 정갈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앞장서 모진 마음들을 꺼내니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저도요. 저도요. 저도 그런 마음 갖은 적 있어요.'라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던 기억들이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평상시라면 손을 뻗어 주워 담기 바빴을 나를 향한 경멸이 다시 모습을 바꿔 재정비된다. 읽는 동안 서서히 정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어머님은 몸이 크게 아프신 이유로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줄어들었다. 불안을 다독이며 긍정적으로 살던 모습이 점점 위축되면서 푸념들로 쏟아졌다. 어머님 발아래 한숨이 잔뜩 내려앉았다. 남편은 어머님에게 '필사'를 권했다. '어머니, 제가 해보니까 딴생각 안 나고 좋은 거 같아요. 한번 해보세요.'
어머님은 '필사'를 한다는 아들이 신기하면서도 '그럼 책 좀 추천해 줘.'라 하셨다. 남편과 나는 같은 책을 떠올렸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책을 읽고 필사하는 동안 실제로 남편은 어머님을 많이 떠올렸다. 나 역시 이 책이 어머님의 접힌 마음을 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고 믿는다.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15p



산을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낸 길만 따라 걷는다. 발자국이 없고 풀이 무성한 곳은 뱀과 알지 못할 덫들이 그득할 것 같아 발을 헛딧지 않고서는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앞서 지난 이들이 마음으로 내준 길을 따라 안전하게 걷는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잇살 좀 먹었다고 요즘은 나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의 길을 내어 주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수많은 믿음의 교차 26p



작가는 자신을 말하면서 독자에게 묻는다. 잔잔한 동화 같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지만 나는 읽으면서 '고백론'처럼 느꼈다. 톨스토이 고백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만인이 인정하는 유명인도 속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안구나 하는 안심이 나를 무장해제 시켰다는 것을. 비로소 나를 열어 나의 검은 속을 거둬낼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나는 이 책을 사랑한다.



"크게는 안 바라요. 그저 보통 사람이면 돼요.
가장 겸손한 척 가장 욕심 없는 척 이렇게 말했지만 실은 얼마나 큰 욕심을 부렸었는지 모른다. 욕심 안 부린다는 말처럼 앙큼한 위선은 없다는 것도 내 경험으로 알 것 같다."
보통 사람 _57p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 내가 뭐 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_생각을 바꾸니



내가 하나의 작품을 이룩한 게 작가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나 준엄한 각오에서가 아니라, 순전히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의 일종의 허기증에서였던 것이다.
쓰는 일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읽히는 것 또한 부끄럽다.
나는 내 소설을 읽었다는 분을 혹 만나면 부끄럽다 못해 그 사람이 싫어지기까지 한다.
_218p


부끄러웠지만 허기증으로 글을 써야 채워졌던 그녀의 영혼이 아름답다. 사실 그 영혼을 들여다볼 수 없지만, 그녀의 글이 다른 이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니 그 모래알만 한 진실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의 진실을 모래알 세 듯 읽다 보면 내 마음의 모래알이 여기저기 굴러다녀 걸음마다 발바닥이 거슬 거린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이렇게나 서걱거린다. 하지만 그 마주함을 통해 나를 알알이 이해해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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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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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기엔 쉽지 않았지만, 에세이로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소설을 찾아 읽게 되었다. 짧은 글에 따듯함과 내 안에 감춰둔 모난 마음을 꺼내 다독이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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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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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름만 안다고 그 사람을 알리 없다. 그저 대단하신 작가분이라는 정도였다. 그런 저자의 책을 만나 한 페이지를 펼칠 수 있었던 건 필사 모임을 통해서였다. 멤버분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함께 읽길 바라셨고, 그렇게 나는 박완서 세상에 들어섰다.





다른 책을 엄두 내지 못 했던 건 시대적 배경에 금세 집중력이 틀어져서다. 부끄럽게도 시대적 흐름에 대한 배경지식이 약한 나로서는 그녀가 담아낸 글을 달달하게 음미할 수 가없었다. 그런 틈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한입 쏙쏙 넣어 녹여내는 글이었다. 나는 실제로 벅차했고, 작가의 신랄한 표현과 솔직한 마음에 구석구석 고해성사를 하기 바빴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 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작가는 부끄러운 마음을 내놓고 시원하게 침을 뱉었다. 소히 글을 쓴다 하면 마음이 정갈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앞장서 모진 마음들을 꺼내니 누구라도 마음속으로 '저도요. 저도요. 저도 그런 마음 갖은 적 있어요.'라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내 것이 아닌 줄 알았던 기억들이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평상시라면 손을 뻗어 주워 담기 바빴을 나를 향한 경멸이 다시 모습을 바꿔 재정비된다. 읽는 동안 서서히 정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어머님은 몸이 크게 아프신 이유로 삶에 대한 의욕이 많이 줄어들었다. 불안을 다독이며 긍정적으로 살던 모습이 점점 위축되면서 푸념들로 쏟아졌다. 어머님 발아래 한숨이 잔뜩 내려앉았다. 남편은 어머님에게 '필사'를 권했다. '어머니, 제가 해보니까 딴생각 안 나고 좋은 거 같아요. 한번 해보세요.'
어머님은 '필사'를 한다는 아들이 신기하면서도 '그럼 책 좀 추천해 줘.'라 하셨다. 남편과 나는 같은 책을 떠올렸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책을 읽고 필사하는 동안 실제로 남편은 어머님을 많이 떠올렸다. 나 역시 이 책이 어머님의 접힌 마음을 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고 믿는다.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15p




산을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서 낸 길만 따라 걷는다. 발자국이 없고 풀이 무성한 곳은 뱀과 알지 못할 덫들이 그득할 것 같아 발을 헛딧지 않고서는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앞서 지난 이들이 마음으로 내준 길을 따라 안전하게 걷는 나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잇살 좀 먹었다고 요즘은 나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의 길을 내어 주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수많은 믿음의 교차 26p





작가는 자신을 말하면서 독자에게 묻는다. 잔잔한 동화 같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지만 나는 읽으면서 '고백론'처럼 느꼈다. 톨스토이 고백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만인이 인정하는 유명인도 속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안구나 하는 안심이 나를 무장해제 시켰다는 것을. 비로소 나를 열어 나의 검은 속을 거둬낼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이렇게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나는 이 책을 사랑한다.



"크게는 안 바라요. 그저 보통 사람이면 돼요.
가장 겸손한 척 가장 욕심 없는 척 이렇게 말했지만 실은 얼마나 큰 욕심을 부렸었는지 모른다. 욕심 안 부린다는 말처럼 앙큼한 위선은 없다는 것도 내 경험으로 알 것 같다."
보통 사람 _57p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 내가 뭐 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_생각을 바꾸니







내가 하나의 작품을 이룩한 게 작가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나 준엄한 각오에서가 아니라, 순전히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의 일종의 허기증에서였던 것이다.
쓰는 일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읽히는 것 또한 부끄럽다.
나는 내 소설을 읽었다는 분을 혹 만나면 부끄럽다 못해 그 사람이 싫어지기까지 한다.
_218p



부끄러웠지만 허기증으로 글을 써야 채워졌던 그녀의 영혼이 아름답다. 사실 그 영혼을 들여다볼 수 없지만, 그녀의 글이 다른 이들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니 그 모래알만 한 진실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의 진실을 모래알 세 듯 읽다 보면 내 마음의 모래알이 여기저기 굴러다녀 걸음마다 발바닥이 거슬 거린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이렇게나 서걱거린다. 하지만 그 마주함을 통해 나를 알알이 이해해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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