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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평점 :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기 이전에 행복을 말할 줄 아는지를 봐야 했다.
손에 쥐고도 또 찾아 쥐려다 내려둔 것들이 모두 내가 가진 행복들이었다.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봄바람이 시작되고 아침 찬 기운이 햇볕에 데워지기 시작하는 오전 11시였다.
나른하지 않고 따사로운 햇볕에 의지에 봄바람이 다정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담아낸 책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으며 김지수 인터뷰어를 알게 되었책다. 그 책을 읽고 나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 김지수 인터뷰어가 나태주 시인님과 나눈 대화글을 놓칠 수가 없었다.
많은 밑줄이 봄비처럼 쏟아내렸다. 봄비가 내린 후 대지의 모든 것들은 눈치 볼 것 없이 저마다 자기가 가진 본성대로 쑥쑥 자라난다. 이 시기에 애초 작업하는 분들도 잠시 기다린다. 어차피 풀을 밀어봐야 하룻밤 사이 다시 보란 듯이 솟아오르는 살아있는 것들의 힘을 알아서다.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그런 봄비가 내린 후 보다 더 청명해진 세상이었다. 하늘은 보다 더 푸르고, 숲은 더 짙어지고, 강물은 소프라노 영역대로 소리를 냈다.
"오그라드는 대로 두세요. 그러면 오히려 떨리지 않아. 그런데 그걸 자꾸 막으면 머리가 하얘지지. 떨리는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투른 나를 자연스럽게. 떨리는 게 못난 게 아니에요. 본질이지."46p
"후회를 최소화하려 들지 말고 최적화하라. 두려워서 결정을 미루지 말라. 실행하지 못한 것, 옳은 일을 하지 못한 것, 아끼는 사람에게 손 내밀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라. 하루라도 빨리 깨닫길 바란다. 인생은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라는 걸."61p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더 읽으면서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싶은 이에게 선물하고 싶었고, 책을덮고서는 내가 이 책을 읽게 되어 참 감사했다.
"하늘이 깨끗해지고 구름이 달음박질하고 바람이 순해지면, 자연이 일하는 모습에 감동해서 취하는 거예요. 움직이는 자연의 모습에 취기가 오르고 감각이 열리고 나른해지는 거죠. 취하지 않으면 시를 못 써요. 중요한 건 취해 있어도 배려를 놓지 않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좋은 시를 써요." 69p
"젊은 시절에는 자기 내면의 샘물로 글을 씁니다. 자기애로 퐁퐁 솟아나는 샘물은 개성이 강하고 똑똑해요. 하지만 나이 먹어서도 자기 샘물로만 글을 쓸 수는 없어요. 연륜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 물도 가져와야 해요. 타인의 저릿한 마음, 이웃들의 슬픔과 기쁨에도 물을 대서 끌어와야죠. 물이 많이 모이다 보면 내 마음은 저수지가 돼요. 그런데 저수지가 됐다고 자기 샘물을 또 급히 메워버리면 안 됩니다. 샘물은 나의 것, 저수지는 너의 것..... 그제야 샘물을 품은 저수지의 언어가 탄생하는 거지요." 84p
공주의 남자 나태주 시인과 담소를 나누며 걷고 싶어졌다. 공주를 지나면서 이젠 '공주밤'에 '나태주시인'까지 더해 생각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산책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진다는 공주 사람들의 마음씨 곁에 함께 걷고 싶어지는 책이다.

우리는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 돼야 해요. 89p
그리고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혹시 이런 말 들어봤나요? 아는 만틈 보이고 모르는 만큼 느낀다. 111p
모르는 게 많아 내 식대로 느낄 수 있는 게 많은 내게 딱인 문장이다.
저마다 바쁘고 자신이 가진 색을 선명하게 발견해 세상에 내놓아야 벌이로 이어지는 시기다. 어찌어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발견했다지만 세상에 내놓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나는 뒷동산에 잘 피어 있는데 앞동산에 가서 나를 뽐낼 수 는 없다. 결국 서툴더라도 계속해야 한다. 왜냐,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은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나태주 시인을 보면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다.
"호기심이 있고 감탄할 줄 알면 삶이 쉬이 꺼지지 않아요. 호기심은 안 늙도록, 쓸모는 잘 늙도록 도와주죠. 호시탐탐 나의 쓸모가 닿을 곳을 잘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계속 발견해야 해요. 169p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었기에 주저없이 선택한 <나태주의 행복수업>이었다. 그랬기에 김지수 인터뷰어도 나태주 시인도 적지않게 부담을 안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시간의 흐름은 부담감을 내려두고 새로운 색을로 물들어 갔다. 모든 책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다. 열림원에서 나온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당부라기보다는 살아있는 것들을 눈 씻고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행복을 볼 줄 아는 시선.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이건 며칠 가지 못하겠지만 한번 본 이미지는 언제고 그리운 풍경이 되곤 한다.
오전 11시 나태주 시인의 행복수업을 한 챕터씩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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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