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 - 이탈리아 복원사의 매혹적인 회화 수업
이다(윤성희)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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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생각했다가 편하게 감상하게 된 종이로 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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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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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크면 아버지를 다 이해하게 돼있어!'


은연중에 아빠들은 그런 마음을 품고 훗날 자신을 다시 찾을 자식을 기대한다. 고단한 인생을 겪다 보면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고달픔을 이야기하며 소주 한잔 부딪힐 순간을 말이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자유로운 중년 남성의 춤을 상상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에 눕고 싶어 한다. 하루의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가족 모두 그들만의 하루가 있기에 매번 같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 집안에서 내 위치를 지키고 싶은 마음에 큰소리를 낸다. 강압적인 목소리 뒤에 불안한 마음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지금도 이런 식인데, 은퇴하면 얼마나 더 무시를 할까?'17p


아빠들의 자리는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면서 아내와 자녀가 식탁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안들리척 하는 거리다. 말, 글, 일, 공부 모든 게 할수록 실력이 늘어난다.


아빠의 언어들은 담배연기로 날아오르고, 술기운에 휘청이느라 실력이 늘지 않는다. 표현되지 못한 마음은 '그걸 꼭 말해야 아느냐?'라며 표현 받고 싶은 마음 앞에 울타리를 친다. 너도 나도 넘나드는 문 하나 없이 큰소리로 말해야 전해진다.

남훈 씨는 굴착기 일로 가정을 챙겼고, 67살 안식년을 갖기로 하고 굴착기를 늙다리 청년에게 임대해 준다. 집에 머문 어느 날 결혼하기 전에 쓴 자신의 '마흔한 살 청년일지'를 꺼내 읽게 된다.


나는 이 지긋지긋한 알코올중독의 삶을 끝내고 건강하게 살 것이다.

건강이란 육체의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며, 정신의 것도 포함되어야 온전하다. 오늘부터 내 삶의 목표는 늙어서 죽는 것이며, 멋지게 늙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자.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상대가 화내기 전에는 결단코 화내지 말자. _27p


'나는 말이야, 미국. 거기 꼭 가고 싶었어.'

남훈 씨의 꿈은 언어학자가 되는 거였다고 한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집안의 가장이 돼야만 하는 그는 꿈을 포기했다.


이제 와 생각하면 왜 그토록 쉽게 포기를 해버렸는지 아쉬움이 남았다. 5년 뒤 아니 10년 뒤라도 돈을 모아 배움의 길을 걸어도 되지 않았나? 하지만 그때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거대한 문 앞에서 매를 맞고 쫓겨난 기분이었다. 다시는 그 문안으로, 그 높은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_48p


부모님 세대에는 첫째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장이 돼곤했다. 시골에 남아야 했고, 빨리 돈을 벌어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림을 키워나가야 하는 숨 가쁜 시간들을 달린다. 굳은살이 박이는 만큼 마음도 퍽퍽해진다. 감성은 사치이고 사랑타령은 배부른 소리다. 아버지뿐이겠는가 어머니도 그러하다. 희생이 존경받는 시대에서 열심히 제 살을 내어놓는다. 그들의 꿈은 사라졌고, 자식이 이어받거나 꿈은 꿈일 뿐이라며 현실을 쫓으라 당부한다.


'청년일지' 한 번의 이혼 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쓰기 시작한 그 노트에서 남훈 씨는 자신이 안식년에 해야 할 일을 시작한다. 굴착기로 작업을 하면서 누구보다 깨끗하게 유지하고, 클래식을 틀어 둔 그는 먼지 속 노동자의 자존감을 지키려 노력해왔다. 실제로 이 책을 읽던 중 집 근처에서 도로 공사를 하는데 굴착기가 있었다. 출근길 가로막아진 굴착기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과 사람. 가벼운 목례로 나는 기다리고 그는 길을 내어주었다. 책 속 남훈 씨도 작업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동선이라고 했다. 굴착기 위에서 그 주변의 모든 것을 계산하고 예측하는 그들의 작업이 멋있어 보인다.


남훈 씨는 청년일지에 이어 어렵게 얻은 딸을 위해 '아버지'의 인생을 적기 시작한다. 내가 살아온 날들을 적을 때 어느 순간부터 시작해야 할까.. 남훈 씨 역시 지금의 아내와 시작한 시기부터일지 그 이전의 삶부터일지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쓴다. 두 번째 인생 전에 숨죽여둔 기억들이 살아난다. 그 안에 또 한 명의 딸이 있다. 외면하고 찾지 않았던.

지금 가진 것을 과거가 삼켜버릴까 두려워 멈칫하는 그를 다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다독인다.

마주해야 하는 일들. 웃음 끝에 매달린 질긴 자기혐오.

그렇게 36년 만에 만난 딸과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빠, 굴착기 기사라면서. 그런 것도 알아?"

"이놈. 내가 굴착기 기사지, 굴착기냐?" "아빠가..... 공부하나 거야. 너 알려주려고."

보연은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공부했다니. 그런 말은 처음이었다. 246p


"엄마가 아빠를 욕하는 게 나는 싫었어." "아빠가 좋아서 그랬던 건 아니야. 그야 아빠가 잘못한 게 있을 수도 있고, 엄마 말이 다 사실일 수도 있지. 하지만 어쨌든 내 반쪽은 아빠한테서 왔잖아. 엄마가 아빠를 욕할 때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엄마는 내 맘을 이해 못 했어. 그냥 내가 아빠를 좋아해서 아빠 흉을 못 보게 하는 줄만 알더라. 사실 나는 나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건데.. 그래서 엄마가 그럴수록, 나는 아빠 생각을 했어. 엄마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지." _248p


'누가 그러는데, 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준단다.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네 삶에.' 268p


서로의 언어가 다르면 소통이 어렵다. 부끄러움이 많다면 보디랭귀지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그렇게 서로 다른 언어 앞에서 이해 대신 쉬운 방식의 침묵을 택했다. 남훈 씨가 스페인으로 여행 가기 위해 배운 스페인어와 플라멩코는 이해하기 위해 열어두어야 하는 마음과 닮아있다. 그의 탭댄스가 스페인 광장에서 울려 퍼지듯 엇박자 같은 마음들이 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에 나설 용기가 필요함을 전해주는 책이었다. 이 시기 내게 그렇게 읽혔다.


'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은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띠지에 적힌 글은 진짜 마음의 소리를 내길 바라는 응원의 소리였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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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 전면개정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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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시기였다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펼치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라면 모를까. 



'하루라도 공부만 할 수 있다면'

다른 무엇도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다면. 한창 다른 것에 호기심을 확장 시켜야 할 시기에 여러 날도 아닌 '하루'를 택했다. 그 하루 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고 '공부'만 하고 싶었던 저자의 유년 시절에 따듯한 시선을 보내본다.

자유롭고 싶었던 소년이 있다. 아버지는 사고로 손가락을 잃으셨고, 엄마는 집을 나갔다.


p25

나는 되도록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생각하게 되면 화가 나니까.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와 소년도 소년의 동생을 데리고 더 넓은 세계로 나왔다. 이곳도 저곳도 모두 가난이지만 세계가 옮겨졌다는 건 보는 게 달라졌다는 것이기도 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은 센 척을 하거나 아니면 쉽게 포기하고 눈에 띄지 않으려 한다. 소년은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굴복하지 않기 위해 강해지기로 한다.


p41

녀석들을 따라 나가면서 나는 직감했다. 그 애들 앞에서 울먹이며 기죽는 순간 왕따가 되리라는 것을. 지금 밀리면 이곳 학교생활은 끝이다.

'날 한번 건들면, 졸업할 때까지 매일 나랑 싸워야 할 거야.'

소년은 아침 등교, 쉬는 시간마다 자신을 건들었던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p43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이길 때까지 싸우는 것이다.

넘어설 수 없는 산은 없고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도 없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끝까지 해보지 않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인지 없는 일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룬 꿈보다 유년 시절 '깡'이 좋았다. 저자가 창진이라는 친구를 높이 보았듯, 비슷한 시기의 내 모습이 소년 곁에 따라붙었다. 심드렁한 표정의 나는 그렇게 깡을 부리는 친구들을 볼 때면 찡했다. 소란이 멈추고 그 자리에 다시 일상이 채워져도 그 순간 그 아이들의 몸부림은 잊히지 않았다. 내 기억 속 창을 맨 주먹으로 깨고 피를 흘리던 그 녀석도 아팠던 아이였구나.. 자신을 지키려 온순하던 녀석이 의자를 들어 올려 바닥을 내리쳤던 녀석의 눈은 분노보단 슬픔에 가까워서 그리 마음 쓰였구나. 각자 다른 상처들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책은 소년의 이야기라고 하는 게 맞겠다. 공부의 비법을 내려놓고 나는 이 소년이 걸어가는 길을 조용히 따라 걷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p50

내 몸은 북삼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마음은 우물 안에 고인 물처럼 어디로도 흐르지 못했다. 그러니 공부에 대한 생각도 미래에 대한 고민도 우물 안에 갇혀 버렸다.


흐르지 못한 것들에 새로운 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물길을 터주지 않으면 고인 채 말라가다 썩고 만다. 우물은 어디 가서 나 깊고 어둡다는 사실에 조만간 '우물'이라는 단어를 채집해 다른 색을 입히고 싶어진다.


한 사람이 자라오는 동안 이름 모를 누군가의 지켜봄이나 지나치듯 건네는 따듯한 말 한 디는 하나씩 있다. 나는 소년의 성장에서 그를 조용히 응원하는 몇몇 선생님들의 말에 미소를 전하고 나 역시 그런 응원을 어디론가 흘려보내야겠구나 싶어졌다.


전국 중고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추천한다는 이 책을 초등 엄마인 내가 읽으면서 '학교 공부'가 아닌 인생 공부로 가져다 붙여 읽히는 이유는 뭘까?

나 역시 무엇인가 하고 싶어서다. 필사는 하는 데 '필사적인' 노력이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필사적인 노력으로 나는 인정과 돈 그 이외 또 무언가를 향한 공허함이 있다.


p55

나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뭐야.. 이 저자 원래 머리가 좋은 거 아니야?'

'집안 사정이 어렵다면서 왜 현실과 타협 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런 생각이 함께 들었다. 고생한 엄마, 외할머니를 위해 적당히 하고 돈을 벌어도 되지 않을까? 너무 자기 욕심부리는 건 아닌가?

서울대가 등장하고 내 현실 세계 밖 이야기가 돼버리는 기분이랄까? 그런데도 끝까지 읽어보게 되는 건 소년이 바라는 일은 무엇일지 궁금해서다. 남들이 보기에 모든 걸 이룬 듯 보이는 첫 번째가 대학 간판인데 그 간판을 이력에 넣고 무엇을 하려는가. 이 마음 안에는 힘들었던 유년 시절의 소년이었던 그를 애틋해하면서 결국 그가 공부로 잘 먹고 잘 사는 삶에 그치진 않았길 바라는 소망이 있었다. 독자가 바라는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하나? 살아있는 사람에게 엔딩을 원하다니.. 나도 참. 염치없다.


p170

우리 집은 가난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가난을 느낄 수 없었다. 그건 외할머니가 홀로 그 가난을 짊어졌기 때문이리라. 그러면서도 외할머니는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따. 새벽 3시에 맞춰진 시계와 새로 갈아진 연탄. 그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었다. 말이 아닌 삶으로 직접 보여주는 가르침.


나는 이 책을 내 자녀에게 읽으라며 전하지 않을 것이다. 전한다고 펼치지도 않을 테니. 딱 봐도 "공부해라.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이 삼촌은 이뤄냈다. 본받아라."라는 엄마의 본심이 확연히 드러나있으니 말이다.

부모가 읽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 나는 얼마나 공부에 진심이었는지, 그 시절 나는 어떤 말을 듣고 싶었고, 어떤 말에 어느 하루를 견뎌냈는지 떠올려보면 이 책을 건네지 못할 것 같다.

건네는 대신 보여주고 싶어질지 모른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

말이 아닌 삶으로 직접 보여주는 가르침.


소년에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하게 된 저자는 말한다.


p10

공부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가자 좋은 본보기는 역시 내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극복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최대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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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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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책 제목에서 한권을 읽어낸 기분이었다. 안에 내용이 어떻더라도 난 이 책 제목 하나만으로도 만족했다. 물론 안에 있는 내용들도 좋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목보다 더 귀한 한 문장을 펼치고 얼마되지 않아 만났다. 20대 내 일기장에 글적이던 마음이었다. 




대신 삶이 사라졌으면 하고 소망했다.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가 되고 싶달까. _17p


같은 생각을 가졌었다. 세상을 등지기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싶지않고 무서워서 전체가 고통없이 사라졌으면 했다. 착한 척 하려던건 아닌데 그 순간에 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살아남게 만들었고, 동시에 버거웠었다. 이 마음을 얼마만에 또 꺼내본건지.. 그렇게나 삶의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헤매던 시간들이 흘러 의미와 무의미 조차도 그저 삶이라는 것을 작게 작게 익혀가는 지금을 살고 있다. 




"괜찮아? 울지마~"

위로하는 사람들 중에 울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누가 울고 싶어서 우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고 싶어서 안 괜찮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뻔한 말보다는 그냥 고요 속에서 옆에 있어주고 손 한번 꼭 잡아 주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_158p


'위로'는 뭘까? 곁에서 힘든 사람을 그저 바라보면서도 가끔 그에게 나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다들 '힘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면 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봐 조바심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힘내'라는 응원 대신 '나도 네 편이야.' 라는 인정의 욕구를 전한건 아닐까 싶다. 

뻔한 말 사이 고요 속에서 옆에 있다가 마저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어깨를 한번 두드리며 지나거나 손 한번 잡아 주는 게 큰 힘이 된 걸 경험한 적이 있다. 진정한 위로는 내가 널 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게 아니라 네가 우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가드라인을 쳐주는 거라는 걸. 


저자가 쓴 많은 글들은 쉽게 읽히고 멀리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시간 앞으로의 시간 지금을 불러모은다. 단짠단짠 글이라고 할까. 


책을 읽으면서 끄덕끄덕 거리며 즐거워하다가 이 책을 20대에 만났더라면 신났겠다 싶었다. 작은것에 귀를 기울여 써진 글이었다. 잠시 무겁게 생각할라치면 가뿐한 마무리 말로 피식 웃게 만든다. 어째 쑥쓰러워하는 저자의 발그스레한 볼을 마주한 기분이라고 할까? ^^





"아빠, 나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보니까 좀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아."

그랬더니 아빠가 말한다.

"특이한 게 아니고, 특별한 거야. 우리 딸이 멋있는 거지."

딱 한 글자만 다른 건데 '특별하다'는 특이하다는 말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빠 말대로 멋있는 느낌이다. 그 차이는 무엇을 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중략-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만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빠가 나를 바라보는 눈으로만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어디서도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_244p



아빠가 나를 바라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시선을 만나니 새삼 내 시선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닿고 있나 생각해보게 된다. 남들과 다름과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전환하는 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많은 글들 중 이 터널을 걷다 보면_에서 지금의 나를 만났다. 

'난 언제든 죽을 준비를 하고 산다.' _278p

어릴적엔 언제든 죽어도 상관없다였다. 어설피 다치지 말고 그냥 고통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더니 그 터널을 지나 차갑기만 했던 바람을 사랑하게 되어갔다. 그러고 나니 죽어도 상관없는 날들이 죽어도 아쉽지 않을 날들로 채우고 싶어졌다. 난 언제든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마음으로 산다. 


지금이 처참하다면 이 처참함을 견뎌낸다. 견뎌내고 이 터널 끝에 다다랐을 때 빛이 안 보인다면 그때 가서 끝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터널을 저벅저벅 걸어간다. 279p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뻔한 말 대신 전하는 메시지. 

뻔한 말 대신 내게 들려주고 픈 이야기. 

고요한 위로를 이 책 한권으로 전해보면 어떨까_

푸릇한 우정을 불러들이고 상처받기 쉬웠던 나를 꺼내 토닥이는 책이다. 

봄 같은 책을 만나 발걸음이 통통 튀긴다. 


<이 책은 도서만 제공받아 달콤하게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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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스 - 인간의 탁월함을 결정하는 9가지 능력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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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열심히 살아?

그 어느 곳에서도 필요 없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 했다. 마치 그 쓸모가 존재 이유라도 되는 양. 뭘 이렇게 열심히 사는가 싶은 나를 인정에 목마른 불쌍한 인간으로 끌어내렸다. 왜 이렇게까지.

몰랐다.

'뭘 그렇게 열심히 살아?'라고 말하는 이가 건네는 말을 관통해 그를 들여다보는 법을. 내 열심히 상대적으로 그를 불성실로 만든 게 못마땅했음을. 그의 흐트러짐 없는 여유가 근무태만임을.

내가 한 최선은 열심이었고, 그 순간들은 탁월했다.

"그들은 완벽을 추구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늘 탁월하도록 관리했다." _미셸 오바마



개인의 탁월함은 스스로 성취해야 한다. 제아무리 부모를 잘 만났고 재능이 많더라도 탁월함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탁월한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탁월함에 도달할 수 있을까? 34p

책은 아홉 가지 동력으로 정신을 무장시켜 더 크게 생각하고 성장하도록 이끈다. 온전한 탁월함에 이르는 길을 따라볼 요량으로 나름 집중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 책 리뷰는 아주 어렵다. 하나씩 적용해 보고 올리는 후기가 아니라 후루룩 읽어 낸 후 이 과정을 다 해치웠을 내 모습을 상상하고 쓰는 거라.. 지금처럼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쓸 때면 과제 뚝딱하는 식으로 마치게 될까 봐 긴장된다. 그렇다면 한동안 책 제공받을 생각은 못 할 것이다. 책에 진심이고 싶은 마음에.

엑설런스를 읽으면서 '탁월함'이라는 단어의 품격이 좋았다. 옳은, 최선의 선택이 아닌 탁월한 선택은 우여곡절 끝이 아닌 여유롭게 사유한 후 택한 선택 같아서다.

삶이라는 비행기에서, 당신은 어디에 앉았는가? 승객인가 아니면 조종사인가? _87p

비행기 승객입니다. 좌석은 튀지 않는 맨 뒷자리입니다. 언제든 소리 소문 없이 문이 열리면 사라져도 모를 경계선입니다.

삶에서 조종사도 승객도 아니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필요했던 거다. (...)쩜쩜쩜이 아니라.

[ 새로운 탁월함은 어떻게 만드나?]

1. 열린 마음 : 호기심은 초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2. 자기 성찰: 나의 소망과 가치를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3. 공감: 깊은 이해심은 혁신을 창조한다

4. 의지: 탁월함을 습관으로 만들어라

5. 리 더 십: 지시하지 말고, 영감을 불어넣어라

6. 평 정 심: 감정을 다스려야 본질에 이를 수 있다

7. 민 첩 성: 계획만 따르지 말고 변화에 반응하라

8. 웰빙: 때때로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보아라

9. 공평: 혁신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이 중 자기성찰을 필사하며 실제로 내 소망과 가치를 알아갔다. 책은 내 이런 방식마저 존중해 줄 테니까.


외부인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아는 것은 개인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외부인의 인정은 얼마나 정직하고, 그 비판은 얼마나 타당할까? 그들의 피드백이 우리의 자기평가와 얼마나 일치할까?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우리는 일상에 매몰된 채 규정과 유행을 그냥 받아들인다. 79p


자기성찰은 드러나지 않게, 우리를 보통 이상으로 발전시키는 길로 안내한다.

나는 그것을 원하나?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나?

그럴 자신이 있나?

어떤 자원을 투자할 수 있나?

어디에 걸림돌이 있나?

무엇이 더 필요한가?

누구나 접촉해야 하나?

최악의 경우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나?

모든 물음표에 답했다.

물음표엔 날카로운 이가 있다. 물음표를 받은 날은 뜯겨나가 너덜너덜해져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뜯겨진 자리에 물음표 이가 박혀있었다. 나를 몰랐을 때다. 아는 게 없어 그 무엇에도 답할 수 없어 물렸고, 피했다.

물음표는 낚싯바늘이었다. 물음표에 걸린 날은 내내 쫓아다니며 물었다. 바늘에서 벗어나는 길은 물음에 답하길. 아는 게 없어 알아갔고 서서히 풀려났다.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강태공이 되어간다.

엑설런스는 그렇게 묻는다.

이 모든 물음에 답이 쉬 떠오르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피하지 않는다. 그 여정에 탁월해져 가는 나를 만날 수 있으니.

자기성찰 이외도 오래 머문 페이지는 4장 공감과 6장 리더십이다. 내 강점으로 키우고 싶고 또 하나는 채우고 싶어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탁월함을 실현할 수 있다. 탁월함은 최고를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탁월함이란 자신의 재능과 가능 성안에서 최선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나를 뛰어넘어 한계라는 울타리를 거둬내는 즐거운 상상. 그 상상을 현실화 시키는 일. 가능할 것도 같다.


미래의 당신은 현재의 당신에게 무엇을 원할까?

상상 속에 있던 탁월한 모습을 한 내가 질문한다.

의심하지 말고 똘아이처럼 마음껏 즐기며 걸어와.

달려갈랬더니 걸어 오란다.

조심할 랬더니 의심하지 말란다.

우아할 랬더니 똘아이처럼 하란다.

자고로 내 말은 잘 들어야지_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쓴 필사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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