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 씨씨코 에세이
씨씨코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같이 뛰어내려 줄게'


책 제목에서 한권을 읽어낸 기분이었다. 안에 내용이 어떻더라도 난 이 책 제목 하나만으로도 만족했다. 물론 안에 있는 내용들도 좋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목보다 더 귀한 한 문장을 펼치고 얼마되지 않아 만났다. 20대 내 일기장에 글적이던 마음이었다. 




대신 삶이 사라졌으면 하고 소망했다.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무'의 상태가 되고 싶달까. _17p


같은 생각을 가졌었다. 세상을 등지기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싶지않고 무서워서 전체가 고통없이 사라졌으면 했다. 착한 척 하려던건 아닌데 그 순간에 세상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 살아남게 만들었고, 동시에 버거웠었다. 이 마음을 얼마만에 또 꺼내본건지.. 그렇게나 삶의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헤매던 시간들이 흘러 의미와 무의미 조차도 그저 삶이라는 것을 작게 작게 익혀가는 지금을 살고 있다. 




"괜찮아? 울지마~"

위로하는 사람들 중에 울지 말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이해가 안갔다. 누가 울고 싶어서 우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고 싶어서 안 괜찮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뻔한 말보다는 그냥 고요 속에서 옆에 있어주고 손 한번 꼭 잡아 주는 게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_158p


'위로'는 뭘까? 곁에서 힘든 사람을 그저 바라보면서도 가끔 그에게 나 여기 있다고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다들 '힘내'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면 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봐 조바심도 들었다. 생각해보니 '힘내'라는 응원 대신 '나도 네 편이야.' 라는 인정의 욕구를 전한건 아닐까 싶다. 

뻔한 말 사이 고요 속에서 옆에 있다가 마저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어깨를 한번 두드리며 지나거나 손 한번 잡아 주는 게 큰 힘이 된 걸 경험한 적이 있다. 진정한 위로는 내가 널 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게 아니라 네가 우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방해하지 않도록 가드라인을 쳐주는 거라는 걸. 


저자가 쓴 많은 글들은 쉽게 읽히고 멀리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 시간 앞으로의 시간 지금을 불러모은다. 단짠단짠 글이라고 할까. 


책을 읽으면서 끄덕끄덕 거리며 즐거워하다가 이 책을 20대에 만났더라면 신났겠다 싶었다. 작은것에 귀를 기울여 써진 글이었다. 잠시 무겁게 생각할라치면 가뿐한 마무리 말로 피식 웃게 만든다. 어째 쑥쓰러워하는 저자의 발그스레한 볼을 마주한 기분이라고 할까? ^^





"아빠, 나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보니까 좀 특이한 사람인 것 같아."

그랬더니 아빠가 말한다.

"특이한 게 아니고, 특별한 거야. 우리 딸이 멋있는 거지."

딱 한 글자만 다른 건데 '특별하다'는 특이하다는 말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아빠 말대로 멋있는 느낌이다. 그 차이는 무엇을 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중략-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만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빠가 나를 바라보는 눈으로만 내가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어디서도 나는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_244p



아빠가 나를 바라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시선을 만나니 새삼 내 시선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닿고 있나 생각해보게 된다. 남들과 다름과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전환하는 건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많은 글들 중 이 터널을 걷다 보면_에서 지금의 나를 만났다. 

'난 언제든 죽을 준비를 하고 산다.' _278p

어릴적엔 언제든 죽어도 상관없다였다. 어설피 다치지 말고 그냥 고통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더니 그 터널을 지나 차갑기만 했던 바람을 사랑하게 되어갔다. 그러고 나니 죽어도 상관없는 날들이 죽어도 아쉽지 않을 날들로 채우고 싶어졌다. 난 언제든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마음으로 산다. 


지금이 처참하다면 이 처참함을 견뎌낸다. 견뎌내고 이 터널 끝에 다다랐을 때 빛이 안 보인다면 그때 가서 끝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터널을 저벅저벅 걸어간다. 279p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뻔한 말 대신 전하는 메시지. 

뻔한 말 대신 내게 들려주고 픈 이야기. 

고요한 위로를 이 책 한권으로 전해보면 어떨까_

푸릇한 우정을 불러들이고 상처받기 쉬웠던 나를 꺼내 토닥이는 책이다. 

봄 같은 책을 만나 발걸음이 통통 튀긴다. 


<이 책은 도서만 제공받아 달콤하게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