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꽃의 언어로 물어야겠다 시, 여미다 58
이율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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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도
봄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언어로는
봄을 말할 수 있다.


이율 시집
<한 번쯤 꽃의 언어로 물어야겠다>



시가 생각나는 계절은 봄 어귀 같다.
시는 겨울이 녹아내리는 아지랑이를 닮았다.

피어오르니 잡을 수 없어
그저 함께 피어올라야 느낄 수 있는 언어다.

선명하게 전해지지 않다고
기억에 남지 않는 건 아니다.

눈부신 빛을 보려는 눈으로
아른거리는 꽃의 언어로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들으려 멈춰서 몸을 낮추는 이다.

시인은 말한다.

꽃내음에 미혹되며
숲의 녹음을 거닐며
물의 파동과 마주하며
하늘에 눈을 적시며

오롯이 덧대어질 연들을 기다리며

@111eeyul



부디 자유로이 흩날리기를 바라는
시인의 바람이 이 봄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한 번쯤 꽃의 언어로 물어야겠다> 이율 시집이 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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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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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 방사선사"

강직성 척추염 중증 난치질환 진단

자칭 환자 겸임 방사선사

벚꽃이 피기 전 먼저 핀 책이 있다.

알콜로 소독된 걱정과 안도, 상실, 고통으로 건조한 내부, 병원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 방사선사 류귀복선생님.

류귀복 작가님의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는 글 쓰는 플랫폼 브런치에서 이미 글빨로 인정받은 '천재 작가'님이 쓴 책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드립니다. 방사선사의 선서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행복을 찍는 방사선사입니다>를 읽다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

보건계열 의료 기사에 속하는 방사선사.

누군가는 그냥 찍으면 되는 반복적인 일이라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각 구역에 자리한 의료 기사들의 일은 보는 이들에겐 고요해 보이나 현장은 마냥 그렇지 않다.



작가는 현재 치과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얼마 전 읽은 은유 작가님의 <해방의 밤>처럼 작가 역시 일을 마치고 돌아와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의 시간을 보낸 후 짧지만 찐한 해방의 밤들을 이어가며 글을 썼을 것이다.



일반적 방사선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틈에 작가는 직업병을 얻은 게 분명하다. 그의 눈에 비쳐 마음으로 투사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글이라는 엑스레이 필름으로 나왔다.

작가 역시 병원 직원과 동시에 환자이기에 누구보다 두 관계를 잘 볼 수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병원에서 경험했던 아쉬웠던 순간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기다림이 많은 병원의 흐름 또한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으니 이 역시 내게 도움이 되는 이해다.

만약 촬영 전 환자에게 '비급여'라는 단어 대신 '14만 원 정도'라는 대략적인 비용으로 설명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였다. 53p

책은 분량이 있는 편인데 미끄러지듯 읽혀진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 주변이 더해지면 풍성해진다. 직장동료, 친구, 그리고 가족. 소녀 감성을 가졌다는 작가의 낭만은 주변을 같이 아름답고 유쾌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한 미소를 보는 것보다 완벽한 선물이 없다.

'현실이 낭만을 이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착각이다. 내 생각에는 오히려 낭만이 현실을 이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벤트라고 생각하며 무뚝뚝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현실에 낭만까지 더해진 풍요로운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살아가기를 바란다. 94p



환자 겸임 방사선사라 칭하는 작가는 아파봤기에라는 과거형의 표현이 아닌 아프기에 더욱 사랑과 더 나은 선택을 이야기한다. 뼈가 다 없어진 것 같다는 이의 통증을 무슨 수로 이해하겠나 싶지만, 그럼에도 이어가는 책임감 있는 직장인의 모습과 서로 배려하려는 동료들에게 함께 감사한 마음이다.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가장 힘든 건 본인이다. 나와 내 가족이 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불편한 몸으로 인해 더디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145p

책을 좋아하는 작가는 쓰는것 만큼이나 읽는데도 천재였던 듯 하다.

책은 때로는 선물하는 사람만 즐거운 선물이 되기도 한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세상이다.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면 그것도 기쁨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둘 모두 활짝 웃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선물한 기회가 생기면 아무튼, 책 선물을 한다. 177p


시원하게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린 기분이 남는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 중 얼죽아인 작가를 위해 근무 병원을 찾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앞에 센스 있는 류귀복 작가님이 어떤 글귀를 붙여 놓을지 궁금하기까지.

작가님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브런치에서 '천재 작가'를 치면 된다.

현명한 아내분과 사랑스러운 딸까지 응원하게 된다.

재치 넘치는 와중에 뜨끈하기까지 한 글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책을 읽는 처음엔 이 책은 전국 대학 방사선과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겠구나였다.

책을 좀 더 읽으면서는 전국 의료기사들의 공감 에세이로 추천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이어 읽다 보니 건강 에세이 분야도 노려봐야겠다 싶었다.

마침내 낭만과 사랑까지 있으니 남편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현재를 사랑과 감사로 채워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 시켜주는 책이었다.

‘현실이 낭만을 이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착각이다. 내 생각에는 오히려 낭만이 현실을 이긴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이벤트라고 생각하며 무뚝뚝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현실에 낭만까지 더해진 풍요로운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살아가기를 바란다. - P94

만약 촬영 전 환자에게 ‘비급여‘라는 단어 대신 ‘14만 원 정도‘라는 대략적인 비용으로 설명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였다 - P53

누구나 아플 수 있고, 가장 힘든 건 본인이다. 나와 내 가족이 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불편한 몸으로 인해 더디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 P145

책은 때로는 선물하는 사람만 즐거운 선물이 되기도 한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세상이다.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면 그것도 기쁨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둘 모두 활짝 웃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선물한 기회가 생기면 아무튼, 책 선물을 한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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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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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듯 읽혀나가는 이 시대 직장인, 살아있는 낭만, 사랑 그리고 사람. 방사선사 지망생, 슬기로운 직장생활 추천서, 강직성척추염을 앓고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아파본, 걸어본, 겪어본 이가 전하는 따듯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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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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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법을 좋아한다. 은유를 좋아하는 건 압축 폴더 같은 마음이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나, 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거나, 이루다 설명하지 못할 때 쓰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유 작가님은 이름부터 와닿았다. 작가님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작가님의 이름을 외고 어떤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 어떤 믿음이 어느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창비 출판사에서 나온 은유의 책 편지 에세이 [해방의 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내 삶은 책 기둥에서 시작되었다."

에세이 [해방의 밤]의 프롤로그 첫 문장이다.

삶을 받쳐주는 기둥이 책 기둥이었다니, 그리고 나 역시 힘들 때면 어느 책방에 들어가 수많은 책 기둥에 적힌 제목들을 보며 순간을 이어 나가곤 했다.

그 많은 책이 있지만 어떤 날은 내게 필요한 글을 만나지 못해 헛헛해 하던 날도 있다.

은유 작가님의 에세 [해방의 밤]은 강연, 독자와의 만남 등 사람들을 만나며 들었던 질문과 미처 답하지 못한 마음을 책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말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닿을 글이지만 누구라도 해당되고, 혹은 누군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편지다.





[해방의 밤]은 작가님의 이런 마음으로 뿌려졌다.

"나를 자유롭게 해준 말들, 아픈 데를 콕 짚어주어 막힌 곳을 뚫어주는 신통한 말들, 기어코 바깥을 보게 만드는 문장들, '더 이상 그렇게 살 필요 없어' 같은 위대한 말들. 혼자만 알고 있으면 반칙인 말들을 널리 내보낸다. 해방의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프롤로그 25P

은유 작가님의 책에는 언뜻 들었던 이야기들이 주인공이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실들의 실상을 들려줘 불편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 불편함은 씨앗과도 같아 결국 어디에선가 이해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글 하나하나에 책이 책갈피처럼 껴들어 있다. 책 편지 에세이 [해방의 밤]을 읽고 나면 읽고 싶어지는 책이 늘어난다. 책뿐 아니라 해보고 싶어지는 것도 생긴다.



흔히 자녀들이 다 커서 독립하면 중년 여성은 집에서 홀로 '빈둥지증후군'을 겪는다고들 하잖아. 왜 엄마는 꼭 남겨진 자의 역할이어야 하는가? 나도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들었고, 떠나보고 싶었다. 43P



재밌게 읽었다기보다는 어른으로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무게감 있게 읽었다는 게 맞겠다.


여러 에피소드 중 그 어느 하나 쳐짐이 없다. 그리고 이런 글을 아무나 쓸 수 없고, 나는 그저 존경할 뿐 한자도 옮기지 못할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평을 쓰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회의 한 부분, 섣불리 말했다가는 어느 누가 상처를 받을지, 어느 누구에게 질타를 받을지 몰라 망설여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쓴다. 이 책에서만이 아니라 이미 다른 책에서도 시작하고 있었고, 누군가의 상처와 질타를 다시 받아들여가며 지금의 글을 써낸다.


다음 책에서는 또 다른 글을 계속 뿜어낼 것이라는 믿음. 은유 작가님의 글은 그저 좋은 글을 넘어선다. 어떤 믿음이란 이런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글을 쓰면서도 그들을 약자라 칭하는 자체에 저항한다. 나는 결국 은유 작가님을 글 쓰는 변호사로 부르고 싶어졌다.




기억하고 싶은 책 편지 내용이 많지만 그중 <연민과 배려 사이> <슬픔에 무지한 종족>을 꼽고 싶다.


산 자식 얘기하듯 죽은 자식 얘기도 하고 싶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생활에선 감당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내 미안함이 미안했습니다. 166P

중략-

생일이 지나면 생일만큼 힘든 기일이 오고 기일이 지나면 기일만큼 괴로운 명절이 오고... 내 이웃이 슬픔의 둑이 터지고 무너져내리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상을 나누는 일상을 고민합니다. 168P

슬픔을 표현하는 말도, 슬픔에 공감하는 말도 공동체에 흐르지 못하니까 슬픔에 관한 언어가 빈곤하죠. 슬픔에 관한 지혜가 모자랍니다. 171P



세월호, 이태원, 노동자의 죽음 다양한 슬픔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결국 지나간다. 그리고 이런 아픈 이야기는 쉽게 쓸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의도와 다른 글의 방향에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더 피하게 된다. 가늠할 수 없는 아픔이기에 섣불리 넘겨짚다 난처해지길 피하기 위해 쉽사리 쓸 수 없다.

하지만 은유 작가님은 그러기에 쓴다. 누군가는 들어주고 들려주어야 하는 일을 말이다. 그 과정에 듣게 된 말들도 많았을 테지만 잘못된 표현은 정정하며 중간에서 다리를 놔준다.

슬픔을 말하고 싶어 하는 이에게 슬픔을 들어주고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을 글씨로 퍼트린다.


슬픔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나는 내 상처를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내 아픔을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를 숨기지 않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266P



숨기는 것들, 공유할 수 있는 상처, 사회적 약자라는 시선으로부터의 해방.

사는 방식이 여러 갈래라는 걸 아는 게 해방이라고 말하는 [해방의 밤]

일을 마치고 비로소 노동에서 벗어나 짧게라도 읽는 책을 통해 해방의 밤을 맛보고 그 어느 날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 질문하는 아이들. 답하려 고민하는 어른.

은유 작가님이 이끄는 세상 끝에 해방이 있는 게 아니라 읽는 순간 갇힌 사고로부터의 해방이 일어난다.




우리가 의심 없이 행했던 일을 의심하는 순간 이미 해방의 바람은 불어오고 있을 것입니다.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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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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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작가님이 이끄는 세상 끝에 해방이 있는 게 아니라 읽는 순간 갇힌 사고로부터의 해방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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