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포에서 희망으로 시선을 돌린 작가 첫 해피엔딩 단편집"

 

김동식의< 인생 박물관>을 읽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 모음집-

 

2017년 『회색 인간』으로 데뷔한 작가는 인간의 본성의 선악적인 면에 주목해왔다. 인간의 이중적인 본성에 초점을 맞춘 작가는 그동안 선과 악 중 주로 인간의 악한 면에 치중해서 글을 써왔다. 그런데 이번에 작가는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한 글들이다." 라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선한 측면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마치 작가가 '인간은 선하다' 라고 성선설을 주장하듯이, 인간 내면에 깃든 선한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책 『인생 박물관』은 '공포'에서 '희망'으로 시선을 돌린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이다. 그래서 이 책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25편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전작들은 주로 인간으로 인한 공포와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밝고 희망적이며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담겨 있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는 삶의 동기를 잃어 자살하러 가는 상황에 직면해서도 그들은 결국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발견한다. 정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다." 라는 명제가 맞는 것 같다.

 

<벌금 10만원>에서 분유값이 없어서 동창회에 10만원을 빌리러 가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자살하러 가는 길에>에서는 삶의 동기를 잃고 자살하러 가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절망스럽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은 여전히 살아갈 만하다고 나중에는 깨닫게 된다. 표제작인 <인생 박물관>은 한 편의 판타지 소설 같다. 꿈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인생 박물관이라는 판타지적 소재를 사용하여 인생의 값진 교훈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이 책 속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로 외롭게 사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커튼 너머의 세상>에서는  커튼 너머의 남들의 세상을 엿보다 결국은 자신의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할머니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에서는 자살한 딸을 만나기 위해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천국으로 갈 만큼 선행을 한 할머니는 자신 때문에 딸이 죽었으니 자신을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이에 대해 천국과 지옥에서는 열심히 협의한 결과 할머니를 환생시키기로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니 영화 <신과 함께>가 생각이 나서 더욱더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선한 본성과 악한 본성을 나타내기 위해 천사와 악마를 소재로 사용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기도 했다.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온다>에서는 천사가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선행을 베풀라고 한다. 이에 주인공은 천사의 요청을 받아들어 선행을 베풀게 된다. 이에 대해 천사는 나중에 다 보상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평생 그렇게 천사의 요청에 한 번도 거절하지 못하고 선한 행동을 한 주인공은 나중에 깨닫게 된다. 자신은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그리고 선을 행한 본인의 삶이 정말 잘한 행동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이 그에게 최고의 보상이었음을 말이다.

 

이처럼 작가는 25편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언제나 인생은 장미빛일 수는 없다. 고통없는 삶도 없다. 하지만, 여전 히 인간의 선한 본성이 있기에, 삶은 살아갈만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절망적이고 극한 상황 속에서도 죽으란 법은 없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손길이 우리를 여전히 살아있게 만든다.  그동안 작가의 글을 통해 "사람이 제일 무섭다" 라는 느껴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뇨?” 라고 반문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는 작가의 첫 해피엔딩 단편집인 것이다. 25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과거, 내가 인간을 탐구한 이유는 공포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을쓰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그 말만을 철썩같이 믿고, 인간의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드러낼지를 궁리하며 애썼다. 이번에는 정반대다. 이 책은 내가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탐구하여 쓴 글들이다. 실제로 난 인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책도 좋다. 좋아하는 책을 낼 수 있어 기쁘다. 조금 욕심을 내보자면, 독자분들도 이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읽는 동안 독자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를, 내가 글을 쓰면서 느낀 감정과 같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p. 303, <작가의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과 그림과의  특별한 인연 "

 

아오야마 미치코의<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를 읽고 



“아프고 방황했던 순간마저도 온전한 삶이 된다.”

-나만의 색을 찾는 당신에게 전하고픈 수채화처럼 맑고 따스한 이야기 -

 

인생을 살다보면 어떤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삶이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연한 그 만남이 나의 인생을 180도로 바꾸어주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이 여기며 우리에게 마음 따스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아오야마 미치코는 이번에는 사람과 그림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인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로 우리를 찾아왔다. 전작인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에서는 코코아를 매개체로,『월요일의 말차 카페』에서는 말차 카페를 중심으로 하여 작가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이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작 소설 형태로 4편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에서 작가는 사람과 그림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점의 초상화와 그 초상화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이 연작 소설 형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는다면, 각각의 이야기들은 따로 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 편의 에피소드들 속에는 '한 점의 초상화'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인 <금붕어와 물총새>의 주인공인 레이는 교환학생으로 호주 멜버른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재치있고 유머스러운 '부'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레이는 무채색 같았던 그녀의 세상에 색채를 더하기 시작한다. 부와 레이는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교환학생으로 온 레이는 1년이 지나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부는 레이에게 '기한부 연애'를 제안하고 사랑의 끝이 두려웠던 레이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

 

"마침표의 위치가 정해진 관계, 상영 종료 시각을 알 수 있는 영화와 같다. 

그렇다면 아마 서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의 나는 그게 딱 좋은 온도라고 생각했다.

-p. 36

 

그리고 귀국을 앞두고 레이는 부의 부탁에 잭 잭슨이라는 화가의 그림 모델이 된다. 부의 친구인 잭 잭슨은 레이를 모델로 하여 빨간 색 블라우스와 파란 색 새 모양의 브로치를 한 소녀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데, 이 한 점의 초상화로 인해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연결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작가는 '부와' '레이'의 안타까운 시한부 연애와 그 사랑에서 탄생한 초상화인 <에스키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번째 이야기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에서 작가는 액자 장인과 그 장인 밑에서 일을 배우는 화자인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연히 어떤 화가의 초기 초상화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그 작품의 화가가 자신이 호주에서 만난 인상적이었던 화가인 잭 잭슨임을 알게 된다. 그와의 특별했던 인연을 생각하며 화자인 나는 그 작품에 딱 알맞는 액자를 제작하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한 점의 초상화가 등장한다.

 

<에스키스>라는 제목의 그림은 상반신 인물화다. 빨강과 파랑 두 가지 색 물감만으로 그렸고 색이 섞인 상태가 절묘하다. 그 배색 때문에 더욱 멜버른에서 잭과 만난 그날 일이 떠올랐다. 운명이라고 느낄 정도다.

-p. 90

 

네 번째 이야기인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에서 작가는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던 두 남녀가 1년이 지난 후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도 어김없이 그 초상화가 변함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뒷 부분의 에필로그를 통해 그 연인들이 오래 전 호주 멜버른에서 시한부 연애를 하던 '부' 와 '레이'임을 알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인 <에피소드>에서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던 그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화자가 되어 그 특별했던 초상화의 기나긴 여정을 통해 맺게 된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레이'의 초상화를 시작으로 하여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 <토마토 주스와 버터플라이피>,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을 거쳐 <에피소드>에 도착하게 된다. 시한부 사랑에서 시작되었던 그 소중한 사랑의 감정이 오랜 시간이 지나 보다 안정적이고 굳건한 사랑으로 변해서 말이다.

 

사람과 그림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돌아온 그 초상화처럼 결국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연결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작인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와 『월요일의 말차 카페』처럼 이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또한 나에게 따스한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마치 한 잔의 코코아를 마시듯, 나의 얼어붙은 쓸쓸한 마음을 녹여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마귀가 울다
박현주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과 삶 속에서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박현주의< 까미귀가 울다>를 읽고 



 

"그가 5년 전 자살을 막았던 소년의 눈에 그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죽음과 삶, 절망과 희망 속에서 작가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주변 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요즘 늘어가는 자살을 보면서 왜 그들은 삶을 포기해야만 했을까 하며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누군가가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며 힘껏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마음이 아프다.

 

이 책  『까마귀가 울다』에 등장하는 저승자사 '현'은 죽음을 선고하는 사자가 아닌 죽음을 선고받지 않은 이들을 살리는 사자인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저승사자'의 이미지는 무섭고 공포감을 주는 존재이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저승사자들은 우리처럼 밥을 먹고 느끼고 행동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친숙한 존재로 다가왔다. 

 

'사람을 살려서 자살을 예방하는 저승사자' 라는 이미지가 일반적인 저승사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저승사자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저승사자 '현'은 자살 예정자를 살리는 일을 하며 죽음을 선고받지 않은 이들을 살린다. 그런데 5년 전 저승사자 현은 자살을 결심한 열다섯 살 소년인 '이정운'을 만나게 된다. 그 만남 후 시간이 지나 저승사자 현은 스무 살이 된 이정운을 다시 만나게 된다. 저승사자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만 보이는데, 왜 이정운의 눈에 저승사자 현의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설마....내가 보이는 거냐?"

놀라서 터진 혼잣말에 남자는 무언가 포착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내가 보이는 건가? 나는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죽음이 먼 자가 사자를 알아보려면 사자가 있는 장소를 인지하고 오랫동안 쳐다봐야 한다. 하지만 저 남자는 처음부터 알아봤다. 그렇다면 저자는..."

-p. 21

 

5년 전, 자살하던 이정운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승사자 현 앞에 나타난 이정운, 그는 정말로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 자살 예정자인가. 이정운의 모습이 다시 자신의 눈에 보이게 되자, 저승사자 현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때 겨우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바꾸었는데, 또다시 그는 자살하려고 하는 것일까. 5년 사이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말로 그가 저승사자 눈에 보이는 이유가 자살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숨겨진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제부터 자살을 막으려는 저승자사 '현'과 자살을 하려는 이정운과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이 책 『까마귀가 울다』을 통해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 불행과 기적이 공존하는 이야기들을 만나보았다. 사람을 죽여서 죽음을 선고하는 저승사자가 아닌, 사람을 살려서 삶의 희망을 가지게 하는 저승사자 이야기가 삶에 지치고 절망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준다. 

 

"자살에 실패했다는 말은, 삶에 성공했다는 말과 동일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매일 인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 2023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무지개 무인 사진관에서 벌어지는 기적같은 이야기"

 

김재희의<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을 읽고 



“흥미로운 사연을 남기면 여러분의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

 

친구들과 만나면 인증샷을 남기듯 스티커 사진을 찍곤 했다. 회사 면접 사진이나 여권 사진 등 각종 증명사진을 찍을 때도 사진관에 가서 찍었다. 그러나 요즘은 워낙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이 좋아서 그런지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을 필요를 별로 못 느끼는 것 같다. 이러다 사진관조차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만약 사진을 찍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그런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담아 이 책 속 '무지개 무인 사진관'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이 책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연과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스티커 사진기가 구비된 무인 사진관에 인생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진들이 찾아온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무지개 노트에 적으신 분들 중 몇 분을 선정하여 원하시는 프로필 사진을 무무사 주인장이 정성스레 찍어드립니다."

-p. 14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의 흥미로운 사연을 무지개 노트에 적는다.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루되어 취업 사기를 당한 취준생, 힘든 연애와 사랑을 하는 대신 애니메이션 덕후가 된 20대 회사원, 남편과 이혼하고 절망하여 자포자기한 중년의 여성,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 주름과으로 후배 쇼호스트에게 자리를 내주어야하는 50대 쇼호스트 등은 우연하게 무지개 무인 사진관을 찾아오고 그 속에서 용기를 얻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무지개 노트에 흥미로운 사연을 남겼을 뿐인데, 그들은 무무사와 인연을 맺고 그들이 바랬던 소원까지도 이루게 된다. 마치 무무사가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어준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은 그들 스스로가 그런 기적을 만들고 소원을 성취하게 만들었음을 그들은 나중에 깨닫게 된다. 

 

나중에 무지개 무인 사진관(무무사)의 직원이 되는 현수경 또한 무지개 노트로 인해 무무사와 깊은 인연을 맺는다. 무무사의 주인장 연주의 도움으로 취업사기를 당할 위험에서 구제되고 난 후 무무사의 직원이 되어 주인장 연주와 함께 무무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에 대한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그녀와 같이 삶의 어려움을 겪고 고민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연주와 수경은 그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마치 기적이 일어나듯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소외된 이웃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무사를 찾은 후 변화되고 자신감 넘치는 달라진 그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 또한 마음이 따뜻해졌다. 

 

특히 왜 그녀가 무지개 무인 사진관을 열게 되었는지와 관련한 무무사의 주인장 연주의 숨겨진 사연과 안타까운 진실이 밝혀지는데, 밝혀진 진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구보다 그런 고통과 슬픔을 알기에 무무사를 찾아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것이다. 

 

 

수경은 안심되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향했다. 무무사의 불빛이 누군가의 어두운 밤 같은 마음에 빛이 들게 해서,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면 그것보다 더 기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한 걸음. 아주 한 걸음. 그걸 나올 수 있는 용기와 에너지는 홀로는 얻기 힘들다. 누군가 도움을 줄 때 그 길고 긴 터널 같은 어려운 상황들을 조금이나마 헤쳐나가서 불행에서 벗어나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p.117

 

마치 2022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불편한 편의점』처럼 읽고 나면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무무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내 삶을 돌아보고 용기와 희망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 『흥미로운 사연을 찾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  을 통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많은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절망적이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무지개 무인 사진관'과 같은  안식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투쟁과 다채로운 사랑의 역사"

 

이윤하의 <흐드러지는 봉황 색채>를 읽고 



"비로소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기는 순간이 왔다"

-한국계 최초 ‘휴고상’ 3회 연속 노미네이트 작가의 소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의 인기에 힘입어  요즘은 우리나라 역사와 그 역사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역사 속에서도 이 땅, 이 나라를 지켜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읽고 있는데, 그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책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또한 일제강점기를 모티프로 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비록 이 책의 배경은 가상의 나라 '화국'이긴 하지만, 화국이 마치 일본에게 나를 빼앗긴 구한말 시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인 이윤하는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미국 이민 생활 중에서도 그는 자신의 근본인 한국에 있음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심스럽게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면서 집필 의도를 밝힌 작가는 일제강점기 모티프에 SF의 색채를 가미하여 '화국' 과 '라잔'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만들어냈다. 비록 화국이 가상의 나라이긴 하지만, 화국이 구한말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임을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윤하 작가는 한국의 풍습과 문화 위에 SF 요소를 가미하여 환상적이고 판타지한 세계를 만들었다. 역사와 SF와의 조합이 낯설기도 하면서도 흥미롭다.

 

6년 전, 화국은 라잔 제국에 점령당해 ‘14행정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p.6

라잔 제국에 의해 점령당한 화국은 나라 이름조차 잃어버리고 '14행정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그리고 그 시대 속에서 화국인 제비와 봉숭아 자매는 라잔인의 지배와 핍박 속에 살아간다. 마치 일본에 의해 점령당한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 

주인공 '제비'는 라잔의 예술성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화국인 화가인데 그녀는 어떤 꺼림직한 이유로 시험에서 떨어지게 되고, 언니인 봉숭아는 자신의 동생 제비가 라진식 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응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쫓아낸다. 일자리를 찾아 떠돌낸 제비는 방위성 장관 대리인 '하판덴'을 만나게 되고 그의 권유에 따라 방위성에서 전쟁 병기인 기계용인 '아라지' 가면 문양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된다. 예술작품을 파괴하여 갈아서 만든 특수한 안료로 그려진 문양은 마법적인 힘을 발휘하여 기계용에게 행동 지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제비는 방위성의 숨겨진 음모를 알게 되고 특수한 문양을 그림으로써 평화주의자인 용과 교감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판타지 세계에서는 나올 법한 마법적인 능력을 가진 용이 현대의 과학 기술과 결합하여 전쟁병기인 기계용으로 쓰이는 부분이나, 인간 경비병 역할을 하는 자동인형의 등장 등 마치 과거거 역사와 미래의 과학이 결합된 소재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의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이 책 속에는 제비와 베이와의 사랑과 같은 로맨스적인 요소 또한 첨가되어 있다. 그리고 그 로맨스가 동성애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작가는 두 여성간의 사랑을 진실되고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어서 오히려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하다. 언니인 봉숭아와 죽은 그녀의 아내인 지아, 동생 제비와 수석 검투사인 베이의 사랑 등 그 시대에는 그런 동성애적 사랑이 가능했나 생각할 정도로 작가는 이들의 사랑에 대해 열린 시작을 보여준다. 또한 언니의 아내를 베어버린 원수인 베이를 사랑하게 된 제비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제비와 베이와의 진실한 사랑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절하게 펼쳐져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적신다. 

 

“항상 연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단다. 그런 사람과 사귀는 일 자체는 이해할 수도 없고, 절대 인정하는 일도 없겠지만…” 그녀는 말을 멈추고 차분히 단어를 골랐다. “내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너희가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구나.”

- p.378

 

결국 기계용을 사용하여 화국을 지배하려는 검은 음모를 알게 된 제비는 기계용 아라지, 베이와 함께 탈출한다. 그리고 그들은 독립군 세력을 이끄는 봉숭아 세력과 힘을 합해 라잔군과 싸우게 되는데, 과연 그들은 라잔으로부터 빼앗긴 화국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을까.

제비와 베이 그리고 기계용 아라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봉숭아는 과연 라잔의 공격으로부터 독립군을 지키고 화국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이 책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 책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은 역사와 SF 그리고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색깔들로 가득한 팔레트같은 소설이었다. 훌륭한 화국인 화가로 성장해가는 제비의 모습과 그녀의 사랑과 모험을 보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윤하 작가가 그리는 이색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통해 주인공 제비를 비롯한 화국인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은 동아시아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