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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평점 :
"수많은 슬픔에서 길어 올린 희망의 사유"
이브 엔슬러의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510/pimg_7526911564289703.jpg)
"당신도 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를
함께 분노하고 구역해질 주기를"
-삶으로 겪어낸 폭력과 치유의 현장, 그 45년간의 기록-
물건처럼 취급되어지고, 유린 당하고, 잊혀지고, 보이지는 않는 존재가 되고, 고통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 되어버리는 일이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강간, 성폭력, 가정 폭력 등 각종 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외딴 섬에 갇힌 난민이자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자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지금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은 자행 되고 있으며, 많은 여성들은 남성에 의한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슬픔과 고통은 잊혀지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책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의 저자인 이브 엔슬러는 세계적 극작가이자 활동가로 파괴와 폭력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목격하고 삶으로 겪어낸 폭력과 치유의 현장에서 찾은 희망과 연대, 사유를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이 책은 속도를 줄이는 것과 되돌아보고, 보고, 진정으로 다시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책임과 불편함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의 가장 연약한 부분과 순간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지독히도 외로운 우리가 갈구하는 손길, 잃어버린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 이것은 슬픔, 트라우마, 지독한 바이러스,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 p.13, 「서문」중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강간 당하고, 유린 당하고, 남성의 사유물로 여겨진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 실제 이야기가 이 책을 통해 펼쳐진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발달로 인해 사회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야만적이고 파괴적인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인권 유린과 잔혹한 폭력을 멈추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글쓰기를 통해 타오르는 글로 저항하는 것이고, 연대와 희망으로 바탕으로 저항하고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기꺼이 슬픔을 껴안는 연대이며 우리의 슬픔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판이 될 거라는 희망이다.
이렇게 절망적인 삶 속에서도 그들은 눈물 흘리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정말 이보다 더 비참할 수 없다' 라는 말처럼 삶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잡초처럼,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며 살아남았다. 비록 그들은 찢기고 밟히고 구타를 당해도 그들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저자는 45년 간 그렇게 상처 입고 폭력에 의해 영혼을 잠식 당한 수많은 여성들을 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슬픔을 껴안고, 그들의 이야기에 그저 귀 기울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도 그들은 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자금까지 여성들은 폭력의 대상자가 되어왔다. 어느 여성들도 그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 자신도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열살 때 처음으로 폭력을 겪고 난 후,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 죄수처럼, 피난민처럼 살았다. 집은 더 이상 신뢰, 안전, 평안을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이런 고통과 슬픔을 그녀는 글을 통해 이겨냈다.
글은 내 친구였다. 글은 나무가 우러진 오솔길을 달리는 내 작은 기차였다. 글은 타올랐다. 글은 힘이었다. 글은 창을 열었다. 글은 내 옷을 벗겨 냈다. 글은 일을 꾸몄다. 비명을 질렀다. 글은 저항이었다.
-p. 29
그녀 자신에게 친구였고, 저항이었던 글의 힘을 그녀는 파괴와 폭력의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을 위해 사용한다. 그 폭력과 파괴의 역사 속에서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려고 있는지, 어떻게 그들이 타인과 연대하고 세계를 구했는지 글을 통해, 기록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및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그녀 자신의 삶 또한 사유와 글쓰기를 통해 얼마나 치유되고 발전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언제나 글을 쓰는 일에 실패하고 만다. 그럼에도 나는, 이토록 타오르는 글로 저항할 것이다.
글은 이처럼 진실을 폭로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은 말, 모든 것을 환히 밝히는 말, 세상이 깜짝 놀랄 말, 진실을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문을 여는 그런 말들을 해야 하기에 저자는 글을 쓰고 또 썼던 것이다. 이 말들을 모여 꿈과 인생을 빼앗긴 채 정서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영원히 고통 받고 망가질지 모르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 2차 세계 개전 당시 일본군에게 끌려가 유린 당했고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해 수요일마다 집회를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제 그들 대부분은 세상을 떠났고 남아 있는 할머니들도 병들어 쇠약해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한다면 어찌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위안부 할머니들 또한 파괴와 폭력과 역사로 인한 피해자인 것이다.
진정한 사과와 잘못에 대한 인정이 있어야 비로소 마음의 치유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잘못을 인정하고 깨닫고 반성하고, 비로소 진심으로 사과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어린 친부의 시절 성폭행과 각종 가정 폭력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평생 힘든 시간을 보내온 작가가 비로소 아버지의 진심 어린 사과로 인해 비로소 자유를 찾아 해방이 되었듯이 말이다.
저는 사과가 우리를 깨끗이 씻어주고 새살을 돋게 하여 계속해서 나가게 하는 연고이자 약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과는 배워야 알 수 있습니다. 반드시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p. 310
여전히 가부장제로 인한 폭력과 파괴 그리고 전쟁 등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상을 바꾸고 행동으로 실천할 사유와 연대가 요구된다. "다른 어떤 미래도 없다는 듯이 사유하고 행동하라! 세상이 정말로 그렇게 바뀔 때까지!" 라는 말처럼 이제 우리는 서로 사유하고 연대하여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때이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이 당신에게 한 줄기 희망과 빛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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